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판계의 얄팍한 상업주의와 문화사대주의

이봉수 논설주간

최근 출판계에 문화사대주의와 얄팍한 상업주의가 만연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금전 만능주의가 만들어낸 폐해라고 생각되지만 이미 도를 넘었다. 돈이 되겠다 싶은 외국 작품은 대형 출판사들이 엄청난 로열티를 주고 경쟁적으로 판권을 따온다. 그리고 서점에 내놓기 전까지 천문학적 광고비와 홍보비를 쓰면서 바람을 잡는다.여기에 문화 담당 기자들까지 가세하여 상업주의를 부추긴다.

정신세계를 이야기할 때는 티베트를 들먹이고 경영이나 처세를 이야기 할 때는 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을 모셔 온다.혁명을 논할 때는 어김없이 체 게바라를 들고 나오고 얄팍한 감성소설은 일본에서 갖고 온다. 국내의 경우는 유명 작가들을 섭외하여 입도선매 식으로 거금의 선인세를 주고 집필할 장소까지 제공하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다. 베스트셀러는 독자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돈이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새내기 작가들과 소규모 출판사들의 진입 장벽은 높을 수 밖에 없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발표가 임박하면 미리 정보를 수집하여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의 작품을 번역해 두었다가 수상자 발표가 있는 다음날 대대적으로 책을 찍어 낸다. 로또식으로 맞추기만 하면 대박을 낸다. 이건 무슨 밭뙈기 도박판도 아니고 문화사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여기에는 독자들의 책임도 크다. 노벨문학상이 무슨 대수라고 그토록 허망한 이름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

극히 일부지만 출판인들의 도덕성도 문제가 있다. 오래 전에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유언까지 하고 자신의 책을 절판하라고 했지만 교묘하게 제목만 바꾸어 노루뼈 우려먹듯이 우려 먹는 장사꾼들이 있는가 하면, 깊이 있는 글은 쓰지 않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질로 감성을 자극하는 장외 인간들이 문학마저 포퓰리즘의 노예로 만들어버린 세상이다.

출판계가 어렵다는 것은 안다. 영상 시대인 지금 사람들은 예전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이때 책은 밥이나 빵보다 생존을 위한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문화사대주의와 물량주의 풍조 앞에서 출판인들이 최소한 지적인 영혼 만은 팔아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자들도 옥석을 가리는 안목을 가지고 진정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출판계가 불황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방법이다.


이봉수 기자
작성 2021.01.10 12:35 수정 2021.01.1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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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