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룻날,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지인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e-mail Card가 내 컴퓨터에 떴다.
e-mail Card 제목: 心心心
내용 : Happy new year
그리고 아래와 같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 카드를 보내신 분을 언제 뵈었던가? 얼마 전 식당에서 스치듯 만나 뵌 것을 제하면 작히 5년은 넘을성싶다. 자식들 출가시키고 바깥어른과 두분이서 오손도손 사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도 나를 각별하게 대해 주셨던 고마운 분이다. 어느 해인가는 털실로 내 겨울덧버선도 짜 선물해 주셔서 아직도 추운 날이면 집안에서 이 덧버선을 애용한다. 한 십 년 전 모두가 젊고 활동이 왕성할 때에는 심심찮게 점심도 같이했고 정담도 자주 나누며 지냈는데 언제부터인가 만남이 뜸해지더니 마지막 만나 뵌 게 언제였던가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날도 마침 그 덧버선을 신고 있었던 터라 나는 반가운 김에 바로 답장을 쓰기로 했다. 제목을 ‘心心心’이라고 정하고 인형 사진을 동봉하셨으니 이것을 시화(詩畵)라 생각하고 답시를 쓰기로 작정했다.
심심심 심심산천에
맘 뿌리 캐러 가세
심심산의 심 뿌리
한 지게 가득
끓여 먹고
찢어 먹고
장도 담가서
장독대 예쁜 독은
봄을 기다려
한 올 두 올 심뿌리 씹어 먹으면
그 얼굴 떠오르네 마음의 심상(心像)
‘인형에 대하여’
흔드는 두 손은 색동저고리
내뻗은 두 발은 하얀 버선발
버선 바닥 보이며 손을 흔듦은
한마음 두 마음 보고픈 마음
한 코 한 코 떠 갔을 살가운 손길
마음 절여 만들었네. 설날 설빔을
그래서 그 이름이 우리 '심심이'
신년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도 마음을 가득 담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만들어 주신 덧버선에 발이 따뜻해 옵니다. 양말 위의 덧신은 누런 실 덧신, 내 맘까지 전해오는 따뜻한 마음.(심 to 심) 올 일 년은 그래서 풍년의 예감입니다.
Happy New Year! 정홍택 드림
E-Mail 보내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그분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심심산천 뿌리 나물, 기운 나는 즉흥시 이름 없던 고아 인형에게 좋은 이름 ‘심심’을 지어 주시고 그 옛날 덧버선까지 아직도 기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New year에 받은 선물 중 최고의 선물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는 며칠이 지났다. 1월 4일에 이곳 Philadelphia에는 대설폭풍이 왔다. 이날 또 e-mail이 도착했다.
“눈 속에 오두막집 두 늙은이 오도 가도 못 하고 마음 추운데 두 분의 함박미소 난로보다 더 훈훈합니다. 사실은 심심이는 쌍둥이 고아입니다. 또 하나의 이름까지 지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아하, 이분이 인형을 하나만 지은 것이 아니고 둘을 만드셨구나. 心心이가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 봐 그러셨겠구나. 나는 또 한 번 작은 동생을 위해 작명(作名)을 해야 했다. 눈이 함빡 내려오고 찬 바람이 쌩쌩 부니 오두막 두 노인네 꼼짝 말고 집 지키소. 심심이가 사는 곳은 깊고 깊은 산골 고향 山에 山에 깊은 산엔 나무도 많지. 나무木 자 셋(三)이 서니 삼(森)자가 되는구나! 옳다 옳다 너의 이름 ‘삼삼이’가 좋구나. '심심(心心)이' 동생은 '삼삼(森森)'이로다. 의좋게 할매 할배 모시고 잘들 살아라.
며칠 후 답장이 왔다.
“정월 초하룻날 정씨 집 대문을 조심조심 노크했는데 이게 웬 행운인가 詩의 샘터였었구나. Spring water 보다 더 맛있는 즉흥시가 콸콸 쏟아져 나오니 2014년은 분명 행운의 해 되겠구나. 心心心, 森森森”
[정홍택]
서울대학교 졸업
KOCHAM(Korea Chamber of Commerce in U.S.A.) 회장
MoreBank 초대 이사장
Philadelphia 한인문인협회 창설 및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