
카메라 없이 ‘색’을 기록하다
— 영도의 기억을 담은 실험적 전시 ‘논카메라 리서치’
2025년 가을, 부산 영도구의 복합문화공간 ‘새모’에서는 독특한 예술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이름은 ‘논카메라 리서치: 영도의 색 (Non-camera Research: Color of Yeongdo)’. 제목 그대로 ‘카메라 없이’ 이미지를 탐구하는 전시다.
전시는 2025년 10월 15일부터 11월 28일까지 열리며, 공간 힘(SPACE HEEM)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부산시설공단 등이 후원한다.
참여 작가는 권하형, 박은태, 이성은, 정현준, 최대진, 최민식 등 총 8인으로, 각자의 시각으로 ‘영도의 색’을 해석하고 이를 물리적 이미지로 재현했다.
‘논카메라(Non-camera)’란 말 그대로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예술적 실험 방식을 말한다. 이는 필름의 화학적 반응, 빛의 자취, 시간의 흔적을 매개로 한 ‘비(非)기록적 이미지’의 영역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비카메라적 접근을 통해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시각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다.
작가들은 카메라 셔터 대신 빛, 감광지, 색소, 유리, 금속 등의 재료를 직접 다루며, 색이 만들어지는 순간 자체를 작품화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사진의 대체 기술이 아니라, 이미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영도의 색’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역사, 바다의 공기, 철의 질감, 사람들의 기억이 겹겹이 쌓인 감각의 총체다.
작가들은 영도의 풍경을 직접 촬영하지 않고, 현장에서 얻은 빛과 시간의 흔적을 감광 재료에 새기거나, 물리적 흔적을 수집해 색으로 치환했다.
그 결과, 관람객은 익숙한 풍경 대신 보이지 않는 영도의 기억과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 전시는 도시를 단순히 ‘보는’ 공간에서 ‘느끼는’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실험이다.
이번 전시는 ‘논카메라 리서치’라는 제목처럼 일종의 연구 과정이자 실험실이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 다른 매체와 감각적 방법으로 ‘도시의 색’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예술적 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물은 회화, 설치, 사진, 오브제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어, 관람객은 ‘영도의 시간과 감정’을 공간 속에서 체험할 수 있다.
공간 힘 관계자는 “이 전시는 예술가들이 도시의 본질을 새롭게 감각하는 시도이며, 기술 중심의 예술에서 벗어나 감성적 기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논카메라 리서치’는 기록되지 않은 것, 측정되지 않은 색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는 단지 예술적 실험이 아니라, 인간이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탐구다.
이번 전시는 기술과 감성, 기록과 기억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이 여전히 도시의 감각을 회복시키는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영도의 색은 결국 사라지지 않는 시간의 빛으로, 관람객의 마음 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