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골목 상권의 어두운 그늘

이경수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어느 지역이든 대형 할인 마트가 새로 문을 열게 되면 모든 주민이 반겼었다. 그땐 대형 마트 주변의 부동산 값이 덩달아 출렁거렸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 또한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물건이 싸고 질도 좋으면서 서비스 또한 괜찮기까지 하니 왜 아니 그랬겠는가 싶다.

 

예전에는 주부들이 가족의 생일상을 준비하려면 재래시장은 물론 동네의 자그마한 마트나 빵집과 식육점까지 두루 헤매고 다녀야 했었다. 그러나 대형 마트가 입점한 이후론 자동차를 몰고 나가 한 자리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소비자들은 점차 주차의 편리함과 값이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찾는단 이유로 동네 상점 이용을 꺼리게 되면서 골목 상권은 서서히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이는 대형 마트들이 지역 주민의 고용을 유발하는 순기능이 조금 있긴 하지만, 골목 상권의 빠른 몰락을 가져온 책임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자영업자들의 급격한 폐점은 대형 마트의 문어발식 확장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직장에서 물러난 은퇴자들이 마지막으로 열정을 다해 바친 상점들마저 완전히 무너뜨리고 말았다. 일반인의 눈에는 이런 문제가 잘 보이진 않겠지만 대형 마트는 지역 상권에서 돌아야 할 돈줄마저 막아 버렸다.

 

골목 상권의 활성화는 그 지역에서 필요한 물건뿐만 아니라 상가와 주택 매매까지 활발히 이루어지게 한다. 하지만 대형 마트에서 올린 수익은 모두 본사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해당 지역에서의 재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들은 대규모 자본으로 지역의 값싼 땅을 개발하여 상권을 활성화한 뒤 곧바로 매각만 해도 엄청난 투자 수익을 얻는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지금도 대형 마트의 거대 자본은 또 다른 신생 상권을 잠식해 들어가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체 찾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형 마트가 신규로 문을 열 수록 해당 지역의 자영업자들은 곡소리부터 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형 마트의 신규 확장은 계속되어 왔다. 일부 비양심적인 기업은 특정 지역의 약점을 이용해 사업 영역을 넓히는데 대형 마트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낙후 지역의 빠른 발전을 원하고 있던 주민들에게 테마파크와 같은 귀에 솔깃한 투자를 곧 추진할 것처럼 포장한 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몇 개월 만에 대형 건물을 뚝딱 지어서 영업을 시작한다. 그리곤 약속했던 것은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없던 일이 되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올 때도 있다.

 

이것은 거대 자본의 행패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한번 개장한 대형 마트들이 약속을 어겼다고 지자체에서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거나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지역 경제 발전을 기대한 애향심으로 반대를 않던 주민과 자영업자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갈 뿐이다.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4.05 11:27 수정 2021.04.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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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