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는 마음의 여유와 물질적 여유를 들 수 있다. 여유를 공간이라는 다른 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 몸은 외적 공간의 지배를 받을지라도 마음의 공간은 자유롭다. 물질적 공간이 사용하기 나름이듯 마음의 공간도 선택해 사용하기 나름이다. 공간이란 채워지면 작아지고, 비워져 있어야 많이 채울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의 공간은 여유라 생각한다. 마음의 여유로움은 넉넉한 행동을 하게 하고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나는 마음이 여유롭지를 못하다. 그 첫째 이유가 성격이 급해서다. 그게 타고 나서인지 아니면 어릴 때부터 평생을 그리 살아 와서인지 모르겠다. 아내와 길을 걸을 때도 늘 앞서서만 간다. 밥도 다른 사람보다 빨리 먹어 치운다. 밥 빨리 먹기로 소문난 직장 상사와 몇 년간 보조를 맞추려다 보니 빨리 먹게도 되었다. 건설회사에서 여러 해 일한 적이 있다. 현장 근로자들은 일이 힘드니 점심시간에 잠시라도 쉬기 위해 밥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나는 바닷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낚시질을 좋아하지 않는다. 낚싯대 붙들고 고기가 와서 미끼에 걸릴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 나와는 맞지 않는다.
나는 별것 아닌 일로 화를 잘 낸다. 남에게 지기도 싫어한다. 길을 걷거나 산에 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앞사람을 앞질러야 직성이 풀린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끼어드는 꼴을 그냥 봐 넘기지 못하던 졸장부이다. 지나고 나면 후회하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해서다. 나이 일흔이 된 지금도 그 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남달리 내세울 것이라곤 쥐뿔도 없으면서 기만 살아서 말이다. 밖에서 그러니 집안에서 만만한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그런 나와 40년이 넘게 참고 견뎌 준 아내가 참 고맙다.
언젠가 읽은 시가 생각난다. 60년대 김수영이 쓴「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가 그것이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 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중략)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이렇게 이름 있는 문학가도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 분개하는가.’라며 자신을 돌아보고 후회하는 시를 읊었다. 이 시가 위안이 된다. 나는 성격이 급하다 보니 약속 시간을 거의 지키는 좋은 점도 있다. 시간을 지키려면 서둘지 않을 수가 없다. 직장생활 할 때 연로하신 부사장을 모신 적이 있다. 그 분이 주제하는 회의시간이 되면 출입문을 꼭 걸어 잠그게 했다. 나는 그분과 함께 했을 때가 한편 좋았다.
나는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난다. 그것도 급한 내 성격 때문일 것이다. ‘아침 일찍’ 하면 작고하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떠오른다. 그분은 늘 새벽에 출근해 조회를 하면서 “새도 부지런해야 좋은 먹이를 먹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존경하는 사람 중에 일본 천재적인 영웅 ‘오다 노부나가’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이가 아침형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공한 많은 사람의 특징 중 하나가 다른 사람보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라는데 그것만 보면 나도 분명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을 지녔는데 아쉽다.
나는 전철을 자주 이용한다. 탈 때 내리자 말자 갈아타거나 나가기 쉬운 칸 열차를 탄다. 나가기 쉬운 쪽은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사람 뿐 아니라 계단을 걷는 사람까지 거대한 물결을 이룬다. 한 번은 세 번째 칸 열차를 탔다. 저만치 앞 쪽에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붐볐다. 그러나 내가 걷는 길은 한산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이 물처럼 지나 간 시간과의 차이는 불과 3~40초쯤이다. 그 짧은 시간의 여유가 이렇게 편할 줄 몰랐다. 여유를 가지는 사소한 일이 나를 행복하고 편하게 한다.
나는 그동안 쫓아오는 이도 없고 쫓는 이도 없었는데 그저 쫓기면서 살았다. 이제부터라도 고쳐야겠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밥도 천천히 먹어야겠다. 약속 시간을 조금은 어기는(?) 여유도 가져 보고, 늦잠을 즐기는 습관도 길러 봐야겠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줄여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마음의 여유, 생각의 여유로움이 우리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할 것이다.
[문용대]
월간 한국수필로 수필가 등단
한국수필, 문학광장, 한국예인문학, 문학의봄, 문인협회 회원
매일종교신문, 코스미안뉴스 오피니언 필진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주간종교신문사, S&T중공업, 전문건설업체 근무
현재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음
수필집 ‘영원을 향한 선택(選擇)’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이메일 : myd18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