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신연강

필명(펜 네임)을 지어두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마침 오늘 아침 방송에서 그의 신작 일인칭 단수를 소개했는데요, 국내 서점가에 다시 하루키 열풍이 불지 않겠는가 하는 예측을 해봅니다.

 

뒤늦었지만 얼마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그의 소설을 뒤적이고 있던 차에, 그의 산문집을 보면서 몇 번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습니다. 몇몇 글을 예로 든다면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알몸으로 집안일 하는 주부 클럽 통신 2, 은근히 재미를 주는 글이 꽤 있습니다.

 

오늘은 펜 네임을 지어두는 건데, 그러나편을 읽다가 다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무겁고 우울한데 나라도 좀 웃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자조에, 하루키 특유의 유머 감각이 읽는 사람을 은근히 즐겁게 합니다.

 

그는 작가로 데뷔할 무렵, 필명이 성가셔서 그냥 본명을 내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설로 밥벌이를 하게 된 뒤, 필명을 지어둘 걸 하는 후회를 하게 되었다는군요. 가장 큰 이유는 공공장소에서 예기치 않게 자기 이름이 크게 불릴 때 매우 곤혹스럽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그가 피부과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얼굴에 두드러기가 난 하루키가 동네 아주머니의 소개로 한 병원에 갔는데, 그곳은 피부과와 비뇨기과를 겸하는 곳이었답니다. 성병과 피부병 두 가지는 소금과 후추처럼 한데 뒤엉켜있기가 일쑤인 모양인지, 병원엔 각각의 볼일 있는 환자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외견상 누가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진료실은 커튼 하나만으로 분리되는 공간이라, 의사가 환자에게 전하는 말이 대기실에도 고스란히 다 들렸답니다. 게다가 간호사들 또한 매우 씩씩해서 그들의 목소리 또한 한결같이 실내에 쩌렁쩌렁 울린다고 하니, .

 

은밀한 검사를 끝낸 의사가 한 부인에게, “사모님, 이거 xx입니다. 부군께서 가져다주신 것 같군요. 댁에 돌아가시면 맘껏 두들겨 패주세요라든가, “xx, 그간 경과가 좋아서 잘 낫고 있습니다. 천만다행이에요. 앞으로 옷을 벗은 여성 반경 1.5내로 접근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등 귀가 솔깃하게 만드는 얘기에 모두가 안 듣는 척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었답니다. 수 시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작가의 차례가 되었다는데. 긴장한 하루키 씨, 급히 달려가다 대기자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일까지 생겼다는군요.

 

씩씩한 간호사의 콜! “하루키 씨, 무라카미 하루키 씨, 안 계세요? 하루키~~~~~!” 웅성웅성, 힐끔힐끔! 얼굴이 벌겋게 닳아 오른 하루키 씨, 그날 하루가 무척 길었다고 합니다. 막상 작가의 얼굴을 살펴본 의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면도할 때 피부가 손상되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하니.

 

* 하루키 작가의 조언: (, 피부비뇨기과에 가게 될 후배 작가들을 위해) 필명 하나쯤 가지는 것이 무척 도움이 될듯합니다(노파심이지만).


[신연강] 인문학 작가 / 문학박사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2.02 11:57 수정 2020.12.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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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