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법독재를 경계한다

이봉수 논설주간

 

이 세상에는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해를 서쪽에서 뜨게 하는 법을 만들 수는 없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며 이를 법철학에서는 자연법이라고 한다. 자연법에 반하는 인정법(人定法)이 무효라는 것은 근대 시민사회 이후 법철학자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법 이론이다.


이러한 자연법사상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은 천부적 인권을 제정법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이론으로 확대 발전되었다. 이런 천부적 인권을 기본권이라 하며 여기에는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 양심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평등권 등이 포함된다. 이런 기본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으며 특단의 사유가 없는 한 하위의 법률이나 조례 또는 명령으로 제한할 수 없다.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공의 복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기술적으로 만든 정치제도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의제와 삼권분립 그리고 법치주의로 요약된다. 이런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파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여당이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법들을 살펴보면 마음만 먹으면 무슨 법이든 다 만들 수 있다는 무소불위의 입법독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예를 들면 대북 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법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유엔이 나서서 이를 비난하겠는가. 헌법에 근거도 없는 공수처를 설립하는 법을 만드는 것도 위헌의 소지가 크다는 헌법학자들이 많다. 교묘하게 법을 개정하여 현직 검찰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를 제한하려는 것 또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크다. 


입법부가 자기들 입맛대로 온갖 법을 만들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삼권분립을 파괴한다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입법독재에 해당한다. 입법독재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제도가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나마 독립적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입법독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그런데 만약의 경우 헌법재판관들이 임명 추천권자의 눈치를 보면서 입법독재에 면죄부를 주는 정치적 심판을 할 경우에는 국회의 입법독재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그러면 결국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이봉수 논설주간


이봉수 기자
작성 2020.12.14 11:40 수정 2020.12.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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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