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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개하는 계절. 꽃이 피니 마음이 화사해진다. 지는 꽃을 보니 마음이 애잔하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이 봄 마음에 꽃을 가져와 심고 피운다.
봄에 하고 싶은 일, 봄이면 하게 되는 일. 창밖의 목련을 보며 베토벤 소나타 ‘비창’을 듣는다. 바람 속을 노니는 백의(白衣)의 존재. 피아노 선율을 타고 하얗게 내려앉는 나비들. 두런두런 마음을 던지는 목련에게 ‘비창’을 보낸다.
책의 한 구절이 뇌리를 스쳐갔다. “국화는 은자의 꽃, 모란은 부귀의 꽃, 그리고 연꽃은 군자의 꽃.”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티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며, 주변과의 엉클어짐이나 허튼 섞임을 하지 않는 고고함 속에서 필자는 군자의 기상을 보았을 것이다. 목련의 꽃말을 생각해본다.
찬바람 잦아들던 날 봉오리가 소담스레 부풀더니, 하얗고 지순한 자태로 한 시절을 보내다가 이내 큰 잎을 툭툭 떨어뜨리는 목련. 고고하고 “영화롭던” 짧은 시간을 구름처럼 보내고 여린 바람에 조금씩 무게를 덜어간다. 절정의 순간에서 순응하여 비우고 떠나는 숭고함이 있기에, 그 떠남이 애잔하다.
당신의 떠남처럼, 화사한 봄에 떠나는 영령처럼, 목련은 지고 잊힐 것이다. 푸른 잔디에 누워 영화로웠던 즐거움을 기억하며 다음 봄을 기약할 것이다. 목련을 위한 선율.
살아있는 모든 것과, 떠나는 모든 것을 향한 목련의 인사. ‘비창’ 2악장이 끝나는 시간.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