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 보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

민병식

 

이 작품은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쓴 자전적 소설로 국내를 비롯한 작가의 출생지인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일 만큼 많이 팔린 책이다.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3회에 걸쳐 잡지에 연재한 소설로, 마지막 회가 게재되기 직전 오사무는 애인과 함께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그의 자살 시도 다섯 번째 만에 성공한 것이었다.

주된 내용은 세 편의 수기인데, 유년기, 학생 시대, 청년기의 내용을 담고 있다그의 문학 근본에 깔려 있는 주제는 '부끄러움'이며, 이 소설도 자신이 살아오며 느낀 인간 본연의 욕구, 그것에 대한 부끄러움, 쾌락적이고 자기파멸적인 삶의 방식, 감추고 싶은 마음을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오바 요조' 라고 하는 남자다.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요조는 세상과 어울리지 못한다. 어머니 역시 병약해 그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으며 권위적인 아버지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과 공포심. 인간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도저히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약간의 혐오를 가지고 살아간다. 대인기피증세로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던 주인공 요조는 진입 불가능한 세상과의 벽을 느끼고 타협을 모색한다.


이 타협은 자신과 남을 속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코 건강할 수 없는 타협이다. 그는 본심을 감추고 기성의 세계로 다가가 보지만 인간에 대한 불신의 감정만 증폭될 뿐이다.

변화무쌍하고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인간의 속마음을, 요조는 그저 장난스럽게 행동함으로 상대에게 무시당할지라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속이 편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익살을 연기하는 것이 모든 가족에게까지 포함이었으니 그런 소년이 과연 정상적인 삶과,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요조는 안타깝게도 약간의 비뚤어진 삶을 살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아무튼 다자이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요조는 자신만의 슬픔을 간직하며 성장한, 어딘가 우수에 찬 눈빛을 가진 청년으로 성장한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어 보이는 요조는 꽤 인기를 얻고 사랑받는다. 허나 그러던 중 친구 하나를 잘못 사귀어 인생이 파멸로 이르게 되는데 친구인 호리키다. 그를 따라다니며, 매춘, 담배, 좌익운동, 기둥서방 노릇 등을 배워가며, 요조는 인간이 하면 안 되는 것들을 자연스레 습득하고 스스로 느끼기에도 인간쓰레기가 되어간다.
 
여자관계도 복잡하다. 하숙집 주인의 딸, 고등사범학교의 문과생 어떤 큰 카페의 아가씨, 카페의 아가씨와는 빈곤한 주머니 사정을 비관하며 함께 강에 투신하지만 홀로 살아남는다. 그후 다섯 살짜리 딸이 있는 여기자와 동거를 시작하나 딸과 요조와 함께하는 삶이 행복한 그녀를 두고 자신이 둘의 행복을 망칠 것 같은 느낌에 그곳을 떠나고 정처 없이 떠돌다 어느 한 스탠드바에서 기둥서방으로 생활을 시작하는데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산다.


바의 건너편에 있는 유일하게 요조에게 술을 끊으라고 권하는 아가씨에게 술을 끊는 대신 함께 살아달라는 고백을 시작으로 그녀와 동거를 시작, 인간에 대한 의신뢰를 바탕으로 행복을 맛보지만 그녀가 어느 상인에게 겁탈을 당하자 그의 삶에 다시 어둠의 그림자가 스며든다.
 
술로 인해 망가져 각혈을 하고 약국의 부인은 술을 끊어야 한다며 정 못 참겠을 때 모르핀을 맞으라고 한다. 그러나 점점 양이 늘어나 중독이 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감금,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큰형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형은 요조를 멀리 떨어진 한적한 시골에 보내 예순 살 정도 되는 식모를 붙여 의식주를 해결하게 하고 그는 그녀에게 이상한 방법으로 겁탈을 당하기도 하고 가끔씩 부부 싸움 같은 것도 하며 만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인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사악한 인간상을 대표하는 등장인물들인 요조의 나쁜 친구호리키가 드러내는 추악한 인간상의 악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의 틀에 젖어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자성을 촉구한다
 
이기심과 체면으로 유지되는 인간 세상의 허위와 위선, 그리고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폭로해 보이고 있는 이 작품의 내용과 현재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다를까. 자살률 1위의 우리나라, 그저 짧고 쾌락적인 관계와 나만 잘 먹고 익숙해져 있는 사회는 아닌지, 최근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생명을 경시하는 일련의 무서운 사건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인간실격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서문강 기자
작성 2021.04.14 12:20 수정 2021.04.1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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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