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새해는 혼돈의 카오스에서 질서의 코스모스로

여계봉 선임기자


세상에 없던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지구 전체는 그야말로 대 혼돈이다. 세모(歲暮)를 앞두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던 K-방역의 마법도 사라져 하루 확진자가 1천 명대를 훌쩍 넘는 바람에 본격적인 ‘3차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1년 이상 온 세계를 난도질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우리 경제는 급속도로 얼어붙어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청년 실업은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가뜩이나 어렵게 버티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더는 버틸 여력이 없어 폐업 위기에 놓인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장기화되고 있다.

 

일상생활이었던 여행과 인간관계마저 단절되어 기본적인 삶이 무너져가는 가운데, 피로감과 고립감이 누적되고 우울감이 가중되면서 무기력·우울 단계인 코로나 블루(corona blue)’에 이어 짜증·분노 단계인 코로나 레드(corona red)’를 넘어 참담·절망 단계인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심리적 불안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야기된 부동산 우울증까지 더해져 국민들의 심리적 상태는 거의 제어가 한계 수준인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혼돈을 의미하는 카오스(CAOS)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온다. 태초에 세상에는 카오스만이 있었다. 카오스는 만물의 원천이 되는 모든 물질의 원형과 에너지로 꽉 찬 공간이었다. 물질들과 에너지가 아직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모든 것이 서로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곤죽과 같은 상태가 바로 카오스였다.

   


제우스와 데티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作, 1811년, 출처 Wikimedia


이러한 혼돈 속에서 새로운 땅이 등장하고 시간의 흐름, 즉 역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그 자체로는 역사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 주신(主神) 제우스는 숱한 전쟁을 통해 승리하면서 신들의 역사에 새로운 질서를 세운다. , 조화로운 질서를 의미하는 코스모스(COSMOS)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통해 인류의 지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무질서한 혼돈으로부터 모험과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역사를 통해 새로운 질서인 코스모스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 혼돈은 기존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신호이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만 하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세상은 늘 예상치 못했던 도전으로 혼란이 발생하고, 어려운 길을 통한 새로운 질서와 역사를 요구한다. 마치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만 바람이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세 유럽은 십자군 전쟁과 흑사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가고, 마을 전체가 무덤이 되어버렸으니, 죽음의 공포가 어떠했겠는가. 그러나 유럽인들은 전쟁과 전염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상처 입은 세상을 회복하려는 열망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르네상스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하지 않았는가.


유럽의 흑사병, 작가·시대 미상, 출처 Pixabay

우리가 이 혼돈의 카오스를 끝내려면 코스모스적 새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전부 화병에 걸려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불안, 실업, 사회활동 위축,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은 기본이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절망적 정치 상황, 전대미문의 부동산 가격 고공 행진 등은 화병을 더욱 부채질하여 우리들을 분노하고 질시하고 미워하는 감정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이러한 감정은 카오스를 끝내는 게 아니다. 오히려 혼돈을 더 연장시킬 뿐이다. 그래서 카오스에 휘둘리는 미움과 저주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새 질서는 저주와 미움, 증오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오래된 편안함으로 되돌아가 안주하고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세상의 질서가 바뀌려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규범, 즉 새로운 기준이 도출되는데 그중의 하나가 비대면의 뉴노멀(New Normal)이다. 처음에는 생경하겠지만 일반화하여 습관이 되면 공동체의 질서가 달라진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맞는 뉴노멀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다시 카오스로 회귀해야 한다.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 언택트(UN-TACT), 출처 국회도서관


코스미안(COSMIAN)은 카오스적 분쟁과 다툼을 버리고 코스모스적 화합과 화해로 상생의 길을 걸어가는 우주적 사고를 가진 인간이다. 우리들은 도전과 모험을 통해 새로운 세상인 코스모스를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모험과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코스미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해는 코스미안 뉴스의 지면에 코스모스 세상에서 접할 수 있는 밝고 즐거운 뉴스가 가득하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여계봉 선임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12.21 11:01 수정 2020.12.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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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