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9년 11월 29일) 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우리 여덟 명은 소녀시대라는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부터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해 왔고 결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그룹이 아니에요. 저희와 같이 땀 흘린 추억이 없으신 분들은 함부로 소녀시대 이름을 내세워서 저희를 당황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와 같은 태연의 글은 전날 MBN '보이스퀸'에 출연한 SM 연습생 출신 홍민지가 이날 방송에서 "어쩌면 소녀시대가 될 뻔했던 17년 전 SM 연습생 출신이다. 소녀시대 데뷔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내 자리가 저긴데라고 생각했다"라고 언급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는 보도다.
12월 4일 뉴욕판 한국일보 오피니언 페이지에 실린 [단상]에서 필자 송윤정(금융전문가) 님은 아래와 같은 '자유로운 혼을 위한 영가'를 부른다.
"나는 외신으로 보도된 그녀의 죽음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과 사진을 보았었다. '설리,' 본명 최진리, 한국사회의 편견에 세상 밖으로 내몰린 자유로운 혼, 비바람이 거센, 가을이 깊어가는 날, 나는 흑인 영가인 '깊은 강(Deep River)'을 들으며 기도한다.
자유로운 혼을 지닌 모든 젊은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수 있기를,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편견이라는 악령에 사로잡힌 내 모국이 그 악령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어두운 밤이 오기 전 개인 하늘의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었으면."
우생의 졸저 ‘코스미안 어레인보우’에 실린 글 '사후死後 청심환淸心丸'을 통해 나는 장탄식(長歎息)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나는 다음과 같은 공개편지를 이곳 미국교포 일간지에 썼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이 편지가 당사자에게 전달되었었더라면 그녀는 그렇게 일찍 불귀(不歸)의 객(客)이 되지 않고 오늘도 우리와 함께 숨을 쉬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 아픈 상상 아닌 망상에 빠진다.
한국에서 최진실 양을 다룬 ‘인간시대’ 비디오를 빌려다 보고 견디다 못해 이렇게 펜을 들었다. 먼저 내 멋대로 말 놓는 것 용서해주기 바란다. 진실 양이 내 친딸 같아 그러는 것이니 진실 양과 같은 나이의 딸이 내게 있을 뿐만 아니라 쌍둥이 딸로 태어나자마자 한 아이를 잃었다. 그래서 늘 잃어버린 이 아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다 보니 네 또래 애들이 죄다 하나같이 내 딸 같기만 하구나. 게다가 진실이 아빠처럼 나도 집 떠나 사는 삶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그리는 사람은 늘 가슴속에 있으니까.
어렵게 자라 지금은 많은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으나 여전히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괴로워하는 진실이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대대로 전(前) 세대가 그랬었겠지만 진실이 부모세대 또한 진실이 세대 이상으로 고생하며 자랐다. 하지만 내가 고국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 아무리 집이 가난하고 춥고 배고프고 전쟁으로 고아가 되어도 어린이들은 겁먹지 않고 절망하지 않으면서 씩씩하게 컸다.
세월은 흘러 세상이 많이 변했다지만 요즈음 젊은이 아니 어린이들까지 절망하고 자포자기하는 것을 볼 때 나도 가슴 많이 아프고 안타깝다. 뒤돌아보면 나 또한 부러운 것이 너무너무 많았다. 어느 천년에 무엇 무엇을 나도 한번 해보나. 생과자집 앞을 지날 때면 언제나 나도 한번 저런 과자를 먹어보나. 언제나 나도 택시 한번 타보나.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보나. 내 전화, 자동차, 집을 가져보나….
그러노라니 요즘 세상에선 돼지도 잘 안 먹을 꿀꿀이 죽(미군식당에서 나온, 담배꽁초까지 섞인 음식 찌꺼기 쓰레기를 끓인 것)도 못 사 먹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거리에서 신문팔이 하던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신문기자를 거쳐 신문에 칼럼까지 쓰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이런 달성 가능한 목적만 추구할 때 사람은 만족을 모르게 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도로아미타불'이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사람의 욕심이란 한이 없기 때문이겠지. 있으면 있는 대로 있는 것 놓칠까 봐 불안하고 더 가져보려고 초조해지는가 보다. 그래 봤자 도토리 키 재기 아니겠니? 남과 비교한다는 게….
흔히 생존경쟁이라 한다마는 남과 경쟁한다기보다 우리 각자 자신의 가능성과 경쟁하는 것일 테고, 매사에 성공이냐 실패냐의 결과보다 그 과정이 중요하며 삶이라는 산을 오르는 기쁨과 즐거움, 그 경험 자체가 전부 아닐까? 결과가 어떻든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면 너 스스로 만족할 수 있고, 진정으로 너의 최선을 다한 뒤에는 후회 없이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진실로 진실의 행복 아니겠니.
또 진실이면 된다. 진실로 다른 사람이 원하고 기대하는 진실이 아니고 진실이 되고 싶은 진실로 말이다. 다른 사람 마음에 들기 전에 진실이 마음에 들어 진실 자체, 자신부터 기쁘게 할 일이고, 진실된 삶을 최고 최대한으로 만끽, 순간순간 유감없이 즐길 일이다. 진실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꾸밈없이 아름답게 성장 성숙해가면서 용감하게 열정적으로 진실이 하고 싶은 일 끝까지 힘껏 신념 껏 재주껏 해보라고, 그러면서 너그럽고 여유 있게 삶의 기쁨을 나누면서 맛보라고. 다시 말하 끝없이 열심히 배우고 죽도록 사랑하면서 진실로 이상적으로 살아보라는 것이다.
밑 빠진 독처럼 욕심이나 야망으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것이 사람의 가슴이고, 말라버린 샘터나 가시넝쿨같이 미움이나 시샘으로는 절대로 키울 수 없는 게 우리 사랑하는 가슴이 준 말 '사슴'이다. 받고 받아도 더 받고 싶은 수렁 같은 마음(魔淫)밭이 욕심이라면 주고 또 줘도 더 끝없이 한없이 주고 싶은 '사슴의 마음,' 곧 사랑 사자(字) '사'에다 마음 음자(字) '음'을 우물 판 '사음'이 사랑으로 끝없이 한없이 샘솟으리. 그리하여 앞서 말한 내 쌍둥이 이름 '해아, 태양 '해'와 바다 '해(海 )' 아해 '아(兒)'의 뜻대로.
태양의 정열과 창공의 희망을 갖고, 순진무구한 동심과 진정한 모성애 넘치는, 바다의 낭만을 지닌 태양과 바다의 아이로 진실의 얼굴에서 모든 그늘 사라지고 영원한 젊음이 햇빛처럼 찬란히 아름답게 빛나라.
진실이 생부(生父), 양부( 養父), 계부(繼父)는 아니지만 엑스트라(extra) 여부(餘.父)로서 여부(如.父)같이 되고 싶은 나 이태상(李泰相)이 이 편지를 쓴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아, 이 편지가 생전에 최진실 양이 아닌 '설리' 최진리 양에게라도 전달될 수 있었더라면….
각설하고 태연 양을 포함해 그동안 '자유로운 혼을 지닌 모든 젊은이'뿐만 아니라 모든 지구인을 열광시켜온 소녀시대 멤버들이 이젠 '소녀시대'를 졸업하고 어서 '코스미안 시대'를 열어줄 것을 간곡히 청원해 마지않는다. 간절히 빌고 바라건대 더이상 털끝만치도 '악플'같은 것에 전혀 개의치 말고 자고로 자신의 자존감을 못 느끼는 자들이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인정하지 못하는 법이니 그런 구제 불능의 가련한 족속이 아닌 것만을 천만다행으로 여길 일이어라. '똥파리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우리 옛말도 있듯이 태연 양 이름 그대로 앞으로는 문자 그대로 태연자약(泰然自若)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