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꿀벌같이 살아 볼거나

이태상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 ) 는 어머니 자궁에서 아빠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가 만나 잉태되는 확률이 아라비아 사막에 있는 모래알 숫자보다 많은 수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이런 확률은 더 낮아진다. 왜냐하면, 복권 당첨이란 우리가 임신하기 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사람 중에 우리 부모가 될 남녀가 만나야 되고 이 두 사람의 성적(性的) 관계를 통해 불가사의하게도 내가 수정(受精) 수태(受胎)된 까닭에서다.

어디 그뿐이랴. 상상을 절()하는 태곳적에 크게 한탕 치는 빅뱅(Big Bang)’을 통해 우주의 원초적 정자들이 검은 구멍 블랙홀(Black Holes)’에 몰입해 수많은 별들이 탄생했을 터이고, 부지기수의 별들 가운데 하나인 이 지구라는 아주 작은 별에 생긴 무수한 생물과 무생물 중에서 당첨되는 이 복권이야말로 더할 수 없는 행운의 여신(Dame Fortune)’의 은총, 우리 말로는 삼신할머니의 점지란 축복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979-1955)()이 세상과 주사위 놀이를 한다. (God plays dice with the world.)”고 믿고 싶지 않았다지만, 신 또는 신적인 존재가 관여했든 안 했든 간에 천문학적으로 기적 이상의 복권 당첨으로 일단 인간으로, 그것도 우리 부모가 즐겁게 나눈 사랑이란 무지개를 타고 이 지구별에 태어난 우리 모든 코스미안들은 이 지상에 머무는 동안 만큼은 이 행운의 주사위 놀이를 해봄 직하지 않은가. 가능한 한 고생(苦生)이 아닌 낙생(樂牲)을 해보자는 말이다.

 

내 동료 법정 통역관 중에 로물로(Romulo)라는 아주 젊고 남성미 철철 넘치는 스패니쉬가 있다. 나와 스스럼없이 성적 농담도 즐겨 나누는 친한 사이다. 내가 이 친구에게 붙여준 별명이 제비 왕자(Prince Gigolo)’이다.

 

이 친구는 얼굴에 시커멓게 난 수염도 안 깎는다. 자기는 공화 당원(Republican)이 아니고 민주당원(Democrat)이라면서 씨익 웃는다. 우리 둘 사이에서는 이 두 단어가 정치적이 아니고 성적으로 쓰인다. 빌 클린턴처럼 여성으로부터 오럴 서비스를 받기만 좋아하면 공화당원이고 주는 걸 더 좋아하면 민주당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는 물론이겠지만 지난번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도 공화당원이었으리라. 만일 그렇지 않고 그녀가 열성 민주당원이었었더라면 빌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도 없지 않았었을까.

 

얼마 전부터 미국에선 슈거 대디(Sugar Daddy)’슈거 마미(Sugar Mummy)’란 말들이 대유행이다. 부부나 애인 또는 사랑하는 자녀에게 흔히 달콤한 꿀단지 같다고 허니(Honey)’라는 애칭을 쓰듯이, 당뇨병과 비만증 등을 유발해 건강에 해로운 설탕(Sugar)보다는 허니 대디, 허니 마미, 허니 베이비(Honey Daddy, Honey Mummy, Honey Baby)’라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요 얼마 전 주요 일간지에 AP통신 기획 기사가 기재되었다. 대학 등록금이 매년 치솟자 돈 많은 아버지뻘 남자(Sugar Daddy)와 원조 교제를 통해 학비를 해결하는 여대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였다. ‘슈거 베이비(Sugar Baby)’로 불리는 여대생들을 슈거 대디(Sugar Daddy)’와 연결해주는 SeekingArrangement.com 등의 웹사이트도 성업중이란다.

 

지난해 미국 대학졸업생들은 1인당 평균 5만 달러, 대학원 졸업생들은 10만 달러, 법대나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몇십만 달러의 학자금 빚을 지고 있다. 이런저런 장학금과 융자금으로 겨우 등록금을 해결한 다음에도 기숙사나 아파트 월세와 용돈을 벌기 위해 변변치 않은 보수의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여대생들이 찾는 편리한 대안이 바로 슈거 대디라고.

 

청순미와 지성미를 갖춘 슈거 베이비들이 아버지뻘 슈거 대디의 비즈니스 여행에 동반하기도 하면서 낮엔 비서로, 밤엔 연인으로 섹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월평균 용돈 수입이 수천 달러인데, 한 슈거 대디는 지난 2년간 3명의 슈거 베이비들과 사귀면서 수십만 달러를 썼다고 한다.

 

전문 웹사이트 SeekingArrangement.com2010794백여 명이었던 등록자 수가 그 후로 매년 수백만 명으로 늘어났고, 이들 중 약 3분의 1이 여대생이며, 매일 수천 명이 등록하지만, 등록금 납부시즌인 8월과 1월엔 등록자가 평소의 몇 배로 폭증한다고 한다. 미국의 슈거 베이비들은 성인이므로 법적 제재 대상도 아니라서 앞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고.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 사태로 대학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진 상황과 처지에선 수많은 젊은이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생존전략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남녀평등사회를 지향해서인지, 슈거 대디와 맞먹는 슈거 마미도 증가추세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재력 있는 커리어 여성들이 아들뻘 되는 젊은 남성을 슈거 베이비로 삼는데, 이런 청년들은 한국의 제비족처럼 꼭 남자 대학생이 아닐 수도 있단다. 내가 새파랗게 한창 젊었을 때 내 주위에도 이런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실은 나도 내심 이 친구를 많이 부러워하기만 했었다.

 

모든 전문 직종의 직업인들이란 일반 대중을 등쳐먹는 음모의 공범자들이다. (All professions are conspiracies against the laity.)

 

이렇게 일찍이 아이리쉬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는 갈파했다. 이는 극히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진실을 외면한 채 괜히 어렵고 복잡하게 점잔을 빼며 이러쿵저러쿵 공연한 말로서 유식하게 말 팔아먹는 전문가들을 풍자한 것이었으리라.

 

너 나 할 거 없이 우린 모두 뭣인가를 팔아먹고 산다.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감정노동이든 노동을 파는 자가 노동자라면, 우린 모두 하나같이 노동자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 알량한 지식을 파는 사람을 학자다, 선무당 같은 의료기술이나 법률기교를 부리는 사람을 의사다 법관이다 변호사다 하면서 높으신 양반들로 떠받든다.

 

어디 그뿐인가. 사람 노릇도 제대로 못 하면서 신()의 이름과 권위를 빙자해 빈말로 기도 팔아먹고 살면서 사람 이상이라도 된 듯 성직자(聖職者)’로 행세하는 서커스와 쇼가 있지 않은가.

 

우리 깊이 좀 생각해보면 구체적인 몸을 파는 게 추상적인 정신을 파는 것보다 더 정직하고 실질적이 아닌가. 더군다나 추상적인 정신보다 더 막연한 가공의 예술을 판다는 건 그 더욱 구름잡이가 아닐까. 같은 몸을 팔더라도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과 폭력의 용병이 되기보단 나부터 즐겁고 동시에 너도 즐겁게 해주는 성()노동이 억만 배 낫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렇듯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학문적으로, 예술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의 독선 독단적 정신과 영혼을 파는 거창한 형이상학적인 구두선(口頭禪)의 남창들과 창녀들보다는 차라리 형이하학적으로 솔직하게 몸을 파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이 아닐까.

 

내가 조숙했었던 것일까. 사춘기 때 벌써 사추기(思秋期)를 맞았었는지 그 당시 지어 불렀었던 가을 노래를 70여 년이 지나 이제 새삼스럽게 읊조려 본다. 돌이켜 보면 어쩜 사춘기 이후로 나는 언제나 가을을 타는 가을살이를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가을 노래

 

낙역이 진다

타향살이 나그네 가슴 속에

낙엽이 진다

그리움에 사무쳐

시퍼렇게 멍든 내 가슴 속에

노랗게 빨갛게 물든 생각들이

으스스 소슬바람에 하염없이

우수수 흩날려 떨어지고 있다

왕자도 거지도 공주도 갈보도

내 부모형제와 그리운 벗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둘 모두

삶의 나무에서 숨지어 떨어지고 있다

머지않아 나도 이 세상천지에서

내 마지막 숨을 쉬고 거두겠지

그러기 전에 내 마음의 고향 찾아가

영원한 나의 님 품속에 안기리라.

엄마 품에 안겨 고이 잠드는 애기 같이

 

꿈꾸던 잠에서 깨어날 때

꿈에서 깨어나듯

꿈꾸던 삶에서 깨어날 때

삶의 꿈에서도 깨어나

삶이 정말 또 하나의 꿈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아 알게 되겠지

 

그렇다면

살아 숨 쉬며

꿈꾸는 동안

새처럼 노래 불러

산천초목의

춤바람이라도

일으켜볼까

 

정녕 그렇다면

자나 깨나

꿈꾸는 동안

개구리처럼 울어

세상에 보기 싫고

더러운 것들 죄다

하늘의 눈물로

깨끗이 씻어볼까

 

정녕코 그렇다면

숨쉬듯 꿈꾸며

() 닦는 동안

달팽이처럼 한 치 두 치

하늘의 높이와 땅의 크기를

헤아려 재어볼까

 

아니면

소라처럼

삶이 출렁이는

바닷소리에

귀 기울여볼까

 

아니야

그도 저도 말고

차라리 벌처럼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 찾아다니며

사랑의 꿀을 모으리라

그러면서

꿀 같이 단꿈을

꾸어 보리라

 

Autumn Song

 

Autumn leaves are falling

 

I’ve been traveling far away from home.

Autumn leaves tinted in yellow and red

Are falling in my pining heart

Bruised black and blue.

 

Prince and pauper,

Princess and harlot,

Father and mother,

Brothers and sisters,

Friends and neighbors,

All are falling one by one

From the tree branches of life.

 

Soon it’ll be my turn to fall.

Before then I’ve got to go home

To fall fast asleep like a baby

Deep in peace in the bosom of Mother Earth.

 

As I realize it was only a dream

When I wake up in the morning,

I’ll be realizing life too was but a dream,

When I wake up from life, dreaming.

 

If so, while breathing and dreaming,

Shall I sing like a bird to raise a wind

To dance with trees and grasses of

The mountains and streams of the valleys?

 

If so, while breathing and dreaming,

Shall I croak like a frog for rain

To cleanse the earth of all the dirty and ugly things

With the teardrops of the heaven?

 

If so, while breathing and dreaming,

Shall I stretch out stalks like a snail

To measure up inch by inch the height of

The sky and the size of the earth?

 

Or shall I listen to the song of

The waves like a conch shell?

 

Nah, like a bee,

I’d rather call on

The beautiful flowers

And dream sweet dreams,

Collecting the honey of love.

 

이렇게 하니 비(Honey Bee)같이 고생 아닌 낙생의 삶을 우리 모두 살아 볼거나!

 

나는 초대장 없이 이 지구에 와서 가슴 뛰는 대로 살았다. 순간순간마다 사랑에 취해 살았다. 살아 숨 쉬는 매 순간이 기적이었다. 부질없는 신의 영원보다 위대한 인간의 한순간이 기적이라고 믿으며 살았다. 인생은 절대 진지하지 않다. 비밀스럽고 신비해서 감탄스럽다. 만일 죽음이 나를 찾아오면 나는 춤을 추면서 맞이할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줄기 바람, 쏟아지는 햇살, 아이들의 웃음소리, 풍뎅이의 바스락거림, 별들의 노래를 기억하면서

 

그녀들을 만나러 왔지만 나는 그녀들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대가 내게 그녀들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다시, 그대가 내게 그녀들은 없냐고 묻는다면 나는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녀들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녀들은 전체이면서 하나이다. 그대도 알고 있지 않은가 침묵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내는 소리라는 것을, 그녀들은 시간 안에서도 시간 밖에서도 침묵으로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그대들이여 나에게 그녀들을 묻지 마라. 그녀들은 무지개를 올라탄 코스미안들이다. 여기 지금 이순간 살아있는 그대들이 바로 코스미안이기 때문이다.”

 

“I came here on earth uninvited and lived as my heart beat, always drunk on love. Every breath I breathed was a miracle, believing that one human moment was much more worthwhile than the divine eternity meaningless to mortals. Life is not so serious, and yet full of mystery and wonder. I was so happy with a whiff of wind, a ray of sunshine, a child’s laughter, and everything of the world as anything was better than nothing.

 

I came to meet the ladies, but I didn’t know where they were. If you ask me if they exist, I cannot say they do. If you ask me if they don’t exist, I cannot say they don’t. They are the whole as one. You know that silence is the sound of time passing. Don’t you? They may be passing in silence, in and out of time. So please don’t ask me about the ladies. They are Cosmians Arainbow. For all of you, living here and now, are very Cosmians.

 

Thus. as a Cosmian myself, my cosmic journey is open-ended.”

 

Excerpted from ‘Cosmian’ (p. 127) by Lee Tae-Sang published by AUSTIN MACAULEY PUBLISHERS, London-Cambridge-New York-Sharjah, 2019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6.06 10:01 수정 2020.09.1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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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