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사촌 퐁스'에서 발자크가 비판한 인간군상

민병식

사촌 퐁스는 유행에서 뒤처진 노총각이자 식충 취급을 받는 퐁스의 비극적 일대기를 통해 사실주의 소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발자크가 쓴 거의 마지막 완성작 가운데 하나 이다.


음악가이며 지휘자이자 못생긴 외모를 가진 '실뱅 퐁스'는 마흔이 넘도록 노총각이다. 작가가 퐁스를 묘사하기를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은 인물'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외모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는 골동품을 몹시 좋아해서 돈이 생기는 즉시 사버리니 늘 가난했다. 거기에 좋아하는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 지금껏 맛보지 못한 고귀한, 희소성 있는 맛있는 음식에 사족을 못 쓰고 그런 음식이 주는 위안이 삶의 가치일 정도로, 그래서 귀족 집에 초대받는 걸 굉장한 기쁨으로 여기고 그러기 위해선 비굴함까지도 감내를 마다하지 않는 재주라고는 아첨밖에 없는 퐁스였다.

 

그런 그에게도 믿음직스러운 우정이 있었으니 노년의 세월 앞에서도 순진함을 잃어버리지 않은 늙은 피아노 연주자 독일 출신의 슈뮈크를 만난 것이다. 비록 그 소중한 우정조차 부자 친척들과 풍성하고 맛있는 저녁 만찬을 즐기기 위해 밥버러지 취급받으며 경멸당하는 퐁스의 자존심을 구해주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슈뮈크는 퐁스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수집했던 골동품 중 일부를 되팔아 자기 집에서 만찬을 즐기면 될 텐데, 굳이 귀족들의 집을 찾아가는 것은 그의 상류층으로 향한 신분 상승 발로의 욕구일지도 모른다. 법원장과 아내, , 하인들에게조차 일방적으로 모욕당한 퐁스는 비굴한 아첨을 버리고 슈뮈크와 검소한 저녁에 만족하려고 애쓰지만 충족되지 못한 욕망으로 우울하다.

 

어리숙한 퐁스는 법원장과 그를 증오하는 속내를 숨기는 법원장 부인과 딸 세실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독일인 브뤼네르를 사윗감으로 데려오며 모두의 찬사 속에서 행복해하지만, 외동딸인 세실이 결혼 후에 어떻게 행동할지 유년기에 계모를 통해 질리도록 겪어본 브뤼네르가 세실에게 청혼하지 않자 악의를 품은 법원장 부인은 모든 것을 사촌인 퐁스 탓으로 돌리고 그를 짓밟는다. 선량한 퐁스는 정신적 충격으로 쇠약해지면서 병이 든다.

중요한 것은 사건은 퐁스가 모아둔 그림들이 싸구려 모조품이 아니라 귀하고 비싼 진품 들이라는데 있었다. 문제가 생겼는데 한 명 두 명씩 주변에 소문이 나면서 아직 죽지도 않은 퐁스의 유산을 챙기려고 오만 사람 들이 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집에 사는 독일인 음악가 슈미크의 우정만이 빛을 발하나 그 역시 험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다. 무지했기 때문에 부자 친척들 틈바구니에서 미식의 탐욕을 추구했던 퐁스는 진실한 우정을 보여준 친구 슈뮈크에게 자신의 전 수집품을 유산으로 남기고 죽자 죽은 그 슬픔으로 실성한 사람이 되어버린 슈뮈크의 재산을 뜯어먹기 위해 또 사람들이 모기떼처럼 달려든다.

발자크가 살던 당시 프랑스 사회의 모순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맥으로 자리를 만들어 내정된 사람을 앉히고, 권력층에 아부하여 자신의 출세와 이익을 추구하고, 사람보다는 물질이 더 중요해진 세상,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인간들의 삶은 여전히 그대로다. 퐁스를 통해 순진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세상을 본다. 세상이 절대 그래선 안되는 거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보이는 면이 다가 아니 듯 늘 날카로운 톱니 같은 이빨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결국 악한 면을 갖고 있는 인간의 이중성을 선하게 돌려놓는 것, 4차산업시대에 우리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해야할 숙제일 듯 싶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1.09 09:53 수정 2020.11.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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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