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항포해전 당시 '멀우장'은 어디였나… 고성군 동해면 용정리 매정마을로 첫 비정

이순신전략연구소 이봉수 소장·윤헌식 선임연구원, 『동방학지』 논문 발표

7월 13일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당항포해전에서 왜선 26척을 격파한 지 434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와 맞물려 430여 년 동안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장계 속 지명 '멀우장(亇乙于塲)'의 실체가 밝혀져 학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순신전략연구소 이봉수 소장과 윤헌식 선임연구원은 최근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연구재단(KCI) 등재학술지 『동방학지』 제215집에 「충무공 이순신의 장계에 기록된 지명 '멀우장(亇乙于塲)'의 음가와 위치」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지명 하나를 새롭게 해석한 것이 아니라, 이순신 함대가 당항포해전 직후 어디에서 하룻밤을 보냈는지를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계 속 단 한 줄의 기록​

1592년 음력 6월 5일, 이순신 장군은 고성 당항포에서 왜선 26척을 격파했다. 승전 직후 작성한 장계 「당포파왜병장」에는 다음 날의 행적도 기록되어 있다.

"비바람 때문에 당항포 앞바다에 머물렀다가 저녁에 고성 땅 멀우장(固城地亇乙于塲) 바다 가운데로 나아가 밤을 지냈다."

그러나 이 기록 속 '亇乙于塲'은 지금까지 정확한 음가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마을우장', '마을간장', '맛슬간장' 등 여러 해석이 제시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연구는 부족했다.

 

당항포 앞바다 주변 지역 지명 / 지도 : 국토정보플랫폼


'마을우장'이 아니라 '멀우장'

연구진은 먼저 지명의 음가부터 다시 검토했다. 조선시대 이두와 차자 표기 사례를 분석한 결과 亇乙은 '멀'을 나타내는 표기이며, 세 번째 글자는 干(간)이 아니라 于(우)가 타당하다고 보았다. 특히 조선시대 건축 용어인 '머름'이 亇乙軒(멀헌), 亇乙險(멀험), 亇乙音(멀음) 등으로 표기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亇乙의 음가가 '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함경도의 옛 지명 亇乙于施培, 亇乙于城과 비교 분석한 결과도 '亇乙于'를 '멀우' 또는 '머루'로 읽는 근거를 제공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장계의 亇乙于塲은 '멀우장'으로 읽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포도도와 머루의 연결고리

‘조선지도’에 기록된 지명 광이면과 포도도 / 출처: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포도도(葡萄島)'와 '멀우장'을 연결한 점이다. 조선시대 현재의 경남 고성군 동해면 동부 지역은 지형상 반도이지만 섬처럼 '포도도'라고 불렸다. 그런데 조선시대 순우리말에서 포도는 '멀위', '머뤼', '머루' 등으로 불렸다. 연구진은 '멀위'가 음운 변화 과정을 거치며 '머루'가 되었고, '멀우장' 역시 같은 계통의 지명이라고 분석했다. 즉, 포도(葡萄) → 멀위 → 머루 → 멀우장이라는 언어학적 연결고리를 제시한 것이다.

조선시대 문헌들이 하나로 이어지다

연구진은 『호구총수』, 『경상도속찬지리지』, 『목장지도』 등 여러 문헌을 서로 대조했다.『호구총수』에는 포도도에 속한 일곱 개 마을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며정포리(旀丁浦里)가 현재의 고성군 동해면 용정리 매정마을에 해당한다. 또 『경상도속찬지리지』에는 이 일대에 말을상곶목장(末乙上串牧場, 말우곶목장)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목장지도』에는 같은 지역을 포도장(葡萄場, 멀우장)으로 표기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해 '멀우장'은 현재의 고성군 동해면 용정리 매정마을을 가리키는 지명이라고 결론지었다.

 

현대 지도에 표시한 ‘호구총수’의 고성현 광이운면 포도도 마을 지명 / 지도: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정보플랫폼

 

당항포해전 이후 함대 이동 경로도 복원

이번 연구는 이순신 함대의 이동 경로도 보다 선명하게 보여준다. 장계 기록에 따르면 조선수군은 당항포해전 승리 → 당항포 앞바다에서 하루 대기 → 멀우장(현재의 매정마을) 앞바다에서 숙영 → 다음 날 증도 → 영등포 순으로 이동했다. 기존에는 '고성 동해면 일대' 정도로만 추정되던 숙영지가 매정마을 앞바다로 구체화된 것이다.

역사와 지역을 잇는 연구

이봉수 소장은 "이순신 장군의 장계에는 임진왜란 해전사를 복원하는 중요한 지명이 적지 않지만, 아직도 위치가 밝혀지지 않은 곳들이 남아 있다"며 "이번 연구는 언어학과 역사지리학, 고문헌 연구를 종합해 장계 속 미상 지명의 실체를 규명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헌식 선임연구원도 "이번 연구는 당항포해전 이후 조선수군의 이동 경로를 보다 정확하게 복원한 성과"라며 "앞으로 당항포해전 연구는 물론 고성지역 이순신 전적지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관광 콘텐츠를 발전시키는 데도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상 지명 하나를 찾아낸 데 그치지 않는다. 430여 년 동안 남아 있던 이순신 장계의 빈칸을 메우고, 당항포해전 이후 조선수군의 실제 항로와 숙영지를 구체적으로 복원했다는 점에서 임진왜란 해전사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작성 2026.07.13 12:55 수정 2026.07.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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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