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인곡(人曲) ‘아리랑’부터 불러보리

이태상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 우주는 어떻게 생겼는가. 우주 속에 내가 존재하는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내 몸이 소멸되면 내 마음과 정신도 없어지는가. 육체와 영혼이 별개의 것으로 분리될 수 있겠는가.

 

이 같은 거창한 문제에 만인이 만족할 만한 해답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해답을 찾아볼 수밖에 없으리라.

 

밖으로 보나 안으로 보나 무궁무진 무한한 이 우주의 영원한 수수께끼를 풀어보기 위해 태어난 신비스러운 우리 자신들이 아닌가. 이토록 신비로운 삶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해답을 찾는 일이 언감생심이라면 신곡(神曲)이 아닌 인곡(人曲)부터 지어 부른,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포크 스타 밥 딜런(Bob Dylan 1941 - )1970년대 대표적인 반전시위노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Blowing in the Wind,’ 아니 그보다도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정감 넘치는 아리랑가락이 그 바람개비 풍향계(風向計)가 될 수 있으리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란 노래를 들으면 한국에 살고 있든 해외에 살고 있든 우리 모두가 다 가슴이 찡해지지 않는가. 이는 비단 한국인의 경우일 뿐 아니라 인류가 다 그러하리라.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에 선정되지 않았는가. 2011년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 유명작곡가들로 이루어진 세계 아름다운 곡 선정하기 대회에서 지지율 82%라는 엄청난 지지를 받고 아리랑이 선정됐는데 선정 과정 중에서 단 한 명의 한국인도 없었고 이들은 놀라는 눈치였다는 보도였다.

 

아리랑의 시원과 비밀을 풀자면 지상이 아니라 천상의 세계까지 찾아봐야 할지 모른다. 아리랑은 인간만의 노래가 아닐 수 있다. 인간 태초의 소리가 담겨 있다는 아리랑은 어쩌면 외계인과도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나는 아리랑이 남과 북은 물론이고 지구인과 외계인과의 소통까지 가능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태어나 처음 내뱉는 옹알이가 아리, 아리랑이 되었듯이 아리랑이 우주에서 통할 원초적 언어라면 아리랑을 매개로 우주 저 반대편과 통하는 날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20151222일자 중앙일보 일간스포츠 갓모닝칼럼 을미년, 우리 의식을 깨우게 한 아리랑에서 차길진(1947-2019) 후암미래연구소 대표가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아리랑은 우리 민족이 인생의 한을 흥겹게, 때로는 구슬프게 승화시켜왔다면 옛날얘기는 그만두고 지난 한 세기만 돌아보더라도 너무도 한 많은 세월이 아니었나.

 

뉴욕타임스는 20151219일자에서 한국에서 그 당시 논란을 빚고 있던 박유하 세종대 일문과 교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 관한 내용을 대서특필했었다. 이 보도를 계기로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박 교수의 해임을 대학 당국에 촉구했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주한미군을 따라다니는 담요부대(Blanket Corps)’로 불린 한국인 매춘부들에 비교하는가 하면 가난에 의한 자발적 지원이고 일본군과 동지 같은 관계를 형성했었다는 등의 책 내용이 큰 파문을 일으켰었다.

 

우리 조상들이 지금처럼 당쟁만 일삼다가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기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젊은 남자들은 징병으로, 나이 좀 든 남자들은 징용으로 끌려나가 개죽음을 당하거나 혹사당하다 병사하지 않았는가. 동시에 생과부가 된 여인들은 어떻게든 가족의 생계를 꾸려 가야 했고, 어린 아가씨들은 강제였든 아니었든 생존수단으로 성 노예가 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2차 대전 종전으로 해방을 맞았으나 남북으로 갈려 동족상잔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지 않는가. 또 월남전에는 일종의 용병으로 참전해 무고한 생명들을 살상하고 자신들의 목숨도 바치지 않았는가.

 

과거 역사의 교훈을 모르는 민족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병자호란,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6.25 전쟁도 잊은 채 저마다 밥그릇 싸움에만 이전투구라니 아, 슬프도다! 돈으로 선진국이 된들 정신이 썩으면 얼마나 버틸까. 법 이전에 정직하게 도덕과 양심으로 살아가는 나라가 되려면 잘못을 알면서도 외면하지 말고 투표 때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주는 국민이 돼야 하리라.

 

, 이제, 시야를 한반도, 동서양을 넘어온 지구촌으로 돌려 보리라. 우리는 모두 오디세우스의 후손이고 단테의 후예가 아닌가. 8살 된 베아트리체를 우연히 보게 된 9살의 단테는 평생 베아트리체를 기억하고 사랑하기 시작한다. 귀여운 아이 베아트리체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다음 불과 24살의 젊은 나이에 죽는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베아트리체이지만 그녀를 잊을 수 없었던 단테는 그녀를 위해 신곡(神曲)’을 쓴다. ‘신곡에 등장하는 베아트리체는 더이상 아름다운 인간이 아닌 사랑-자비-성령 그 자체다. 8실짜리 아이가 신()이 된다.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애창되는 미국 포크송 메기의 추억이 있다. 원제목인 메기, 그대와 내가 청춘이었을 때(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란 시는 이렇게 끝맺는다.

 

사람들은 내가 나이 들었다고 말하지요

내 걸음걸이는 예전에 비해 느려졌다오

시간이란 세월이 그렇게 만들어버렸죠

얼굴에는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의 사연이 적혀 있다오

(중략)

우리가 같이 한 시간들

함께 부른 노래들은 이미 흘러간 시대의

낡은 것들이라 사람들은 말하지만

메기, 당신은 우리가 젊었을 때 그 시절 그 모습으로

여전히 아름답게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다오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시는 체험이라고 했다. 토론토대학에 재직하던 조지 존슨은 학생이던 메기 클락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단풍잎이라는 자신의 시집에 폐결핵으로 투병하는 아내를 위한 사랑의 시를 바친다. 이 시에 친구인 제임스 버터필드가 1864년 곡을 붙였으나 메기는 23세의 나이로 떠나 이 사랑의 노래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야 희미한 옛 생각

동산 수풀은 없어지고

장미화는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우리는 모두 하나같이 고향을 떠난 나그네들이다. 모든 인간의 고향은 바다였고, 바다의 기원은 지구란 행성을 만들어 낸 우주의 티끌이며, 이 티끌은 빅뱅(Big Bang)에서 시작되었다면, 우리말로 해서 하늘과 땅이 교합해서 생긴 우주 만물의 영원한 고향은 하늘의 정기를 받은 코스모스바다이리라. 이 코스모스 바다로 날아가는 우리 모든 우주 나그네 코스미안의 노래가 바로 우리의 인곡(人曲)아리랑이리.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27 11:51 수정 2020.09.1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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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