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개망초를 생각하다가
푸석푸석한 표정으로 멈춰 서 있던 굴착기가
봄부터 움직이기 시작해 터를 잡긴 했지만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설치고 다니는
평소 습관만은 버리지 못해
수심이 얕은 개울을
발아래 두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고향 집 앞을 흐르는 개천까지
언제나 돌아갈 수 있을까 헤아리느라
퉁퉁 부은 다리로 서 있어야 하는 개망초를 생각하다가
땅 주인이 쳐 놓은 오선지 철조망을 뛰어넘으려다
꼼짝없이 붙들려 녹슬어버린 음계(音階)들처럼
바람 불 적마다 꼼지락거려야 하는 통에
퇴행성 관절염이 도졌는지
밤새워 잠 못 이루고
쑤셔대는 팔다리만 주무르다가
지칠 만하면 하루분의 피곤을 짊어지고
술 취해 새벽에 돌아온 막내아들의 심란한 표정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며 목구멍까지 차오를 대로 차오른
개망초에 관한 내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는 중이다.

[송희수]
1960년 전남 나주 출생,
2021년 《문학과 비평》 등단,
시집 『갈대는 울 아부지다』, 『밤마다 솔숲에 가는 이유』.
율동시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