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자언자득(自言自得)이어라

이태상

 



얼마 전 미주판 중앙일보 오피니언 페이지 칼럼 리듬에서 정명숙 시인은 이렇게 글을 맺는다.

 

심장이 멈추면 죽음이다. 심장은 생명의 근원이다. 심장은 생체리듬이다. 삶도 리듬이다. 날마다 죽어가는 이가 있고 태어나는 이가 있어 생태계는 균형이 이루어진다. 생태계에는 사계절이 있다. 사계절은 리듬을 타고 반복된다. 우리는 한평생 사계절의 리듬을 통해 배우고 느끼면서 살아간다. 진정한 예술가는 자연의 사계절에서 영감을 얻는다. 자연 이상 가는 스승은 없다. 오묘한 자연의 이치는 리듬에 있다. 비발디의 사계절은 황홀하다. 음악은 리듬이고 멜로디를 걸치면 멋진 신세계가 열린다. 문학이 언어예술이라면 음악은 리듬예술이다. 언어 또한 리듬이 있다. 쿵쿵, 쿵쿵, 환자의 심박동 소리가 리드미컬하다. 세상에 있는 모든 리듬이 나를 에워싼다. 이 리듬을 음미할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

 

내 주위에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콕 신세가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변종 코로나19 ‘독감말고도, 걸리게 되는 마음의 독감 감기라는 이 우울증은 사소한 것들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시인 황동규는 즐거운 편지에서 사소함속에 온 우주가 깃들어 있다고 이렇게 노래한다.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맬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결코 거창한 일들이 아니고 아주 사소(些少)한 모든 것의 한없이 경이로운 신비를 발견하면 이것이 곧 자연의 리듬이 되고 우주의 멜로디로 승화하는 것이리라.

 

당분간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자의 반, 타의 반, 싫든 좋든, 우리 모두 은둔자(隱遁者)’가 된 마당에 우리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방랑자(The Wanderer: His Parables and Sayings, 1932)에 나오는 은자(隱者)와 짐승들(THE HERMIT AND THE BEASTS)’ 이야기를 반추(反芻)해보자.

 

언젠가 푸른 초원 언덕에 한 은자(隱者)가 살았다. 그의 정신은 고매(高邁)하고 그의 마음은 순결(純潔)했다. 육지의 모든 동물들과 하늘의 새들이 쌍쌍으로 그의 주위로 몰려들고 그가 말을 하자 날이 저물도록 모두 떠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모든 짐승들을 축복해주면서 숲과 하늘로 돌려보냈다.

 

하루 저녁 무렵 그가 사랑에 대해 말을 하고 있을 때 한 표범이 고개를 들고 그에게 물었다.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선생님의 짝은 어디에 있습니까?”

 

은자가 대답해 말하기를,

 

난 짝이 없다네.”

 

그러자 모든 짐승들과 새들이 크게 놀라워하면서 저희들끼리 말하기를,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우리에게 짝짓고 사랑하는 일에 대해 말해 줄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은자를 경멸하면서 다들 떠나가 버렸다. 그날 밤 은자는 땅에 자리를 깔고 엎드려 통곡하면서 두 손으로 가슴을 쳤다.

 

Once there lived among the green hills a hermit. He was pure of spirit and white of heart. And all the animals of the land and all the fowls of the air came to him in pairs and he spoke unto them. They heard him gladly, and they would gather near unto him, and would not go until nightfall, when he would send them away, entrusting them to the wind and the woods with his blessing.

 

Upon an evening as he was speaking of love, a leopard raised her head and said to the hermit,

 

“You speak to us of loving. Tell us, Sir, where is your mate?”

 

And the hermit said,

 

“I have no mate.”

 

Then a great cry of surprise rose from the company of beasts and fowls, and they began to say among themselves,

 

“How can he tell us of loving and mating when he himself knows naught thereof?”

 

And quietly and in disdain they left him alone.

 

That night the hermit lay upon his mat with his face earthward, and he wept bitterly and beat his hands upon his breast.

 

우리말에 말이 씨가 된다느니 입턱이 되턱 된다고 한다. 제가 저지른 일의 과보(果報)를 제가 받는다는 뜻의 자업자득이나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자신이 구속되어 괴로움을 당한다는 의미의 자승자박(自繩自縛)과 일맥상통하는 말로 영어로는 자가실현의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라고 한다.

 

그 실례를 요절한 두 시인의 삶에서 볼 수 있으리라. 자살이든 타살이든 간에 초혼(招魂)’에서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를 절규(絶叫)한 김소월이나 쉽게 씌어진 에서 시인이란 슬픈 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라고 미래를 내다보며 해방되기 6개월 전 운명(殞命)한 윤동주 말이어라.

 

이러한 예를 우리는 수많은 가수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몇몇 가수들의 삶과 죽음을 좀 살펴보리라.

 

노래 가사에 비춰진 가수들의 운명(運命)

 

작곡가 정민섭, 가수 양미란 커플은 달콤하고 상냥하게,’ ‘당신의 뜻이라면,’ ‘범띠 가시네,’ ‘봄 길,’ ‘흑점등 많은 히트곡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양미란은 이 노래 중에 흑점을 부르고 나서 얼마 후에 골수암으로 타계했고, 남편 정민섭도 몇 년 뒤인 198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주위를 가슴 아프게 했다.

 

운명은 말하는 대로 결정된다. 슬픈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대부분 일찍 타계했다는 논문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1897-1926)은 죽음을 찬미하는 ()의 찬미를 불렀다가 1926년 현해탄에 몸을 던져 그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윤심덕의 자살은 유부남이었던 김우진과 사랑을 비관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가수 권혜경(1931-2008)1956년 당시 서울 중앙방송국(KBS)의 제2기 전속가수로 입사한 후 다음 해인 1957년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의 첫사랑의 화원,’ ‘동심초,’ ‘호반의 벤치,’ ‘물새 우는 해변,’ 등을 불러 1950년대 최고 인기 가수로 활동하다가 1959년 발병한 심장판막증과 그 후유증으로 발병한 후두암으로 시작된 투병생활로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결국 가수 활동을 중단하고 그 후 그녀는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山莊)로 시작되는 그녀의 히트곡 산장의 여인노랫말처럼 홀로 적적히 노년을 지내다가 첫사랑의 화원처럼 꽃 피고 새 울던 그날, 2008525일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가수 송춘희는 1937년 평안북도 영변에서 팔 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갓 스물에 소녀가장이 되어 한살 배기 막내동생을 등에 업고 악극단 오디션장을 찾아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 1966년 부른 수덕사의 여승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의 집안은 목사가 5명이 있을 정도로 독실한 개신교 집안으로 그녀 역시 10대까지만 해도 교회에 다녔는데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건 히트곡 수덕사의 여승이라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공연 때마다 진행자가 수덕사에 가봤느냐?”고 묻는거에요. 당시 수덕사는 교통이 좋지 않아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없어서, 대신 가까운 사찰을 찾아 법당에 들어갔어요. 절도 할 줄 몰라 우두커니 서 있는데 부처님을 바로 보니 빙그레 웃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부처님의 미소는 교회 대신 절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 후로 숭산 스님이 지어준 법명이 백련화(白蓮華)’로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불교 포교사가 되었다고 한다.

 

전라남도 목포 출생의 일제 강점기 트로트 가수 이난영(1916-1965)은 대표곡 목포의 눈물을 부르고 슬픈 인생을 살다가 가슴앓이 병으로 49세에 숨졌다. 가수 박경애는 50세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녀가 부른 노래 곡예사의 첫사랑의 가사에 울어 봐도 소용없고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를 부른 국제 가요제 전문 가수 박경희도 그 노래 가사의 내용처럼 향년 53세에 패혈증과 신장질환으로 향년 53세에 별세했다. 가수 장덕(1961-1990)예정된 시간을 위하여를 부르고 사망했다.

 

가수 남인수(1918-1962)눈감아 드리리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창 나이에 눈감아 드리리의 노랫말처럼 일찍 눈을 감고 말았다. “0시의 이별을 부른 가수 배호(1942-1971)0시에, 그것도 마지막 잎새를 부르면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의 히트곡 중 하나인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부른 가수 차중락(1942-1968)27세의 젊은 나이에 낙엽처럼 떨어져 저세상에 가버렸다.

 

이름 모를 소녀를 열창하건 선망의 젊은 가수 김정호(1952-1985)34살의 젊은 나이로 그의 노래 가사처럼 진짜로 가버렸다.

 

간다 간다 정든 님이 떠나간다

나를 두고 정든 님 떠나간다

님의 손목 꼭 붙들고 애원을 해도

님의 가슴 부여 잡고 울어

울어도 뿌리치고 떠나 가더라 속절도 없이

오는 정 가는 정에 정이 들어

사랑을 했던 님

어쩌면 그렇게도 야속하게 가시나요

간다 간다

나를 두고 정든 님 떠나간다

 

이 곡은 온몸을 불사른 김정호의 마지막 불꽃 죽음을 예견한 상여가락을 연상시키는 선율이라고 한다. 이별의 종착역’, ‘떠나가 버렸네를 부른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대표적인 가수 김현식(1958-1990)32세에 요절했다. ‘우울한 편지를 부른 가수 유재하(1962-1987)25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가수 하수영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르고 나서 34세로 세상을 떠났다. 가수 김광석(1964-1996)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나서 그즈음 32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별’을 불렀던 대형 가수 패티 김은 작곡가 길옥윤과 이별했다. 고려대 법대 출신의 가수 김상희는 멀리 있어도를 부르면서 남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어 몇 년간 떨어져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가수 조미미는 35세까지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바다가 육지라면이 히트되면서 재일 교포가 바다를 건너와 결혼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노처녀로 지내다가 만남을 부른 노사연은 가수 이무송과 결혼했다. ‘세상은 요지경을 불렀던 신신애는 사기를 당해 모든 것을 잃었다. 노랫말 그대로,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을 친다였던 것이라고 한다.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를 불렀던 가수 송대관은 한동안 주춤했다가 노랫말대로 진짜 쨍하고 해뜨는 날을 맞았다. 송대관은 그의 첫 히트곡이 세월이 약이겠지요이었는데 이 노래 제목처럼 진짜로 세월이 약이 되었다고 한다.

 

가수가 노래 한 곡을 취입하기 위해 같은 노래를 보통 2,000-3,000번이나 부른다고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똑같은 일이 생겨나는 것이리라. 우리나라가 그래도 이만큼 잘살게 된 이유가 코흘리개 아이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이 코를 흘리니까 어른들이 말하기를 얘야! ()해라라는 말을 많이 해서 우리나라가 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어디에서 보니 김영삼 대통령이 중학생 때 자기 집 제 책상 앞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써 붙여놨었다고 했다. 우리 생각 좀 해보자.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를 가르치기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고사(古史/古事)에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란 말이 있지만, 한 사람의 교육과 운명은 태생전() 태교육(胎敎育)으로부터 시작해서 태생후() 작명(作名)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입 밖으로 내뱉는 말 한마디, 품는 생각 하나, 꾸는 꿈 하나하나가 결정하는 것이리라.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영어로는 ‘With our thoughts we make the world.’라 하는 것이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5.02 10:52 수정 2020.05.0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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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