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선 칼럼] 하필과 어차피

전승선

 

 

인생 별것 아니라고 자책하고 낙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필 가난해서 하필 아파서 하필 공부를 못해서라며 하필에게 핑계를 댄다. 그렇게 핑계를 대면 인생이 좀 위로가 되는가. 그래서 살림살이 좋아졌는가. 자꾸 핑계 대고 자책하면 하필과 친구인 어차피가 또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는다. 하필과 어차피가 서로 어울려 다니지 못하게 단단히 관리해야 한다. 인생에게 별것을 요구하지 말고 인생에게 별것을 선물해 줘라. 그럼 인생의 본질이 달라진다.

 

요즘 이래저래 살기 힘든 세상이다. 서로 만나지 못해서 힘들고 만나지 못하니 돈벌이가 시원찮아서 힘들고 돈벌이가 시원찮으니 먹고 살기 어려워서 힘들다. 너나없이 힘들 때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적 여유는 많아졌다.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정신적 여유를 누리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까 사색할 시간이 많아졌고 일찍 일찍 귀가하니까 시간이 여유로워졌고 그 여유로운 시간으로 생산적인 정신적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하필' 코로나가 아니라 '옳지' 코로나로 바꾸면 세상이 편해진다. 내 마음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두려운 사람은 잡아두기는 아주 쉽다. 살짝 겁주고 협박하면 된다. 그러나 삶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잡아두기 어렵다.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하필이나 어차피를 오래전부터 친구로 두고 살았다. 의미가 두려운 것이지 삶이 두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의 죽음을 바라봐야 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그 비극을 인식하지 못하는 건 더 큰 불행이다. 문제를 바라보는 눈, 그 바라봄을 판단하는 눈이 타락해 버리면 우리는 우리에게 지는 것이다. 사회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하필과 어차피에게 지는 것이다.

 

누구는 명성 때문에 누구는 명품 때문에 누구는 명분 때문에 목숨을 내놓는다. 걸어놓은 타이틀이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죽음이라는 핑계가 가까이 있게 마련이다. 인위적인 죽음은 결집과 분산이라는 자연법칙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자연법칙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인간법칙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삶에게 진 것이다.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삶에게 져서 죽는 것이다. 자신의 완전성을 판단하지 못하고 변별하지 못하는 망상에게 지는 것이다.

 

수시로 변종하는 바이러스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여러 가지 백신이 나온다 해도 바이러스는 또 진화해서 변종할 것이다. 그 변종을 막기 위해 백신은 다시 개발될 것이다. 그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수없이 돌고 돌 것이다. 백신은 바이러스의 뒷북이나 치면서 인간을 비웃을 것이다. 어떻게 인간은 그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바이러스는 명과 암을 동시에 주었다. 삶과 죽음을 동시에 준 것이다. 결국, 삶과 죽음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해답이 있다. 부끄러움을 되찾고 염치를 알고 순수를 회복해야 한다. 결집과 분산을 반복하며 순환하는 자연처럼 인간도 자연스럽게 자연의 법칙으로 순환을 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면역력이 높아진다. 높아진 면역력 앞에 어떤 바이러스도 끼어들 틈이 없을 것이다.

 

자연과 내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잘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잘 연결되고 작동하고 굴러가야 면역력이 높아진다. 비타민 먹고 고기 먹고 죽을 듯이 운동한다고 높아질 면역력이 아니다. 자연과 나는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삶이 별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필어차피는 개나 줘 버리고 옳지맞아를 친구삼아 코로나 시절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면 반드시 좋은 시절이 찾아올 것이다  


전승선 기자
작성 2021.02.04 11:14 수정 2021.02.0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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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