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사랑한다면 목줄을 매주세요

이경수

 

나는 시골에서 살 때 개와 함께 뛰어놀면서 자랐다. 때문에 개에 대한 추억이 많다. 그때는 똥개라고 불리던 잡종이었지만 내겐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나와 덩치가 비슷한 개의 등에 마치 말처럼 잠깐씩 올라타기도 했다. 그러다 어머니에게 바짓가랑이가 찢어진단 이유로 혼이 난 적도 많다. 마을에서 내가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러 다니느라 늦어지기라도 하면 산 중턱 외딴집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입구까지 개가 마중을 나오기도 했다. 그 당시엔 개의 목줄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만큼이나 쥐약을 먹고 죽는 개들이 참 많았다. 밤에 죽어 나온 쥐를 갖고 놀다가 결국 먹어서 그런 변을 당하지 않았나 싶다. 한 번은 개가 우리 집에서 새끼를 낳지 않고 산속 큰 바위 아래 좁은 굴 안에다 낳았다. 며칠 뒤 나는 아버지를 따라 그 산으로 올라가 납작 엎드린 채 간신히 굴속으로 기어 들어가서 꾸물거리는 강아지를 모두 꺼내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몸보신을 즐기는 걸 어미 개가 직감적으로 알았던 게 아닌가 싶다.

 

못살았던 그 당시엔 공공연하게 마을 사람들의 보양식으로 희생된 개들이 많았다. 당시에도 매우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집에서 기르던 개들 대부분이 똥개였지만 우리 형제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다. 똥개는 어딜 가던지 내 편이 되어 주었고 불편하지 않을 만큼 나의 말귀도 곧잘 알아들었다. 그러나 거의 매일 보는 아랫집 개완 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어찌나 사납게 굴면서 으르렁거리는지 그 집 문 앞에서 친구를 만나 방으로 들어가야 조용해지곤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다시 밖으로 나오면 안 짖었다. 똥개도 도둑을 막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건 족보가 있는 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0대 중반을 넘긴 나는 아직도 남의 집 개들을 보면 사실 겁이 난다. 잘 물지 않을 것 같은 작고 예쁜 강아지라 해도 내가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개의 성향을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강아지도 낯선 이를 무척 경계하고 무서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하물며 매우 영특한 개는 어른과 아이를 구별할 줄도 아는데, 어린이가 몹시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기라도 하면 더 심하게 으르렁거리며 달려들기도 한다.

 

때문에 개와 함께 외출할 땐 필히 목줄을 채워야 한다. 개가 예쁘고 귀여우면 누구나 한 번쯤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물며 어떤 어린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개에게로 무조건 달려가고 본다. 그러나 개는 주변이 소란스럽고 낯선 사람이 자기 몸을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다 사람이 약간의 실수라도 하게 되면 개는 거친 입으로 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 주인이라는 사람이 너무도 태연하게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이런 말만 한 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면 개 또한 속에서 천불이 나지 않을까 싶다.

 

마구 날뛰는 개와 공포에 질린 사람은 마치 심장이 멎을 만큼 큰 충격에 빠져 있는데도 말이다. 이럴 때 만약 개의 목줄이 없다면 주인도 쉽게 통제할 수가 없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목줄을 채웠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주인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습관적으로 줄을 짧게 잡고 있어야 한다. 그런 행동은 타인을 위한 배려다. 그와 동시에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곧바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개를 두기 위함이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는 개를 살짝 꼬집기도 하고 눈을 만져서 깜짝 놀라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개를 만지려고 할 때 주인은 개의 목을 팔로 살며시 끌어 앉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러면 만짐을 당하는 개나 용기를 내어 쓰다듬는 사람에게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가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주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 개가 집 밖에서도 온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선 낯선 사람에게 얼마든지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개는 좋아하지만, 정작 그 개에겐 여전히 낯선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4.08 11:31 수정 2021.04.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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