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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신미숙
백발이 희끗거리는 노인이
구부정한 어깨에
개똥모자 눌러쓰고
타박타박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생전의 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
폭설이 내리거나
태풍 오는 날,
유행병이 돌고
세상이 시끄러울 때
어김없이 걸려오던
전화 한 통.
수화기 너머
자식 걱정이 듬뿍
묻어나던 잔잔한 목소리.
설날 아침이면
장성한 손주에게도
양말값이라며
세뱃돈을 건네던 손길.
고이 모은 것들을
허투루 쓰지 않고
전해주시던 흔적을
기억하고자
너덜너덜해지도록
간직했던 편지 봉투.
아버지를 멀리 떠나보내고
돌아와 주변을 정리하고 나니
그리움이 밀려온다.
생전에 쓰셨던
다리 부러진 돋보기가
유일한 유품이 되어버린 지금,
바쁘고 고된 삶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여유가 생겼건만
아버지는 부재중이다.
오롯이 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한 막내딸은
받은 은혜를 갚아드리지 못해
가슴이 먹먹해진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엔
하늘도 소리 없이
나를 따라 운다.
여느 때보다 눈물겹게
그리운 나의 아버지.

[신미숙]
1959년 서울 출생,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졸업.
2024년 『문예바다』 여름호 등단,
서울시인협회 회원, 율동시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