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봉수 [기자에게 문의하기] /
범백두산족인 대동이족은 샤마니즘을 믿고 하늘에 감사하는 추수감사 행사를 했다. 신라시대의 기록에 추석에 대한 것이 가장 자세히 나온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의하면, 여인들이 추석 한달 전부터 베를 짜는 시합을 해서 지는 쪽이 이기는 쪽에게 추석 날 술과 음식을 차려 내놓고 함께 음주 가무를 하고 놀았다고 한다. 이런 행사가 유교 사회인 조선으로 이어지면서 추석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이 주된 행사로 변모 되었다.
농경사회의 전통과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이런 풍속은 지금 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산업화시대를 거쳐 인공지능시대로 진입하는 지금 추석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으나,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흩어진 가족들이 모이는 전통은 여전하다. 핵 가족시대의 현실에 맞게 추석 문화도 변천해가는 것은 시대적 순리이지만,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풍속을 지키는 것도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 추석을 맞아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전통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나서 독특한 상을 하나 차려 대문 밖에 내놓는 풍속이 있었다. 조상신을 따라온 무주고혼(無主孤魂)들에게 차례상에 올린 음식을 조금씩 떼어, 이름하여 거지 상인 걸판(乞板)을 차려 내놓고 드시고 가게 했다. 이는 자손이 없는 배고픈 거지 영혼들까지 챙겨주는 우리 민족의 차원 높은 전통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고의 정신문화를 상징하는 이런 걸판도 이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이 추석 연휴에 "내 집을 기준으로 백리 안쪽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고 했던 경주 최부자의 말이 문득 생각 난다. 경제가 어려워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만, "착한 일을 많이 하는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고(積善之家 必有餘慶) 자손들이 잘 된다"는 말을 한번 쯤 되새겨 보는 추석 연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봉수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