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은 기억하여 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이 없으면 낮을 인식하지 못한다. 음양은 모든 삼라만상의 현상이 음(陰)과 양(陽)의 모습으로 비교되며 인식하는 능력의 시작을 뜻한다. 남들이 있기에 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주위에 앞과 뒤가 있고 바른쪽과 왼쪽이 있기에 사방을 보게 되었다. 사방이 있기에 나의 위치가 중앙에 있음을 알고 주위에 네 방향과 중앙의 한자리를 합하여 다섯 자리, 오행(五行)이 성립하였다. 다섯 손가락을 보는 숫자로 가장 쉬운 이해 방법이었다.
이러한 이해 능력이 농사짓기 시작하는 한반도에서 태어나서 인류의 문명 발상지인 요하문명의 시원이 되고 고조선 고구려로 이어졌다. 종교, 과학, 수학의 시원이 되어 음양오행(陰陽五行)은 우리 문화의 근간이다. 우주의 운행, 자연 사물의 인과응보, 사람 운명의 흐름이 음양오행으로 운영되는 원칙으로 이해되었다. 한반도에서 조선시대까지 적용된 종교적 이념이었기에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의 왕궁 어좌 뒤에 그려진 오악도는 달(음)과 해(양) 그리고 다섯 산봉우리(오행)를 그려 놓았다. 왕은 천명을 이어받아 국사를 다스림에 음양오행(우주)의 천리를 따르라는 뜻이다. 신이 자연을 관리하는 질서이며 왕이 국사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여겨졌다.
고조선/고구려인은 별자리에 대해서도 지극한 관심을 가졌다. 벽화 고분 천장에 해, 달과 함께 많은 별자리들이 나타나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북두칠성이다. 밤하늘에 북극성을 중심으로 모든 별들이 회전하는 중에 북극성에 가장 가까운 별자리는 북두칠성이다. 우리 선조는 하늘에 천궁이 있고 바다에는 용궁이 있다고 믿었다. 천궁에 북극성을 천왕으로 일곱신하가 하늘을 다스림으로 여기며 고인돌 덮개바위에 별자리를 새겨 놓으며 “7” 숫자는 성스러운 상징이 되었다. 음과 양 그리고 오행의 숫자를 합하면 일곱이 되어 음력 7월 7일에 견우와 직녀가 만남을 비롯하여 불교 경전에 성스러운 숫자이며 성경에 4백 50여 번 나타난다. 동로마에서 시작된 일주일이 7일 됨도 훈족이 전해준 고구려의 음양오행에서 왔다.
농사짓는 한 해를 사계절로 나누고 내 집이 중앙에 있는 생각으로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였다. 평안남도 강서군에 강서대묘, 지린성 지안시에 무용총, 북한 남포시에 매산리 사신총, 평안남도 강서군에 약수리고분, 그리고 평안남도 룡강군에 쌍영총, 등의 벽화에서 사신도를 볼 수 있다. 평안남도 강서군에 강서대묘(江西大墓)는 고구려고분 중에 가장 큰 벽화 고분이며 한국의 고분벽화 중에 대표작인 걸작으로 평가된다. 남벽의 입구에는 인동과 당초 무늬를 장식하고, 좌우의 좁은 벽에는 주작을 한 마리 씩 그렸다. 동벽에는 청룡, 서벽에는 백호, 북벽에는 현무를 각각 그렸다.
무용총 동쪽벽에 청룡, 서쪽에 백호가 선인과 연꽃 등과 함께 그려져 있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남쪽에 그려진 수탉 두 마리이다. 농사지으며 닭은 처음부터 함께 살아온 날지 못하는 새다. 이집트 투탄카먼의 고분 발굴하는 중에 나타난 깨진 접시 조각에 아프리카에 없는 닭이 그려져 있었다. 고구려 고분과 이집트 고분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근거이다. 전실은 생시의 모습이고 후실은 영혼을 간직한 양식도 동일하다. 우리나라 역사에 머리에 꽂은 새의 깃은 우리 문화가 중국, 북남미 원주민, 유럽의 로마에 전해져서 세계역사를 통해 잘 알려진 특색이다.
북한 남포시에 위치한 매산리 사신총은, 무덤방 안에 있는 수렵도가 인상적이다. 외방무덤으로 네 벽에 사신과 인물풍속도가 그려졌다. 북벽에는 현무가, 그 위에는 북두칠성 별자리가 있다. 동벽 청룡의 윗부분 가운데에는 해를 상징하는 세발까마귀가, 서벽 백호 위에는 수렵도, 그 위에는 달 두꺼비가 그려졌다. 남벽에는 봉황 모습으로 그려진 주작 두 마리가 마주하고 있다. 태양 안에 삼족오는 태양숭배 사상과 조류숭배 신앙이 동일화된 우주사상이다. 세 발 까마귀는 고주몽이 햇빛을 받아 알에서 태어났다는 사상으로 해(日)와 알(鳥)은 고구려 신화의 표현이다. 훈족이 서로마를 정복하고 동로마를 다스리며 세발까마귀의 깃발을 전해주어 로마의 깃발이 되었다.
이집트 파라오 투탄카먼의 무덤에 영혼을 지키는 4여신이 사방에 세워졌고 낮을 상징하는 소의신과 밤을 상징하는 개의 신이 함께 금빛 방 안에 주인의 영혼을 지키는 음양오행의 양식을 볼 수 있다. 투탄카먼의 2개의 전실과 2개의 후실이 생시의 유물상과 사후의 시신과 영혼을 보관한다. 약수리고분과 평안남도 안악고분 3호는 전실과 후실로 나누어진 두방 무덤이다. 전실에는 주행렬도, 수렵도, 주인공의 생시 생활을 그렸고 후실 널방 벽면 상단에는 사방신을 그려서 고구려에서 별자리 방위신으로 성격이 분명하다.
쌍영총 고분과 약수리고분에서 보여주듯 사신도(四神圖)는 동쪽의 청룡(靑龍), 서쪽의 백호(白虎), 남쪽의 주작(朱雀), 북쪽의 현무(玄武)를 일컫는다. 오행 사상에 따라 중앙은 토(土)로서 황색, 동방은 수(水)로 청색, 서방은 목(木)으로 백색, 남방은 화(火)로 적색, 북방은 금(金 )으로 흑색, 등 흑백과 삼원색으로 색깔을 맞추었다. 농사짓는 삶의 주위에 흙, 물, 불, 나무, 돌(금속시대에 금속)들이 세상을 이루었음을 지적하였다. 중앙에 사람이 있고 동쪽에 물고기(후에 룡으로 바뀜), 서쪽에 네발짐승, 남쪽에 새(후에 봉황으로 바뀜), 북쪽에 뱀(후에 거북으로 바뀜), 등으로 살아 있는 다섯 가지 동물을 분류하였다. 사람이 사는 집을 중앙에 두고 동에서 오는 봄, 남에서 오는 여름, 서에서 오는 가을, 북에서 오는 겨울, 사계절을 설명하였다. 농사짓기 시작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반도 문화의 특색이다.
천문 과학이 발달하며 태양계의 다섯별을 관찰하였다. 태양에서 가까운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의 다섯 별자리를 오행으로 나누었다. 이십팔수(二十八宿)는 고대로부터 동아시아에서 사용되어 온 황도와 천구의 적도 주변에 있는 28개의 별자리이다. 북극성을 기준으로 천구의 북극과 적도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구획하여 7수씩 나누어 이를 신령스러운 동물인 사신에 배정하였다. 고조선 시대의 유물에서도 청동거울에 고대문자로 새겨진 28수의 명칭과 형태가 발견된다. 고조선의 체계와 과학은 인도의 천문학으로 전해지고 서남아시아 바빌론까지도 전해졌다.
고구려의 오행설(五行說)은 오상(五常)의 덕치주의로 고구려 사회에 수용되었다. 오행방위 개념은 고구려 정치제도 5부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발해의 정치제도에도 활용되었다. 발해는 오행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정부 부서의 이름으로 사용했다. 고조선의 천문지식은 변화의 책(Iching, Book of changes)'으로 불려지는 주역(周易)으로 이어졌다. 주역에 음(陰)과 양(陽)을 일컬어 도(道)라 하고 도교의 기반이 되었다. 유교의 오륜(五倫)과 오상(五常)과도 관계가 깊기에 논어(論語)의 바탕이 되었다. 오행설은 자유정치이념의 정비와 정치구조의 개편, 지배이념의 강화 목적에 널리 활용되어왔다.
우리 선조는 사람 신체의 구조를 하나의 우주로 여기고 음양오행으로 풀이하였다. 오장을 오행의 속성으로 분별하면 간(肝臟)은 목, 비(脾臟과 胃)는 토, 폐(허파)는 금, 신(生殖器官과 膀胱)은 수, 심(心臟)은 화이다. 몸 안에 오장의 생리활동이 서로 협조하기도 하고 억제하고 저지하여 균형을 이루고 있다. 오장(五臟)은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이고 육부(六腑)는 담(膽) 소장(小腸) 위(胃) 대장(大腸) 방광(膀胱)이다. 오관(五官)은 눈 혀 입 코 귀이고 오체(五體)는 근육 맥 살 피부 털 뼈이다. 오지(五志)는 화냄 기쁨 근심 슬픔 무서움이고 오미(五味)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이다. 오성(五星)은 호(呼) 말(言) 노래(歌) 곡(哭) 신음(呻吟)이고 다섯 분비물은 호흡 눈물 땀 침 콧물이다. 평소 생활에서 내적소인(內的素因)과 외적요인(外的要因)과의 인과관계에 남거나 모자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의학과 음양오행을 요약하였다. 침술의학은 석기시대부터 시행해온 한반도 의술이다.
세계 종교의 시발과 전파과정을 관찰해 본다. 고조선의 도교는 중국 유교의 기반이 되고 인도 갠지스강의 불교의 근간이 되어 세계적 종교의 시작이었다. 그리스의 도시국가 왕들이 중국과 인도에 와서 불교 승려가 되어 동남아시아의 종교, 학문, 예술, 등을 배워 가서 동방박사들이 별들을 따라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예수가 탄생한다. 유대교의 구약과 합하여 이루어진 천주교는 동유럽에 분포되고 구약을 바탕으로 회교도가 서남아시아에서 시작되었다. 동유럽에 천주교는 침체되고 몽골의 칭기즈칸이 유럽을 점령하여 중세 암흑기 속의 유럽인들을 잠에서 깨웠다.
문예혁명이 일어나고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과 함께 개신교가 시작된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에서 감리교와 장로교가 미국으로 전해졌다. 세계1차 대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이차대전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정치력으로 서유럽의 기독교를 계승하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세계에 포진하였다. 지구가 동쪽으로 회전하는 동안, 종교와 문명은 한반도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회전하여 현대역사의 주축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이제 다시 고향을 찾아 동아시아로 돌아오는 중이다.
[최용완]
건축가·시인·수필가
서울공대 건축과 졸업
미네소타 주립대 대학원 졸업
오하이오주 건축회사 대표
미주문협 신인상 수상
자유문학 신인상 수상
에세이포레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