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2020년이 밝았는가 했는데 벌써 12월 연말이 되었다. 이때면 세계 모든 어린이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도 올해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로부터 받게 될 선물 생각에 어린 가슴들이 콩닥콩닥 더 빨리 뛰기 시작했으리라.
아이들마다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게 되는 나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 뉴욕에 사는 여덟 살짜리 아이 버지니아 오핸론(Virginia O’Hanlon) 양은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친구들 말을 듣고 산타클로스가 있는지 없는지 혼자 고민하다가 아빠에게 물었으나 아빠는 대답하지 않고 딸 보고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보라고 했다. 버지니아는 뉴욕의 일간지 ‘해(太陽) The Sun’에 편지를 보냈다.
“꼭 좀 진실을 알려주세요.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는지를요.”
이런 편지를 받은 (그 당시) 편집국장은 이 편지를 컬럼비아대학 출신으로 남북전쟁 특파원이었던 좀 냉소적인 성향의 고참 기자 프랜시스 파셀루스 처치(Francis Pharcellus Church 1839-1906)에게 주면서 사설을 써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툴툴대며 시큰둥해하다가 그는 다음과 같은 천하의 명사설을 쓰게 되었다.
기사 마감 시간에 가까스로 맞춰 끝낸 500단어가 채 안 되는 이 답신(答信)은 1897년 9월 21일 자 신문에 ‘그래, 버지니아야, 산타클로스는 있단다’라는 사설 제목으로 실렸다. 그 이후로 이 편지와 사설 글은 수십 개 국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책은 물론 영화와 포스터 그리고 우표와 음악 음반으로도 사용되어오고 있다. 버지니아는 나이 70세까지 교편을 잡다가 은퇴했고 이 유명한 사설의 필자 처치의 신원은 그가 1906년 사망할 때까지 밝혀지지 않고 익명으로 남아 있었다. 이 사설의 원문을 아래와 같이 옮겨 본다.
“YES, VIRGINIA, THERE IS A SANTA CLAUS”
Eight-year-old Virginia O’Hanlon wrote a letter to the editor of New York’s Sun, and the quick response was printed as an unsigned editorial Sept. 21, 1897. The work of veteran newsman Francis Pharcellus Church has since become history’s most reprinted newspaper editorial, appearing in part or whole in dozens of languages in books, movies, and other editorials, and on posters and stam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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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THE EDITORIAL
편집자님께:
저는 여덟 살입니다. 내 친구들 말이 산타클로스는 없다고 합니다. 아빠는 ‘The Sun 신문에 그 답이 실리면 그 말이 맞다’고 하십니다. 진실을 말씀해주세요 : 산타클로스가 있습니까?
115 서쪽 구십 오가에 사는
버지니아 오핸론 드림
DEAR EDITOR: I am 8 years old.
Some of my little friends say there is no Santa Claus.
Papa says, ‘If you see it in THE SUN it’s so.’
Please tell me the truth; is there a Santa Claus?
VIRGINIA O’HANLON.
115 WEST NINETY-FIFTH STREET.
버지니아야, 네 어린 친구들 말이 틀렸단다. 네 친구들이(모든 걸 믿지 못하는) 회의적(懷疑的)인 이 시대에 넘치는 회의주의(懷疑主義) 영향을 받은 거란다. 그래서 그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건 믿지 못한단다. 그들의 작은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버지니아야,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우리의 모든 생각들은 하찮은 것이란다. 이 엄청나게 큰 우주 안에서 사람이란 단지 한 마리 벌레, 개미 새끼처럼 그의 지능도 보잘것없는 것이란다. 우리 주위에 있는 무한한 세계의 진실과 사실을 다 알 수는커녕 가늠조차 해 볼 수 있는 지능을 우린 갖고 있지 못하단다.
그래, 버지니아야, 네 친구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거란다. 사랑과 너그러운 친절과 남을 위하는 봉사심 같은 것들처럼 산타클로스도 확실히 존재하고 있어 이 모든 것들이 네 삶에 최상(最上) 최고(最高)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주는 것들이란다. 생각해 봐라. 만일 세상에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그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이겠니. 이는 마치 이 세상에 버지니아 네가 없는 것과 같지 않겠니. 그렇다면 우리가 세상의 모든 어렵고 힘든 것을 참고 견뎌낼 수 있게 해주는 너와 같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심(童心)과 시(詩)와 낭만(浪漫) 로맨스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우린 우리가 감각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것 밖에는 다른 아무것에서도 그 어떤 기쁨도 즐거움도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온 세상을 가득 채워주는 행복한 어린이들의 반짝이는 영원히 찬란한 불빛도 꺼질 테니까 말이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겠다고! 그렇다면 요정(妖精)이나 천사(天使)의 존재도 믿지 않는 거와 다름없지! 너의 아빠가 사람들을 고용해서 크리스마스 날 밤 모든 굴뚝들을 지켜보게 했는데 산타클로스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게 무얼 증명할 수 있겠니? 아무도 산타클로스를 보지 못해도 그게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건 아니지 않겠니. 세상에서 가장 사실적이고 진실된 것들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누구나 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란다. 넌 잔디밭에서 춤추는 요정들을 본 일이 있니? 물론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요정이 없다는 증거는 아니지. 세상에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수많은 모든 놀라운 일들을 그 아무도 다 생각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단다.
네가 소리가 어디서 나나 알아보려고 갓난아기 장난감을 따로따로 떼어보아도 소리를 내는 보이지 않는 장막을 걷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전에도 지금도 세상에 없단다. 오로지 믿음과 환상과 시(詩)와 사랑과 낭만 로맨스만이 이 장막을 젖히고 천상(天上/天象)의 한없이 신비(神秘)스럽고 경이(驚異)로운 아름다움의 광영(光榮)을 볼 수 있게 해준단다. 이런 것이 모두 진짜냐고? 아, 버지니아야, 세상에 이런 것들 말고는 진짜로 영원히 존재하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산타클로스, 그는 있고, 있다 뿐이랴. 그는 천년만년 억만년 영원무궁토록 존재하지, 버지니아야, 그러면서 계속해서 그는 모든 어린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있단다.
VIRGINIA, your little friends are wrong. They have been affected by the skepticism of a skeptical age. They do not believe except they see. They think that nothing can be which is not comprehensible by their little minds. All minds, Virginia, whether they be men’s or children’s, are little. In this great universe of ours man is a mere insect, an ant, in his intellect, as compared with the boundless world about him, as measured by the intelligence capable of grasping the whole of truth and knowledge.
Yes, VIRGINIA, there is a Santa Claus. He exists as certainly as love and generosity and devotion exist, and you know that they abound and give to your life its highest beauty and joy. Alas! how dreary would be the world if there were no Santa Claus. It would be as dreary as if there were no VIRGINIAS. There would be no childlike faith then, no poetry, no romance to make tolerable this existence. We should have no enjoyment, except in sense and sight. The eternal light with which childhood fills the world would be extinguished.
Not believe in Santa Claus! You might as well not believe in fairies! You might get your papa to hire men to watch in all the chimneys on Christmas Eve to catch Santa Claus, but even if they did not see Santa Claus coming down, what would that prove? Nobody sees Santa Claus, but that is no sign that there is no Santa Claus. The most real things in the world are those that neither children nor men can see. Did you ever see fairies dancing on the lawn? Of course not, but that’s no proof that they are not there. Nobody can conceive or imagine all the wonders there are unseen and unseeable in the world.
You may tear apart the baby’s rattle and see what makes the noise inside, but there is a veil covering the unseen world which not the strongest man, nor even the united strength of all the strongest men that ever lived, could tear apart. Only faith, fancy, poetry, love, romance, can push aside that curtain and view and picture the supernal beauty and glory beyond. Is it all real? Ah, VIRGINIA, in all this world there is nothing else real and abiding.
No Santa Claus! Thank God! he lives, and he lives forever. A thousand years from now, Virginia, nay, ten times ten thousand years from now, he will continue to make glad the heart of childhood.
이상의 사설을 나 보고 새로 써 보라면 나는 이렇게 한 마디로 줄여 보리라.
우린 모두 산타클로스로 태어난 코스미안이다.
We all are Cosmians born as Santa Claus!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전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