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살펴본 것처럼, 발달단계에 따라서 단어와 단어를 조합하여 하나의 완전한 문장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살펴보자면 낱말의 배열에 의하여 구, 절, 문장을 형성하는 규칙 등이 있는데 이것을 구문론이라고 한다. 낱말의 배열에 따라 구, 절,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말하기뿐만 아니라 쓰기 지도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농학생을 포함하여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 칼럼에서는 구문론적 측면에서 청각장애 학생들의 언어발달 특성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구문론적 발달은 18개월 전후에 시작되는 두 단어 조합 시기부터 관찰이 가능하지만, “엄마 아빠”처럼 2개의 단어를 나란히 연결한 것에 불과하여 이러한 규칙이 학습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문장의 형태는 언제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만 두 살에서 세 살까지 나타나게 된다. 그렇지만 ‘은/는’ 등과 같은 조사가 생략되는 형태를 보이는데, 이러한 형태를 전보식 문장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3~4세가 되면 조사의 사용이 더욱 활발해지며, 4세가 될 때에는 익숙한 동사의 사동 표현형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단문에서 장문으로 더욱 확장된다.
그렇다면 농학생을 포함한 청각장애 학생들의 구문론적 발달은 어떨까? 청각장애 학생들의 구문능력은 건청학생에 비하여 많은 지체를 보인다. 다만 앞에서 살펴본 발달의 패턴은 건청학생과 동일하다. 그러나 한국 수어를 사용하는 농학생을 비롯한 청각장애 학생들의 경우 부적절한 어순의 오류, 문법 표현의 경직 등이 관찰된다. 따라서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농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때 그를 모국어로서의 국어 학습자로 볼 것인가, 제2언어를 받아들이는 한국어 학습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보이는 구문론적 언어발달 특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문법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보통 건청아동의 경우에는 8세 무렵이 되면 성인 문법의 95%를 습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농학생들을 비롯한 청각장애 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문법지식의 학습에 많은 어려움을 보인다. 이것은 문법 용어의 추상성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학생들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문장에서 특정한 단어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짧은 문장 형식을 사용한다. 즉 음성언어로 표현하는 데 있어 나타나게 되는 제한성이 문자 언어에도 그대로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음성언어를 산출할 때 명사와 동사만을 사용한 단문을 많이 활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낱말의 순서가 잘못된 문장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단어와 단어를 어떠한 규칙으로 결합시켜 사용해야 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구문론적 능력과 관련이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보이는 구문 오류는 수어의 사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어에서는 ‘무슨’, ‘무엇’, ‘어느’에 해당하는 표현이 오른손 검지를 세워 흔드는 동작 하나뿐이기 때문에, 국어에서의 적절한 관형사로 불리는 표현의 활용이 어렵다. 또한 어순에서도 수어는 “음식/무엇/좋다?, “무엇/음식/좋다?”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음성언어에서 혼동이 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앞에서 청각장애 학생의 구문론적 언어발달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농학생, 특히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모든 청각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어를 지도할 때 좀 더 상황의 맥락에 맞는 수어의 활용 지도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수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비수지 신호 등을 이용하여 이러한 구문 오류를 조금씩 줄여갈 수 있는 교육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농학생을 비롯한 청각장애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는 이러한 청각장애 학생들의 구문론적 특성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한국어와 한국 수어 모두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추어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하여 지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농학생들을 포함한 청각장애 학생들이 기본적인 국어 실력의 향상과 한국 수어를 좀 더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한국 수어를 좀 더 많이 사용하고 싶어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학생의 욕구를 존중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국어표현을 중심으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한국어 표현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는 먼저 교사가 ‘농인의 언어는 수어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며, 농정체성이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건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