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대 칼럼] 자전거길

문용대

 

"그러고도 자전거를 타느냐?" 소리를 들으면서도 30분 거리가 안 되지만 요즘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2017년 봄 자전거 타다 다리를 다쳐 1년간 고생했다. 며칠 전 일이다. 아내와 강변북로를 따라 행주산성을 가려고 했다. 선글라스를 두 개째 사 주며 자전거를 타자고 제의하는 것은 항상 아내 쪽이다. 나는 크게 선심이라도 써 주는 냥 응해 준다. 출퇴근 말고는 오랜만이라 전용도로에 진입하는 길이 낯설기까지 하다. 서울 군자역 쪽에서 광장동으로 넘어 가는 길이 완성되었다. 천호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 쪽으로 자전거도로가 연결돼 있으리라는 생각이 잘못이었다. 어쩔 수 없이 천호대교를 건너게 되자 목적지를 반대 쪽 팔당대교로 바꿨다.

 

풀과 나뭇잎이 연두색이 아닌 초록색인 걸 보니 이제 완연한 여름인가보다. 금방 매미소리라도 들릴 것 같다. 구름이 끼어 햇볕이 강하지 않고 미세먼지도 그리 심하지 않아 자전거달리기에 좋은 날씨다. 그래서인지 오가는 자전거족이 많다. 나는 무리하게 달리지 않는다. 많은 이들로부터 추월을 당한다. 늘 아내를 앞세운다. 뒤 따라 가며 아내가 보여야 맘이 편하다. 그런데 평지에서도 아내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조금 간격이 멀어지면 따라잡기 위해 페달을 힘껏 밟는다. 요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 터라 잘 달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다. 뒤따라가면서 쉬었다 가자!’, ‘천천히 가자!’고 소리쳐도 안 들리는 건지, 못들은 척 하는 건지 뒤따라가는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내달린다. 야속하기까지 하다.

 

경기도 하남을 거쳐 팔당대교를 돌아 우리 집까지 올라치면 오르막 경사가 심해 숨이 깔딱거릴 정도로 힘든 고개가 너덧 군데 있다. 아내는 가장 심한 곳 한 군데만 자전거를 밀고 올라왔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한 군데를 통과했을 뿐 서너 군데는 밀고 올라왔다. 그건 내가 못타고 아내가 잘 타서 그런 게 아니다. 같은 기어를 넣고 내가 시속 19를 달릴 수 있다면 아내는 23를 달린다니 당해 낼 재간이 없다. 돈을 많이 들이고 안 들이고의 차이다. 자전거 가격을 따지자면 내 것의 갑절이다. 이래서 비싼 것을 찾게 된다.

 

강변북로 덕소, 남양주와 구리를 지난다. 봄과 가을보다는 꽃이 많지 않아 볼거리가 덜하다. 맨드라미 해바라기 능소화도 없고, 유채꽃 코스모스도 없다. 구리 한강변은 가을 코스모스 꽃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봄이면 유채꽃으로도 유명하다. 코스모스 꽃밭이던 넓은 터가 정겨운 장면으로 바뀌어 눈에 확 들어왔다. 보리밭으로 변해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다 익어 황금빛이다. 키는 자그맣지만 보리알이 오동통하다. 누가 보아도 잘 지은 보리농사다. 혹시 태풍이 불더라도 키가 작아 쓸어 질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문득 어릴 적 고향에서 보리 베던 때가 머리를 스친다. 꼭 숨이 헉헉 막히는 무더위에 보리를 베게 된다. 보리가 서 있기는커녕 태풍이 휩쓸고 간 방향 따라 제멋대로 쓸어져 있다. 서 있는 것에 비해 이리저리 드러누운 보리를 베려면 몇 곱절의 힘이 든다. 땀과 보리까끄라기가 범벅이 되어 가렵고 허리는 보통 아픈 게 아니다. 끝이 안 보이던 보리밭을 연상하며 구리 길을 지난다.

 

아내는 오늘도 자전거를 타러 가기 위해 어제부터 준비를 했나보다. 오늘 이른 아침부터 바쁘다.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도 챙기고 과일도 깎고 음료수며 물병도 이미 챙겨놓았다. 친구와 우리 부부, 셋이 잠실대교 북단에서 만나 중랑천 변을 거쳐 의정부를 향해 달렸다. 어제 아침까지 비가 내려서인지 덥지 않고 미세먼지도 심하지 않아 달리기에 좋다. 서울 광진구를 출발하여 중랑구와 건너편 동대문구 그리고 노원구, 도봉구를 거쳐 의정부에 이르게 된다. 중랑천에는 좋지 않은 냄새나는 것이 흠이다. 그래도 팔뚝만한 잉어가 쉬는 곳마다 눈에 띈다. 오염된 탓인지 낚시를 금지시켜서인지 잡는 사람은 한 명도 볼 수 없다.

 

냇가나 자전거 길은 지자체마다 특징이 느껴진다. 광진구의 경우 한강변을 잘 가꾸는 대신 구간이 짧아서인지 중랑천 주변까지는 손길이 못 미치는 듯하다. 자전거 길도 좁다. 어떤 구()는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물놀이시설이나 체육시설공사를 하는 일꾼들 손길이 바쁘다. 자전거 길을 넓히고 칠도 새로 해 산뜻하다. 용산, 고양방향 한강변은 땅이 넓어 나무가 많은 대신 중랑천 주변에는 꽃을 잘 가꾸어 시민을 유혹한다. 이름 모를 갖가지 꽃밭에 나비가 춤을 춘다. 왠지 노랑나비가 없다. 호랑나비도 물론 없다. 흰나비뿐이다. 나비들은 비가 오면 어디로 피할까 궁금하다.

 

냇가에 길게 코스모스를 심어 수많은 소형 스프링클러를 촘촘히 실치 해 둔 걸 보면 가을에 코스모스 길로 많은 사람이 찾을 것 같다. 한참 자전거를 달리다 보니 후진 길이 나온다. 서울시 끝인 도봉구를 지나 경기도 의정부에 이르렀음을 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빨리 달리려는 욕심 부리지 않고, 쉬엄쉬엄 꽃구경, 물 구경하며 준비해 온 음식 먹고 정담 나누며 하루를 잘 보냈다.

 

   

[문용대]

월간 한국수필로 수필가 등단

한국수필, 문학광장, 한국예인문학, 문학의봄, 문인협회 회원

매일종교신문, 코스미안뉴스 오피니언 필진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주간종교신문사, S&T중공업, 전문건설업체 근무

현재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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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이메일 : myd1800@hanmail.net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1.24 10:27 수정 2020.11.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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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