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1885년 발표한 단편소설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다른 이야기들' 에 수록된 이야기 중 한 편으로 19세기 러시아 농민의 이야기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전달 메시지가 확실한 작품이다.
소작농이었던 바홈은 지금까지 열심히 일을 했지만 아직 자기 땅이 없다. 어느 날 "토지만 있으면 더 이상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다. 악마도 두렵지 않다"고 중얼거리자, 이 말을 벽난로뒤에서 듣고 있던 악마가 "옳거니. 그럼 너와 대결해 보자. 너를 땅의 포로로 만들어 주겠다"고 마음먹는다.
바홈은 소원대로 땅 소유주가 되고 더 열심히 일해 땅을 늘려 나갔다. 그는 자기 땅에 씨앗을 뿌리고 경작하고 목장에서 풀을 깎 고 땔감을 자르고 가축도 길렀다. 그러다 어느 날, 유목민인 바시키르 사람들이 땅을 싼값에 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바홈은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찾아간다. 바시키르 사람들은 천 루블을 내고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 오면돌아다닌 만큼의 땅을 준다고 한다. 단 해가 질 때까지 출발지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무효라는 조건이었다. 다음날 바홈은 동이 트자마자 신이 나서 앞으로 걸어갔다. 점심이 지나 돌아올 지점을 지났는데도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갈수록 그의 눈앞엔 더욱 비옥한 땅이 펼쳐져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 당황한 바홈은 젖 먹던 힘을다해 원래의 지점으로 달려갔다. 마침내 해가 지기 직전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출발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감과 동시에 가슴을 쥐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작품의 마지막 구절이다. '바홈의 하인은 괭이를 들고 주인을 위해 구덩이를 팠다. 그 구덩이는 바흠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단 2미터의 길이밖에 되지 않았다.'
꼭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한 것일까? 좀 더 많은 땅을 갈구하다가 목숨을 잃어버린 바홈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물질 만능의 사회에서 끝없는 욕망으로 소중한 것들을 너무 많이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급변하고 있는 이 시대 많은 사람 들이 경제적, 사회적 편안함을 누리고자 도덕과 사회규범을 파괴하고 있다. 이번 LH 투기사건 등이 그렇다. 108년 전에 사망한 톨스토이는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것처럼 그 당시부터 탐욕이나 물질적 욕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랑’이라고 말하며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욕심 없는 마음으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있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