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봄날은 간다

이태상

 

2021329일자 코스미안뉴스에서 내가 애독하는 두 작가 선생님의 글 [김희봉 칼럼] ‘악어의 눈물[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여심을 훔치다를 읽자니 너무도 아릿하게 아련한 애상(哀想/哀傷)의 노스탈지아가 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면서 1953년 대구 유니버설 레코드사에서 가수 백설희가 발표한 대중가요 봄날은 간다가 귓속에 아니 가슴 속 깊이 메아리로 울려 온다.

 

이 노래는 손로원이 작사하고 박시춘이 작곡했으며, 한국전쟁 시절 너무 환해서 더욱 슬픈 봄날의 역설이 전쟁에 시달린 사람들의 한 맺힌 내면 풍경을 보여줬기에 이내 크게 공감을 샀던 노래로 평가받았고, 그 이후로 이미자, 배호, 조용필, 나훈아, 장사익, 한영애 등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 했지만 장사익이 부른 버전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김희봉 선생님의 악어의 눈물은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의 우화집(寓話集)[방랑자(放浪者)/유랑자(流浪者)/ 떠돌이 THE WANDERER: His Parables and Sayings]에 나오는 눈물과 웃음(TEARS AND LAUGHTER)’을 상기(想起)시킨다.

 

땅거미 질 무렵 이집트 나일강 강가에서 승냥이 비슷한 들개 하이에나와 악어가 만나 서로 인사(人事)가 아닌 수사(獸事) 말을 나누었다.

 

요즘, 어떠하오이까. 악어 씨?”

 

하이에나가 묻자 악어가 대답했다.

 

좋지 아니하오이다. 때때로 고통과 슬픔이 복받쳐 내가 울기라도 하면 (사람들을 비롯한 다른) 피조물들이 저건 악어가 거짓으로 흘리는 위선(僞善)의 눈물일 뿐이라고 하니 내 기분이 여간 상()하는 게 아니라오.”

 

그러자 하이에나가 말했다.

 

그대는 그대의 고통과 슬픔을 말하지만 잠시 내 말도 좀 들어 보오.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 경이로운 기적(奇蹟)에 감탄, 마치 화창한 봄날이 활짝 웃듯이 기쁨에 넘쳐 환희(歡喜)의 탄성(歎聲)을 내지르며 내가 온 자연과 함께 크게 소리 내어 웃기라도 하면 (인간 빌딩) 정글 숲속에 사는 사람들은 저건 실컷 배부르게 먹이 많이 잡아먹고 좋아서 웃는 하이에나의 잔악(殘惡)한 웃음일 뿐이라 한다오.”

 

TEARS AND LAUGHTER

 

Upon the bank of the Nile at eventide, a hyena met a crocodile and they stopped and greeted one another.

 

The hyena spoke and said, “How goes the day with you, Sir?”

 

And the crocodile answered saying, “It goes badly with me. Sometimes in my pain and sorrow I weep, and then the creatures always say, ‘They are but crocodile tears.’ And this wounds me beyond all telling.”

 

Then the hyena said, “You speak of your pain and your sorrow, but think of me also, for a moment. I gaze at the beauty of the world, its wonders and its miracles, and out of sheer joy I laugh even as the day laughs. And then the people of the jungle say, ‘It is but the laughter of a hyena.’”

 

젊은 날 서울에서 잠시 신문 기자 생활할 때 내가 직접 취재, 보도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영문으로 써 1966427일자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스(THE KOREA TIMES)에 실린 짤막한 기사를 우리말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악어의 눈물이 술 취한 한 젊은이를 철창 속에 집어넣었다. “지난 일요일 인천시 숭의동 255번지에 사는 27세의 안종일 씨가 서울 창경원 동물원에 놀러 갔다가 술에 취해 장난으로 동물원에 있는 악어에게 벽돌을 한 장 집어 던지려 하자, 이 필리핀 태생으로 신장 6피트, 나이 70세의 악어 포로수스(crocodile Porosus) 씨는 그 전설적(傳說的)악어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안 씨는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서울 즉결 심판에 회부되었고, 즉심의 최만항 판사는 형법 366정부재산손괴죄를 적용, 벌금형을 내렸다. 그러나 안 씨는 그 당시 벌금 1,000원을 물 돈이 없어 벌금 대신 닷새 동안 감옥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안 씨가 집어 던진 벽돌을 맞아 악어의 머리가 다쳤다고 경찰 조서에 쓰여 있었으나 창경원 동물원 당국자 말로는 안 씨가 벽돌을 집어 던지려는 순간 경비원의 제지로 실제로 악어를 해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편 이 씨는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기억조차 안 난다고 한다.

 

문제의 포로수스 씨는 1958414일 필리핀의 한 실업가가 기증한 것으로 현재 창경원 동물원에 있는 유일한 악어이다. 동물원 가족 총 646식구는, 50종의 134마리의 포유동물과 63종의 508마리의 조류 그리고 3종의 4마리의 열대산 비단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서 대표적인 미식가(美食家), 식통(食通)인 포로수스 씨는 토끼와 닭고기를 상식(常食)하는데 한국에 온 후로 지난 8년 동안 먹어 온 늘 같은 메뉴에 식상(食傷)한 나머지 오래 비장(秘藏)해 온 그의 비법(秘法)을 발동(發動) 발휘(發揮) ‘악어의 눈물을 흘려 식단(食單) 메뉴를 좀 바꿔보려 했음이 틀림없다.

 

이상과 같은 기사를 쓰기 위한 취재 과정에서 안 씨의 무고함이 밝혀져 당시 동대문 경찰서장의 사과를 받고 즉심의 오심(誤審) 판결이 무효화되어 안 씨는 즉시 석방되어 귀가했다. 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한 사람의 웃음은 때론 다른 사람의 눈물이고, 또 한 사람의 눈물은 또 다른 사람의 웃음이다.

      

비근한 예로 우산 장사와 양산 장사가 그렇고, 의사와 환자, 유가족과 장의사의 경우가 그렇지 않은가. 부처님 앞에 공양드리거나 어떤 귀신한테 굿이라도 해서 대학 입시, 취직 시험, 사법 고시 등에 운 좋게 합격한 자식 부모의 파안대소(破顔大笑) 웃음꽃은 낙방거자(落榜擧子) 부모의 울상이 아니겠나.

 

부처님이나 예수님 또는 어떤 귀신이 사람에게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정말 주는지 또 신()이 참으로 존재하는지, 그 누구도 절대적으로 확실히 알 수 없겠지만, 설혹(設或) 만일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신이 신다운 신이라면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자연계와 인간 사회에서 무조건 강자(强者)편을 들거나 어떤 특정 선민(選民)’만을 편애(偏愛)하고 어느 특정 개개인의 이기적인 기도나 기구를 편파적으로 들어주는 그런 신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할 것 같으면 즐겁고 기쁜 일이 있을 때 이것이 다 내가 잘나고 이뻐서 하느님이 내게만 내리시는 축복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차라리 나만큼 축복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미안 지심(未安之心)에서 악어같이 거짓으로라도눈물을 좀 흘리는 편이 좀더 양심적(良心的/兩心的/養心的)이 아닐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불행에 함께 울고 마음 아파하기 전에 당장 잠시 나타난 그야말로 뜬구름같이 덧없는 내 행복부터 먼저 챙겨 만끽하며 하이에나처럼 웃어보는 편이 좀더 인간적이고 솔직하지 않을까.

 

어느 날 미녀(美女)와 추녀(醜女)가 어느 바닷가에서 만나 우리 같이 바다에 들어가 목욕하자하고 그들은 옷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한동안 헤엄치며 놀았다. 그러다 추녀가 먼저 물 밖으로 나와 미녀가 벗어놓은 옷을 입고 가버렸다. 그런 후에 바다에서 나온 미녀는 제 옷이 안 보이자 하는 수 없이 추녀가 벗어놓고 간 옷을 입고 가버렸다. 그 후로 오늘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녀를 추녀로, 추녀를 미녀로 잘못 보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는 미녀와 추녀의 얼굴을 아는 이들이 있어 어떤 옷을 입고 있든 미녀는 미녀로, 추녀는 추녀로 바로 알아보더라

 

이렇게 칼릴 지브란이 그의 [방랑자]에 나오는 다른 우화 (GARMENTS)’에서 말하듯이,

 

GARMENTS

 

Upon a day Beauty and Ugliness met on the shore of a sea. And they said to one another, “Let us bathe in the sea.”

 

Then they disrobed and swam in the waters. And after a while Ugliness came back to shore and garmented him(her)self and with the garments of Beauty and walked his(her) way.

 

And Beauty too came out of the sea, and found not her raiment, and she was too shy to be naked, therefore she dressed herself with the raiment of Ugliness. And Beauty walked her way.

 

And to this day men and women mistake the one for the other.

 

Yet some there are who have beheld the face of Beauty, and they know her notwithstanding her garments. And some there be who know the face of Ugliness, and the cloth conceals him(her) not from their eyes.

 

세상에는 악어탈을 쓴 심약(心弱)한 토끼나 늑대탈을 쓴 천진난만한 병아리가 있을 수 있나 보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3.30 11:14 수정 2021.03.3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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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