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토머스 하디의 '아내를 위하여'에서 보는 우리 시대의 '조안나'

민병식

머스 하디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영국의 대표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유명한 '테스(1891)', '비운의 주드(1894)' 등으로  알려져 있고 오늘 소개할 '아내를 위하여' 1894 출간된 단편 모음집 '인생의 작은 아이러니들' 수록되어 있다타고난 기질 때문에 원하지 않은 삶을 이어가야 하는 어느 여성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빅토리아 시기 여성이 부딪치는 연애와 결혼의 일면을 스케치한 작품이다.

 

세이드랙 졸리프는 영국의 작은 항구 마을 헤이븐풀 태생이다그는 일찍 양친을 잃은  상선의 선원이 되어 대서양 건너 뉴펀들래드를 오가는 무역업에 종사한다어느  험한 폭풍우를 만났다가  좋게 겨우 난파를 면한 그는 헤이븐풀로 돌아온다. 다시 찾은 고향에서 세이드랙은 에밀리 해닝과 조안나 휘파드를 알게 된다  여성은 어릴 적부터  마을에서 줄곧 친구로 지내왔다세이드랙은 귀엽고 심성이 착한 에밀리를 사랑하지만 어쩌다 보니 조안나와 만나는 일이 잦아졌고그래서 마을에는 세이드랙과 조안나가 약혼한 사이라는 소문이 퍼진다조안나는 친절한 세이드랙이 싫지 않았고 남들처럼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도 싶었다그러나 조안나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과 결혼하길 소망한 데다가 에밀리만큼 세이드랙을 깊이 사랑하지도 않았다.

 

어느  조안나는 세이드랙과 에밀리가 서로 애정을 확인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고 질투심에 사로잡힌 조안나는 에밀리에게 세이드랙을 빼앗기기 싫어서 그와의 약혼을 기정사실화 해버린다세이드랙은 다소 고지식하긴 해도 정직하고 자기 말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에 조안나와의 관계를 부정하지 못하고 그녀와 결혼한다한편 상심한 에밀리는 외롭게 지내지만그녀를 눈여겨  부유하고 너그러운 어느 상인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 그와 결혼한다.

 

결혼 이후 에밀리는 마을 대로변의  벽돌 저택에서 자상한 남편과  아이와 더불어 부족할것 없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려가고 육지에 정착하기로  세이드랙은 작은 식료품점을 인수해 조안나와 같이 운영하지만생활만 겨우 유지할 정도로 벌이가 시원찮다포부가 컸던 조안나는 이런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편 세이드랙에 대한 애정도 식어간다그녀는 오직  아들에게  정을  쏟지만자신들의 형편을 생각하면  아들의 교육과 출세에 꿈꾸는 그녀는 스스로 점점 왜소해진다.

 

무엇보다 조안나의 현실을 비참하게 하는 것은  건너에 사는 친구 에밀리다조안나는 에밀리의 여유로운 환경이며   자녀들이 누리는 좋은 교육 앞으로 그들에게 보장된 높은 지위와 비교하며  우울해한다아내가 원하는 꿈과 포부를 채워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세이드랙은 다시 배를 타서 얼마간의 여유 자금을 모아오지만  정도로는 조안나를 만족시킬  없었다결국 세이드랙은 위험을 감수하며  번째 항해에 나서는데이번에는  아들을 보조 선원으로 함께 데려간다.

 

남편과  아들을 바다로 내몰고 홀로 남은 조안나는 점점 가게도 등한시한  가족을 기다리지만남편과 아이 들은 아무 소식도 없다조안나가 눈치 채지 못하게 그녀를 도와줬던 에밀리는 불쌍한 조안나를 자신의 집에 들여 보살핀다세월은 지나고 조안나는 깊은 주름살에 허리도 구부러져서 돌아오지 않는 가족들을 오매불망 기다린다비바람이 거센 밤이면 조안나는에밀리 집의 계단에서 혹시나 남편과  아들이 돌아왔을까 여전히 서성거린다.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되는 법인가질투에 눈이   사랑 없는 결혼이 결국 남편과  아이를 바다로 내몰았다바다에서 난파당해 죽었는지 배를 타고 어디로 도망을 간건지 아무도 모른다조안나는 남편과  아들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삶이 망가지고 결국 미쳐서 그들이 돌아오는 환영을 자꾸 보게 된다

 

스스로에게 남편에게 혹은 아내에게  자녀들에게 우리 들의 삶이 작품 속의  조안나가 아닌지 생각해보자. 19세기에 많은 선원들이 고래기름을 구하기 위해 포경선을 타고 바다에 나갔던  것처럼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거친 바다에서 저마다의 고래를 잡기 위해 하루 종일 작살을 던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가재나 도마뱀끼리 어울려 살아야 하고굳이 강남에 모두  필요도 없고 치안과 시설의 편리함이 있는 아파트에  여유도 없이 빌라든 그냥 호텔방을 개조한 것이든 그저 감사하게 살면서  오늘 하루의 생을 위해 마구 마구 허공이라도 향해 사냥이라도 하는 흉내를 내면서 그들이 만들어놓은 플랫폼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어디에 라는 질문을 아니 할  없다.  사랑이 이렇게 많은데  우리는 사랑하지 못하며,  사랑의 가치를 어디에  것인지 찾지 못하는가무엇 때문에 누군가에게 기대어 자신을 높이려하는가.  사랑은 사랑다워야 하고 삶은  다워야한다결국 조안나도 용이 되고 싶은 욕정에 하늘에 오르려고 발버둥 치려다 땅에 떨어진 것은 아닐까빅토리아시대 영국의 경제사회 분위기에 작품을 비교하기보다  시대 우리 들의 삶을 조안나의 삶이 대변해주는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그러나 필자는 게나 가재로 살아도 얼마든지 스스로 행복할  있다고 보기에  정신 나간 용들이 결코 부럽지 않다행복은 언제나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이니까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2.22 11:46 수정 2020.12.2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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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