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초록 향기
나는 아직 이불 속이다
개울가 징검다리를 건너는 듯 상큼함이 파동으로 전해지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잔물결 같은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작은 떨림으로 들려왔다
어릴 때 십 리나 떨어져 살았던
딱 두 번 우리 집에 놀러 왔다던
동탄에 사는 초등학교 때 친구가 고향에 들렀단다
초록 향이 기분 좋게 잠을 깨우는 아침이다
반쯤 무너져 내린 담장 안 허공 속엔
엄마의 냄새가 맴돌고
돌무더기 틈 사이 담쟁이넝쿨
새 생명들이
찬 서리를 머금고 있을 그곳
허물어진 집터엔
마늘순들이 뾰족거리고 있단다

[노석주]
2019년 『월간 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