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주>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수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농인들의 언어로서 수어가 아직 뿌리를 다 못 내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농인들의 언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수어교육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에 김건휘 기자가 3주에 걸쳐 수어 교육이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자 합니다.
한국수화언어법이 2016년 제정되고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특수교육 현장에서 수어가 온전히 꽃피우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수어라고 하는 것을 하나의 ‘언어’로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다 보니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도 수어를 중점적으로 하기보다는 구화 등의 청능훈련을 지속적으로 지도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잔존청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청능훈련을 위시한 구화법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잔존청력이 전혀 없는 농 학생들에게까지 자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구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개별화교육을 지향하는 특수교육에서 불합리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특수교육의 주체는 우리 학생들이어야 한다. 부모도, 교사도 그 학생의 인생을 대신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선택지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하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농인 학생들이 자신이 농인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함과 동시에 농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는 자아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농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인들을 대상으로 수어 전승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 문법식 수어는 기본적 문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조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며, 농식 수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어가 사회적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의 조성에도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음성으로 산출되는 한국어가 아닌 한국수어를 사용하기에 농인들에게는 무엇보다 수어에 대한 많은 이해와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큰 감사로 다가올 수 있다.
조급하게 교사의 생각, 부모의 생각을 내세우기 보다는 학생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자. 그렇게 된다면 농인 학생들은 더욱 긍정적인 자아정체성이 형성되고 무엇보다 농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수어가 특수교육 현장에서 더욱 꽃피어 농인 학생들이 더욱 자신들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형성해 가기를 바란다,
김건휘 기자 loveseoulmirae09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