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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몇 시간을 의자 위에서 보내십니까?” 이 질문은 현대인의 통증 원인을 파악하는 첫 단서다. 출근길, 사무실, 카페, 그리고 집까지 우리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앉은 자세로 보낸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얼마나 오래 앉았는가’보다 ‘어떻게 앉았는가’를 간과한다. 허리가 아프면 의자 탓을 한다. 너무 푹신해서, 너무 딱딱해서, 혹은 인체공학적이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10년 넘게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온 물리치료사의 눈에는, 문제의 본질은 의자가 아니라 자세를 유지하는 능력, 즉 ‘자세 인식력’의 부족이다.
 
좋은 의자에 앉아도 몸의 정렬이 무너지면 통증은 찾아온다.
의자가 아니라 자세가 문제다: 통증의 시작은 ‘습관’에서 온다
허리 통증 환자의 80% 이상은 외상보다는 잘못된 생활 자세에서 비롯된다. 특히 오래 앉을 때 골반이 뒤로 말리는 습관(후방경사)은 척추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C자형으로 변형시킨다. 이로 인해 허리 기립근이 과긴장되고, 엉덩이 근육은 비활성화되며, 햄스트링은 단축된다. 이런 구조적 불균형은 요추의 전만이 사라지는 ‘플랫 백(flat back)’을 유발하고, 그 결과 허리뿐 아니라 어깨 결림, 거북목, 두통까지 전신의 통증으로 확산된다. 즉, 잘못된 앉기 습관은 단순한 자세 문제가 아니라 신체 정렬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바르게 앉기”는 한순간의 교정이 아니라, 몸을 다시 인식하는 훈련 과정이다.
인체 정렬의 과학: 척추와 골반이 만드는 이상적 앉기 구조
바른 앉기의 핵심은 척추의 자연 곡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척추는 머리–어깨–골반–좌골이 수직선상에 놓이며, S자 형태의 곡선을 그린다. 이때 좌골(坐骨, ischial tuberosity)은 앉은 자세에서 체중을 지탱하는 주요 지점이다. 하지만 좌골만으로 체중을 전적으로 지지하면 허리 부담이 커진다. 연구에 따르면, 좌골 각쪽은 체중의 약 18% 정도를 담당하며, 좌골 지지만으로 지탱하면 요추 디스크에 압력이 집중된다(PubMed: Sitting Pressure Distribution Study).
따라서 발의 체중 지지 역할이 중요하다. 발이 바닥이나 발판에 닿아 체중의 일부를 분산해야 좌골과 햄스트링, 요추 주변 근육에 걸리는 압력이 줄어든다. 이는 인체공학 연구에서 “발이 공중에 떠 있을 경우 무릎 뒤쪽 압박과 혈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와 일치한다(Ergonomics Research, Cornell University).
즉, 발은 단순히 바닥에 닿는 것이 아니라 좌골–발바닥–척추가 하나의 수직 체중 경로를 이루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하체의 미세한 근육들이 자세 균형을 잡으며, ‘앉아 있지만 움직이는’ 안정된 자세가 만들어진다.
앉는 자세의 오해와 진실: ‘90도’는 정답이 아니다
많은 사람은 여전히 “허리를 90도로 세워 앉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생체역학적으로 이 자세는 오히려 요추 압박을 증가시킨다.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서 있을 때의 요추 디스크 압력을 100으로 봤을 때, 90도 앉기: 140~150, 110도 뒤로 기울이기: 95~100으로 보고된다. 즉, 110도 정도로 가볍게 뒤로 기울인 자세가 디스크 압력을 최소화한다.
“너무 꼿꼿한 자세”가 오히려 긴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른 자세는 고정된 각도가 아니라, 움직임을 허용하는 역동적 균형이다. 의자에 앉을 때는 좌골이 균등하게 체중을 지지하고,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 안정된 지지 기반을 형성하며, 척추가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해야 한다.
움직임이 답이다: 물리치료사가 제안하는 앉기의 새로운 패러다임
바른 자세의 핵심은 정적인 ‘형태’가 아니라 동적인 ‘기능’이다. 즉, “움직이지 않는 자세는 곧 잘못된 자세”다. 한 시간에 한 번은 골반을 살짝 움직이고, 척추를 좌우로 회전시키거나 어깨를 열어 주는 것이 좋다. 이것이 바로 ‘Dynamic Sitting(움직이는 앉기)’이다. 필라테스에서는 이런 원리를 “코어 안정성(core stability)”이라 부른다.
앉은 자세에서도 복횡근과 골반저근, 다열근이 협응하며 척추의 미세한 흔들림을 제어한다. 이때 발의 접지감은 코어의 중심을 잡는 ‘지면 센서’ 역할을 한다. 몸은 구조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명체다. 따라서 자세를 ‘고정’하려 하지 말고, 균형을 유지하며 움직이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생각을 자극하는 결론: 의자 위의 인체, 스스로를 설계하라
결국 허리 통증의 해답은 의자가 아니라 자신의 자세 인식력이다. 바르게 앉는다는 것은 몸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좌골과 발, 척추를 하나로 연결하는 ‘정렬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다. 의자에 앉을 때, 좌골의 압력과 발바닥의 지지감을 동시에 느껴보라. 그 작은 감각이 몸 전체의 구조를 바꾼다. 앉는 법을 배우는 순간, 당신의 통증은 줄어들고 몸은 스스로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렬된다. “의자가 아닌, 내가 내 몸을 지탱한다.” 이것이 진정한 바른 자세의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