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단편소설은 아이러니를 반드시 내포하는데 아이러니의 정의(定義)는 표면과 이면의 불일치이다. 그것은 세계의 양면을 모두 파악하려는, 파편화된 세계를 총체적으로 종합하려는 인식이다. 아이러니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호손의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뛰어나다. 인간의 모순을 탐구한 아이러니의 장인, 나다니엘 호손의 작품이 여기에 있다.
'반점(Birthmark)'은 아내의 뺨에 찍힌 반점을 지우려는 과학자인 에일머를 그린 단편소설이다. 에일머 씨는 아름다운 부인 조지아와 결혼하여 산다. 어느 날 아름다운 부인의 뺨에 있는 반점(birthmark) 눈에 띄더니 그것이 부인의 아름다움의 오점같아 제거하고 싶어진다. 에일머의 아내인 조지아는 자신의 뺨에 찍힌 반점을 매력 포인트라고 여기고 살았으나 남편인 에일머가 반점에 기겁하는 것을 보고 또 반점을 도려내겠다는 잠꼬대를 듣고 자신마저도 반점을 혐오하기 시작했다. 에일머는 아내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반점을 없애려고 하고 만약 반점이 심장과 연결되어 있다면 심장마저도 도려낼 각오를 하는 과학자이다.
에일머와 달리 아내는 이제까지 자신의 반점을 '복점'이라고만 생각했고, 없애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에일머는 반점만 빼놓으면 그녀가 완벽하게 아름다워질 거라고 생각했고 결국 에일머는 아내를 설득, 뺨에 난 반점을 없애주겠다고 약속한다. 과학에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던 에일머는 마침내 반점을 없앨 용액 제조에 성공했고, 아내에게 용액을 마시게 했다. 용액을 마신 아내의 반점은 점차 사라졌지만, 대신 약물 때문에 그녀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참으로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우리 주변에서 허점이 없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많든 적든 부족한 점이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지,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게 태어나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서로 부족한 점을 메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호손은 반점으로 상징되는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고 완벽함에 집착하는 에일머의 이야기를 과장되게 보여줌으로써 그 의미를 부각한 것이다. 에일머의 조수인 아미나다브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녀가 내 아내라면 나는 이 반점과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텐데." 완벽함에 대한 충족은 한순간에 불과하고 소망하는 완벽함이 충족되면 또 다른 완벽함을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생긴 의문점은 과연 에일머가 조지아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이다. 아내는 그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실험대상이 아니었을까. 조지아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아내가 자랑거리로 여긴 반점을 없애고 싶어서 잠꼬대까지 했을까.
이 작품은 완전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목표이지만 인간이면서 완전함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불완전한 인간으로써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라고 한다. 에일머가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는지도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드는 얼굴의 반점은 상대의 단점일 수도 있고 약점일 수도 있는 것이고,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서로 보듬고 이해하고 사랑하라며 세상을 살라는 작가의 충고인 것이다. 누구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학교, 가정, 회사, 모임 등 모든 사회에서 단점이 있어도 그것을 능가하는 장점을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사는 2021년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