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각자는 하나의 스토리다. 책장 책꽂이에서 뽑아 재미있게 읽어 줄 애독자를 기다리는. Each of us is a story, waiting for a devoted reader who will take us off the shelf and embrace all our plot twists.”
-John Mark Green
2016년 5월 28일자 미주판 한국일보 오피니언 페이지 김명욱 칼럼 ‘공기와 물, 음식도 생명체’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양파 이야기를 한다.
“얼마 전, 방 안의 공기를 정화시켜주고 감기를 사전에 예방시켜 준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양파를 방과 부엌 등 여러 곳에 놓아둔 적이 있다. 양파는 수선화과의 부추과에 속하는 식물로 껍질을 까고 까도 껍질만 나오는 희귀한 식물 중 하나다. 일설에 양파는 만병통치약에 가까우며 몸에 좋고 질병 예방에도 좋다 한다. 한 달이 지났을까. 통째로 놓아둔 자주색 양파의 몸통에서 싹이 나기 시작했다. 몇 날이 지나니 양파의 싹은 제법 커져서 여러 갈래로 솟아오른다. 파릇파릇한 파가 양파의 몸통에서 자라고 있는 거다. 물도 안 주었는데, 메마른 책장의 난간 위에 올려놓은 양파였다.
사람은 물을 안 먹으면 죽는다. 사람만이 아니다. 다른 생물들인 식물과 동물도 물을 공급받지 못하면 생명이 끊긴다. 그런데 양파는 물은커녕 아무것도 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싹을 틔우고 잎을 피웠다. 도대체 무엇이 양파를 다시 살려놓은 걸까. 공기 안의 수분 속에 들어있는 물 분자가 양파에게 흡수돼 그랬던 것 같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방 안의 물의 미립자들을 양파만의 생명력으로 흡입한 것이 싹을 나게 한 결과인 듯싶다. 대단한 흡입력과 생명력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양파도 공기 속에 떠다니는 살아 숨 쉬는 물 분자가 있었음에 다시 생명력을 가지게 된 거다.”
문득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의 몇 마디가 떠오른다. 그의 경구집(警句集) ‘모래와 물거품(Sand and Foam: A Book of Aphorism, 1926)’ 맨 잎 첫 부분에 적힌 글이다.
영원토록 나는 이 바닷가를 거닐고 있지,
모래와 물거품 사이를.
만조의 밀물은 내 발자국을 지우고,
바람은 물거품을 날려버리지.
그러나 바다와 바닷가는 영원히 남아 있지.
I am forever walking upon these shores,
Betwixt the sand and the foam.
The high tide will erase my footprints,
And the wind will blow away the foam,
But the sea and the shore will remain
Forever.
한 번 내 손 안에 물안개를 채웠지.
쥐었던 손을 펴 보니, 보라
손안에 있던 물안개가 벌레가 되었어.
손을 쥐었다가 다시 펴 보니, 보라
한 마리 새가 되었어.
그리고 다시 한번 손을 쥐었다 펴 보니,
슬픈 얼굴을 한 사람이 위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래서 다시 한번 손을 쥐었다 펴 보니,
아무것도 없는 물안개뿐이었어.
하지만 아주 달콤한 노랫소리가 들렸지.
Once I filled my hand with mist.
Then I opened it and lo,
the mist was a worm.
And I closed and opened my hand again,
and behold there was a bird.
And again I closed and opened my hand,
and in its hollow stood a man
with a sad face, turned upward.
And again I closed my hand,
and when I opened it
there was naught but mist.
But I heard a song of exceeding sweetness.
바로 어제만 해도 나 자신은 생명의 천체에서
어떤 리듬도 없이 진동하는 하나의 티끌이라 생각했었지.
이젠 알지, 내가 천체이고, 내 안에서 모든 생명의 티끌들이
우주의 리듬을 타고 움직이고 있다는 걸.
It was but yesterday I thought myself a fragment
quivering without rhythm in the sphere of life.
Now I know that I am the sphere, and all life
in rhythmic fragments moves within me.
눈을 뜨고 깨어 있는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당신과 당신이 살고 있는 세계는 끝도 한도 없이
무한한 바다의 바닷가 모래 한 알 뿐이라고.”
그러면 꿈속에서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내가 무한한 바다이고, 세상의 모든 세계들이
내 바닷가 모래알들일 뿐이라고.”
They say to me in their awakening,
“You and the world you live in are but a grain of sand
upon the infinite shore of an infinite sea.”
And in my dream I say to them,
“I am the infinite sea, and all the worlds are
but grains of sand upon my shore.”
이는 한 마디로 ‘우주 안에 내가 있듯 내 안에 우주가 있다’는 말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