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우리 모두의 ‘선택의 땅’

이태상

 

“(이 분열된 시대에) 이야기와 문학이 그 언제보다 더 중요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서로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In these divided times) storytelling and literature are more important than ever, (and) we need to explain to each other who we are and where we’re going.”

 

그의 최근 출간된 회고록 메뫄 약속된 땅(A Promised Land)’과 관련해 뉴욕타임스의 전() 수석 서평 전문 기자로 퓰리처 비평 분야상 (Pulitzer Prize for Criticism, 1998) 수상의 일본계 미국 문학 평론가이자 서평가 미치코 가쿠타니(Michiko Kakutani, 1955 - )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1961 - ) 44대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0165월 초에 백악관에서 영화와 브로드웨이 쇼에서 제36대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 1908-1973)으로 분()한 배우 브라이언 클랜스턴(Bryan Cranston, 1956 - )과 가진 대담에서 이런 말도 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 같은 사람이 그랬을지 모를 정도로 이 백악관 자리를 탐내지 않은 나로서 결코 잃지 않은 것은 내가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 난 국민건강보험 법안을 서명한 것이나 유엔에서 연설한 것이 아니고 내 딸들과 보낸 순간을 기억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The one thing I never lost, in a way that somebody like L.B.J. might have who was hungry for the office in a way that I wasn’t is my confidence that, with my last breath, what I will remember will be some moment with my girls, not signing the heath care law or giving a speech at the U.N.”

 

이 말에 내가 청소년 시절 읽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1828-1910)의 단편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The Death of Ivan Ilyich, 1886)’이 떠올랐다.

 

모범생으로 법대를 나와 판사가 되고 러시아의 상류사회로 진입, 출세가도를 달리던 40대 이반 일리치가 새로 장만한 저택에 커튼을 달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면서 마지막 순간에 그가 기억하고 위안받는 건 다름 아닌 그의 어린 시절 벗들과 과수원에 몰래 들어가 서리해온 설익은 자두를 입에 물었을 때 그 시고 떫은 맛을 감미롭게 떠올리는 것이었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난 뭘 생각하게 될까. 얼핏 떠오르는 건 비록 내 피 한 방울 섞이진 않았어도 2008925일 조산아로 태어나면서부터 내 외손자 일라이자(Elijah)와 같이 보낸 순간순간들일 것 같았다. 천국이 따로 없었음을 너무도 실감하게 되리라. 그러면서 나는 문정희 시인의 시 세 편을 깊이 음미했다.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떠오르는 별 같은 것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나는 나의 문자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순간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 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몇 년 전 갭 이어(gap year)’란 단어가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큰 딸 말리아가 하버드대 진학을 1년 미루고 갭 이어를 갖는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갭 이어란 고교 졸업생이 대학 진학을 늦추고 한 학기 또는 1년간 여행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경험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는 기간을 말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일반화가 된 제도지만 미국에는 2000년대 들어 하버드대, 예일대 등 아이비리그 학교들(ivy league schools)을 중심으로 도입되어 실시되고 있다.

 

1978년 여름, 내 세딸들이 여섯, 여덟, 아홉 살 때 영국을 떠나 우리 가족이 하와이로 이주, 한국과 미국 각지로 6개월 동안 여행하고 애들 음악교육 때문에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 학기 학교 수업을 몽땅 다 빼먹었었는데 학업성적이 뜻밖에도 전보다 뒤지기는커녕 더 좋아져서 놀란 적이 있다.

 

어떻든 우리 달리 좀 생각해보리라. 이 지구별에 태어난 사람이면 얼마 동안 머물게 되든, 우리 모두의 삶이 갭 이어라 할 수 있지 않으랴. 이 지상의 세상 경험을 쌓으며 각자의 우주적 진로를 탐색해보라고 주어진 기회가 아닌가.

 

최근 역사에서 극히 대조적인 삶을 살다 간 한두 사례를 생각해보자. 같은 서유럽이라는 공간(영국과 오스트리아)과 엇비슷한 시간(1889416일과 20)에 출생한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1889-1977)과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 그리고 일제 강점기인 식민지 치하 조선인으로 1917년 태어난 윤동주(1917-1945)와 박정희(1917-1979) 얘기다.

 

천국은 네 안에 있다고 예수도 말했듯이 우리가 이 지상에서 천국을 보지 못한다면 지구 밖 우주 어디에서도 천국을 찾을 수 없으리라. 보라,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고 신약성서 누가복음 1721절에도 쓰여있지 않은가.

 

조물주 하느님이 이 지구별을 포함해 우주의 모든 별들과 그 안에 있는 만물을 창조하셨다고 할 것 같으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 자체가 하느님 나라이고 인간은 물론 만물이 하느님의 분신심혼(分身心魂)이 아니면 무엇이랴.

 

흥미롭게도 이 하느님의 분신심혼이었을 히틀러를 소년 크기의 조형물로 표현해 뒤에서 보면 무릎을 꿇고 있는 어린이 형상이지만 앞에서 보면 두 손을 맞잡고 콧수염을 기른 우울한 모습의 이탈리아 행위예술가이자 조각가 마우리치오 카탤란(Maurizio Cattelan, 1860 - ) 작품이 지난 201658일 뉴욕 경매에서 1,719만 달러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우리 돈 원화로 약 2008,650만 원)에 낙찰됐다.

 

그런가 하면 2016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946 - )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부터 트럼프가 미국의 히틀러가 되지 말라는 법 없겠다고 우려했었다.

 

진실로 만물이 하느님의 심신혼이라 할 것 같으면 어떻게 히틀러나 김정은 같은 폭군이 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이 모두가 착하게만 살도록 미리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다면, 그건 결코 하느님의 분신심혼이 아닌, 너무도 재미없는 로봇에 불과할 것이다.

 

다른 모든 우주 만물과 달리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전과 특혜가 있다면 우리 각자가 각자의 삶에서 성군(聖君)도 폭군(暴君)도 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다는 것 아닐까. 인간 이상의 신격(神格)으로 승화(昇華)될 수도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짐승만도 못한 악마(惡魔)로 전락(轉落/顚落)할 수도 있는, 다시 말해 각자의 삶을 지상천국으로 아니면 지상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 자유 말이다.

 

그럼 어떤 삶이 천국이고 어떤 삶이 지옥일까? 모름지기 후회 없는 삶이 천국이라면 후회스러운 삶은 지옥이 되리라. 깊은 이해와 용서와 사랑의 삶이 후회 없는 것이라면 오해와 분노와 증오의 삶은 후회만 남기는 것이리라.

 

이 대상은 다른 인간에게만 아니고 동, , 광물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리라. 얼마 전 친구가 보내준 순간의 분노가 평생 후회를이라는 글을 통해 그 예를 들어보자.

 

중국을 통일하고 유럽까지 정복한 칭기즈칸은 사냥을 위해 매를 한 마리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는 매를 사랑하여 마치 친구처럼 먹이를 주며 길렀습니다. 하루는 사냥을 마치고 왕궁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는 손목에 앉아 있던 매를 공중으로 날려 보내고 자신은 목이 말라 물을 찾았습니다. 가뭄으로 개울물은 말랐으나 바위틈에서 똑똑 떨어지는 샘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을 잔에 받아 마시려고 하는데 난데없이 바람 소리와 함께 자신의 매가 그의 손을 쳐서 잔을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물을 마시려고 할 때마다 매가 방해하자 칭기즈칸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미물이라도 주인의 은혜를 모르고 이렇게 무례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고 말하면서 한쪽 손에 칼을 빼 들고 다른 손으로 잔을 들어 물을 받았습니다. 잔에 물이 차서 입에 대자 다시 바람 소리와 함께 매가 손을 치려고 내려왔습니다. 칭기즈칸은 칼로 매를 내리쳤습니다. 그가 죽은 매를 비키면서 바위 위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죽은 독사의 시체가 샘물 안에 썩어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화를 내서 그만 매를 죽인 것에 대해 크게 후회했습니다. 화를 내는 것은 자칫 일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대의(大義)를 이루지 못합니다.”

 

우주의 축소판이 모래 한 알이고, 물 한 방울이며, () 인류의 축소본이 한 사람이듯이 영원의 축약형이 순간이라면, 우린 모두 순간에서 영원을 살고, 각자는 각자 대로 누구든 무엇이든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통해 온 우주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지상의 갭 이어를 잘 활용해 그 더욱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우주여정에 오르게 되는 것이리라.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8년 임기 중 매일 저녁 열 통의 편지를 읽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회신한 편지는 0.1 퍼센트였다는데 천만뜻밖에도 내 셋째 막내딸 성아(星兒)가 보낸 편지에 서명된 그의 사진과 함께 그는 답신을 보내왔다. 딸 아이의 편지를 아래에 옮겨본다.

 

(If you wrote a letter to Barack Obama during his presidency, there is a 0.1 per cent chance he wrote back to you.

Those might not sound like great odds but compared to his predecessors, Mr. Obama made public correspondence a priority in the White House.

He read 10 letters every evening a selection dubbed the "10Lads", or "10 letters a day".)

 

Dear Mr. President,

I can’t imagine that you have surplus free time to read all the letters from your fans, but as it is Father’s Day, it is also perhaps the best time to share something with you that happens to be very important to my own father.

 

My father, Tae-Sang Lee, is one of life’s rare treasures, an uncannily passionate and warm soul, an idealist and visionary. And obviously, my sisters and I think he is quite special. He is an immigrant from Korea, via England where we were all brought up, and while English isn’t his first language, he has considered it of utmost importance to compose and share a version of his memoirs in English. He says this is his only legacy to us. This isn’t one’s typical memoirs, however; it chronicles my father’s very unique spiritual journey from childhood through adulthood, often through the eyes of characters like The Little Prince. At times quite fantastical, it truly shows my father’s childlike innocence, as well as his connection to literature that reflects his love and connection to this innocence.

 

One may ask, How could any of this connect to President Obama?

 

My father has seen you, since your speech at the 2004 Democratic Convention, as a real kindred spirit. He immediately connected with your brave and noble disposition and message, along with your trials, your beliefs, your wisdom, and your character. As much as he wanted to share this cherished memoir with his children (my two sisters and myself), he has asked me to please forward it to you as well, to share with his kindred spirit.

 

Now, please understand that my sisters and I are not delusional! We know how much of a long shot this is and that getting past any screening processes must be quite a challenge. However, I know how important this is to my father, and I feel it is the right thing to do to honor his simple wish, and compose this cover letter to send along with his manuscript. It means a lot to him that his kindred spirit would have a chance to discover his story. I appreciate you reading this letter and hope that you also have a chance to read his manuscript. He is a special man with a special story told in a very special way.

 

My sisters, Hae-a and Su-a and I thank you profusely for taking some precious moments of your time to read this letter. My father Tae-Sang will be most honored, as well. Thank you for sharing your gift and passion with the world and with us.

 

Sincerely,

 

Song-a Lee

On Father’s Day

June 19, 2011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2.10 10:04 수정 2020.12.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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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