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대화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게 되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대화라고 하는 것은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말하는 사람인 화자, 듣는 사람인 청자로 대화의 주체가 구성이 된다. 얼핏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하고 이어지는 것 같지만,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대화는 어떨까? 아마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자꾸 되묻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일반화되는 것 같아 농교육을 세부전공하는 기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번 시간에는 이러한 대화, 화용론적 언어발달 특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대화가 잘 이루어지기 위한 요소를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대화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 즉 화자의 말을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농학생을 포함한 청각장애 학생들은 듣고 말을 할 수 없거나 듣고 말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화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기에는 쉽지 않다. 상대방의 말이 들리지 않거나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거나,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못함으로써 대화의 질이 떨어진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특히 70dB 이상의 고도난청 아동의 경우에는 어머니와 영아 사이의 초기 상호작용부터 문제를 보인다. 고도 난청이나 농인 영아의 경우에는 부모의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반응 속도가 느린 경향을 보인다. 신생아는 일찍부터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선호하며 익숙한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는 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고도난청 혹은 농인 영아는 이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속도가 느리다.
생후 3개월 정도가 되면 순서교대라는 행위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성인과 아기가 서로 번갈아가며 발성을 교환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대화를 하는 것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추후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교환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순서 교대란 말 차례 갖기로서 모든 대화에 본질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발달 초기 단계에는 말이 뒤섞여지는 대화의 중첩이 있을 수 있으나 점차 자신이 말할 순서를 기다릴 줄 알게 된다.
그러나 청각장애 아동의 경우에는 청각손실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대화를 시작하는 말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렵거나 반응할 수 없다. 또한 여러 명의 대화자가 있을 때 한 사람에게 집중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못하여 말이 뒤섞여 들리기도 한다.
또한 대화가 길어질수록 농학생을 포함한 청각장애 학생은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보인다. 특히 통합교육을 받는 청각장애 학생의 경우 대화의 기술에 어려움을 보이기 때문에 또래들과의 마찰이나 트러블이 발생하게 되므로, 통합교육을 담당하는 특수교사 혹은 통합학급 담임교사는 이러한 정서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상담과 학급 구성원들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농인들의 언어인 수어를 사용해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관점이 더욱 퍼져갈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농학생을 담당하는 교사는 학생의 수어 학습 수준과 청력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학생 스스로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농학생들을 포함한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될 때, 청각장애 학생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비로소 사회로 나아가는 발판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 수 있겠지만 특수교사는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김건휘 기자 loveseoulmirae09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