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당신은 누구입니까

신연강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참 신비합니다.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데, 그중에 누구나 자기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겁니다. 광활한 우주에는 은하계가 있고, 은하계는 태양을 포함한 수많은 행성()이 존재합니다. 며칠 전 흥미로운 것을 알게 됐습니다. KBS 다큐멘터리를 보니 별의 성분과 인간의 성분이 같다고 하는군요.

 

태초의 우주 폭발로부터 현재의 인류가 존재하기까지 약 138억 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우주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빅뱅과 초신성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빅뱅은 별이 폭발하며 핵융합 등을 거쳐서 우주가 팽창하는 것이고, 초신성은 수명을 다한 별이 사라져가며 에너지와 파편을 방출하고, 그 잔해는 다음 세대의 별 원료가 된다고 합니다. 별이 폭발할 때 탄소, 수소, 질소, 산소 등 수많은 원자가 방출되는데,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라니 결국 인간은 별의 수많은 원자가 모여 구성된 작은 별(소행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아이들이 네 별은 뭐야?”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하고 묻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쯤 되면 어린아이들이 재미 삼아 묻고 답하는 것이 결코 허언이 아닌 셈이네요. 밤하늘을 보면 세상 번잡함을 다 잊고 평온해집니다. 흔히 인간을 소우주라고 하는데, 대우주를 바라보면서 소우주가 대우주를 닮아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치가 아니겠는지요. 우주 폭발로 현 인류가 존재하기까지 138억 년 걸렸다고 하니, 그 장구한 세월 동안 인류는 수 없는 고난과 엄청난 도전을 이겨내며 진화를 해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눈물겨운 노력을 생각하면, 백 년의 유한 수명을 가진 인간의 가치 또한 비할 바 없이 고귀한 것입니다.

 

인류문명을 위협하는 코로나일지라도, 죽음을 눈앞에 둔 인간의 가치를 가볍게 훼손할 수는 없겠습니다. 모든 인간이 죽음이란 명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죽음이 소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죽음은 개체로서는 소멸이겠지만, 종 차원에서 생명의 고리는 이어지고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는 것이니까요.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난 잡스(Steve Jobs)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죽음은 삶의 최고의 발명품으로서 낡은 것을 거두고 새것을 인도해오는 동인(動因)이다.”라고 말했지요. 넓은 의미에서, 그의 말처럼 우리 각 개인의 죽음은 궁극적으로는 생명을 풍요롭게 하는 거름인 셈입니다.

 

제가 볼 때, 의 뛰어난 점은 IT에 관한 혁신적인 사고뿐만이 아니라, 죽음을 바라보는 용기에도 깃들여 있습니다. 인간은 모두 미래와 죽음에 관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잡스는 우리가 앞날을 내다보며 삶의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다. 단지 과거를 돌아보며 훗날 그 점들을 연결할 뿐이다. 그렇지만 그 점들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라며 세 개의 점(과거-현재-미래)을 이어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남의 인생을 살 것이 아니라, 각자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의 영감을 따를 것을 권고합니다. 췌장암에 걸려 죽어가던 잡스는 그러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죽음을 담담히 맞았습니다.

 

세상의 불빛이 너무 밝다 보니, 고향을 잊거나 생명의 근원을 잊는 때가 잦습니다. 밤하늘을 보며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138억 년 전 고향을 떠나온 존재!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것에 답하기 위해선,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빅뱅, 초신성, 우주로부터 내가 존재하니까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과 세상사에 대한 번민을 다 잊고, 오늘 밤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물음에 한 번 답해보지 않으시렵니까.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1.06 12:11 수정 2021.01.0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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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