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덜 사는 용기”가 지구를 살린다 — 최원형이 말하는 똑똑한 소비법
기후 위기의 시대, 사람들은 ‘착한 소비’라는 말에 안도한다. 친환경 제품을 사거나,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지구에 기여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최원형 작가는 『착한 소비는 없다』에서 단호히 말한다. “착한 소비는 없습니다. 그러나 똑똑한 소비는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착한 소비’의 허상은, 우리가 소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데 있다. 즉, 소비 자체가 문제인데, 또 다른 소비로 그 문제를 덮으려는 역설이다. “환경을 위한 소비”라는 문구는 결국 또 하나의 마케팅일 뿐이다.
기후 위기는 거대한 산업 구조나 정부 정책의 문제라고 흔히 여긴다. 하지만 작가는 시선을 개인의 일상으로 돌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택배를 주문하고, 새 옷을 사고, 멀쩡한 스마트폰을 바꾸는 행위들이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가 지적하듯, “소비는 물건만이 아니라 에너지, 자원, 노동, 시간, 심지어 인간의 존엄까지 소비한다.”
스마트폰 한 대를 만들기 위해 60여 가지 광물이 필요하고, 패스트패션 한 벌을 위해 수백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편리함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결국 자연과 사회의 착취로 이어진다.
책은 거대한 시스템 변화 이전에, 개인의 실천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덜 사는 용기”는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와 욕망을 구분하는 행위다.
최 작가는 이렇게 제안한다.
- * 물건을 사기 전, 정말 필요한지 세 번 자문하기
- * 고장 난 전자제품은 고쳐서 오래 쓰기
- * 유행보다 가치 있는 옷을 선택하기
- * 남길 반찬은 미리 덜어내고,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하기
이러한 작은 실천이 모여 ‘소비 발자국’을 줄이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사회로 나아가는 토대가 된다. 덜 쓰고, 다시 쓰고, 꼼꼼히 쓰는 삶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똑똑한 소비다.
물론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의 행동이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고, 그것이 시스템 개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작가는 희망을 본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거대한 제도 개혁 이전에,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시민의 의식에서 시작된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전 세계적 캠페인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원형은 말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대한 혁명이 아니라, 일상에서 조금 덜 쓰려는 작은 결심이다.”
이 책은 소비를 죄악시하지 않는다. 다만, ‘더 나은 소비’를 넘어 ‘덜 하는 용기’를 선택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결국 ‘착한 소비’는 없지만, ‘똑똑한 소비’는 있다. 그것은 지구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며, 우리 자신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