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의 직론직설] 가덕도신공항의 정치논리와 경제논리

반기를 든 영혼 있는 공무원들

 

토목공화국이란 말이 있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필요도 없는 도로나 항만 공항 등을 마구 건설하는 행태를 빗댄 말이다. 원래 정치인들은 경제 논리와는 무관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로지 표 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 불거진 가덕도신공항 사태도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표를 의식하여 급조된 것임은 뻔하다. 


국토 면적이 협소한 우리나라는 도로율이 세계에서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새로운 도로 건설은 해마다 끊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공항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용객도 별로 많지 않은 강원도 양양과 전남 무안에 국제공항까지 건설하고 이제는 흑산도공항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마구잡이 식으로 추진되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발공약 남발에 대하여 최소한의 경제적 타당성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예비타당성제도이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정부 재정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공공사업은 비용효과분석 등의 기법으로 그 정책적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여 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어 있다.

1999년 김대중정부 때 도입된 이 제도는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공공사업효율화추진단'이라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6개월 이상 전문가들이 작업하여 만들어낸 결과물로 국가재정법에 명문화시켜 제도화 되었다. 예비타당성제도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무리한 공약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제도가 정치권에 의해 여지 없이 무력화 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이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하여 특별법을 만들어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정치권에 대고 이번에 국토부 공무원들이 반기를 들었다고 한다.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관련 보고서를 이달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이 보고서에서 가덕도신공항 사업비로 당초 부산시가 제시한 7조 5,000억 원보다 4배가량 많은 28조 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토부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 직무 수행을 거부하지 않을 경우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는 법률 검토까지 내놓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정 절차를 무시한 채 강행하다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공직 사회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강행하려는 정치권에 반기를 든 것으로 분석된다. 

공무원들은 정치권력 앞에서 가끔 '영혼  없는 집단'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해왔으나 이번에 보여준 국토부 공무원들의 행위는 그들의 영혼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정권의 레임덕이 본격화 되었다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번에 표출된 공무원들의 소신은 직무를 유기하지 않은 올바른 처사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봉수 기자
작성 2021.02.25 13:15 수정 2021.02.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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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