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분노하는 민심

이봉수 논설주간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민심이 들끓고 있다. 4월 17일 현재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2.65%로 세계 100위 이하이며 아프리카의 르완다보다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1차적으로 국회에 있다. 작년에 국회에서 통과시킨 2021년도 예산안에 백신 구매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뒤늦게 백신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은 정부는 올해 3월 25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해외 백신 구매비용  2조 3,484억 원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한참 늦은 뒤였다.

이렇게 늑장 대처를 해놓고도 정부는 기회 있을 때 마다 백신 확보에 자신있다고 큰소리를 쳐왔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모더나사의 CEO와 통화를 하여 올해 5월말까지 4천만 회(2천만명 분) 분량의 백신 공급을 약속 받았다고 홍보를 했다. 개인간의 거래에서도 서면 계약을 하고,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물게 하는 장치를 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화 한 통화로 구두 약속을 한 것이 무슨 법적 구속력이 있겠는가.  모더나는 13일(현지시각) 2억 회 분의 백신 물량을 7월까지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선 구매 계약 국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모더나 백신의 5월 말 확보 계획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이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 때문에 접종을 중단하는 나라가 속출하자, 세계 각국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가 상반기에 도입하기로 확정한 백신의 대부분이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인 점을 감안하면,  안전성 문제와 함께 백신 수급 계획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가 현재까지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백신은 7,900만 명분이다. 국제 백신 공급 기구 코백스 퍼실리티에서 들여오는 1,000만 명 분을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화이자 1,300만, 얀센 600만, 모더나 2,000만, 노바백스 2,000만 명분 등이다. 그러나 상반기 내에 도입하기로 확정된 물량은 1,045만 명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가 533만 7,000명분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얀센 역시 2분기부터 600만 명분 도입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 실제로 들어온 백신은 화이자를 포함하여 181만 1,500명분에 불과하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보유한 코로나19 백신을 모두 접종해도 전국민의 6.5%만 접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13일 현재 영국에서 1차 접종을 한 사람은 3천 219만 명, 2차 접종까지 마친 이들은 765만 명에 달한다. 영국 성인의 58.5%가 백신을 1차례 이상 맞은 셈이며 전 국민의 73%가 항체를 형성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왔던 영국은 지금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동네 맥주집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로, 오는 5월 23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유럽연합 국가들과 미국, 캐나다, 호주, 바레인, 몰디브, UAE, 칠레, 세르비아, 몰타 등 조기에 백신을 확보한 나라들은 빠른 시간 내에 집단면역을 달성하여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나 중동 분쟁 지역, 남미의 후진국들과 함께 '코로나 섬'으로 남아 해외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국제적 왕따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봉수 기자
작성 2021.04.18 03:04 수정 2021.04.2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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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