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몸과 머리

영원한 인간 수수께끼

토마스 만

13

 

이 두 연인의 꿈같은 행복도 하루밖에 가지 못했다. 그 날과 밤이 지나 그 다음 날이 새기도 전에 슈리다만이 나타난다. 돌아온 슈리다만이 집이 빈 것을 보고 그의 처가 어딜 갔는지 그는 대번 알아챘다. 그의 가족들은 큰일이라도 날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무 일도 없었다. 마치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사람처럼 그는 태연했다. 그리고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난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실은 그가 미리 알고 있었다. 난다가 있는 곳을. 다가올 운명을 재촉해 앞당기지 않으려고 시타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다.

 

약간 고개를 떨어뜨린 채 그는 야아크 소를 타고 왔다. 난다의 초막 앞에서 내려 날이 밝기를 앉아 기다렸다. 초막 안의 서로 부둥켜안은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그가 느끼는 질투심은 보통 세상 사람들의 불타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지금 시타가 끌어안고 있는 몸은 자기 자신의 전신前身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 질투심이 약해졌으리라.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렇다면 간통으로 볼 수 없지 않은가? 이제 와서 슈리다만에게 있어서는 시타가 누구와 같이 자는가가, 자기와 자는가 아니면 친구 난다와 자는가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어떻든 시타는 한 남자와 자도 언제나 두 남자와 자는 것이니까. 한 번에 동시에 말이다.

 

그래서 그가 여기까지 오는데 서두르지도 않았고 초막 앞에서 날이 새기를 기다리는 인내심도 생겼으리라. 날이 밝자 어린 안다카는 아직 자고 있는데 시타와 난다가 목에 타월을 걸치고 근처에 있는 냇가로 멱 감으러 초막 밖으로 나오다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슈리다만을 발견한다. 슈리다만은 얼굴을 돌리지 않는다. 시타와 난다 두 사람이 슈리다만 앞으로 와서 그에게 겸연쩍게 인사를 하고 슈리다만의 처분만 기다린다. 고개를 깊이 숙여 절하면서 시타가 말한다.

 

슈리다만, 제 주인이고 남편이신 당신, 어서 오셔요. 당신을 반기지 않는다고 믿지는 말아주셔요. 우리 세 사람 가운데서 둘만 같이 있을 때면 언제나 하나가 빠져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리워져요. 그래서 당신과 같이 살면서도 늘 난다를 보고 싶어 하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찾아오게 되었어요. 그러니 절 용서해주셔요.”

그러자 슈리다만이 대답한다.

난 당신을 용서하오. 그리고 난다, 다정한 내 친구, 난 너도 용서하네. 네가 날 용서해주도록. 그 성자의 판결대로 네 생각 하지 않고 내 생각만 해 시타를 내 차지로 한 내 행동에 대해 말이네. 성자의 판결이 네 쪽이었다면 너도 나처럼 했을 거야. 이 세상 삶의 광증狂症과 불화 속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인간은 서로 서로에게 방해가 되고 헛되이 동경하지. 한 사람의 웃음이 또 한 사람의 눈물이 안 되는 세계를. 난 내 머리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었던 거야. 네 탐스럽던 몸을 내가 갖게 된 것을 기뻐하면서도.

 

시타가 그토록 갈망하는 모든 것을 내가 다 줄 수 있게 되었다고. 그러나 사랑은 머리와 몸, 영혼과 육체, 둘 다라야지 그 일부만일 수는 없는가봐. 그래서 우리 시타가 네 머리를 찾아 내 집을 떠나온 거야. 이제라도 시타가 네게서 영원한 기쁨과 만족을 얻을 것이라고 내가 믿을 수만 있다면, 난 너희 두 사람의 행복을 빌며 돌아가 내 집에서 은둔자가 되겠어. 그러나 너하고도 시타가 영원히 행복하리라고 난 믿지 않아. 친구의 몸에 붙은 남편의 머리를 소유하면서도 시타는 남편의 몸에 붙은 친구의 머리인 너를 못 잊어 애까지 데리고 찾아왔듯이 그와 똑같이 아니 그 정반대로 너와 살다보면 또 시타가 친구의 몸에 붙은 남편의 머리인 나를 못 잊어 애를 데리고 다시 내게로 올 테니까. 그렇다고 일처다부제가 허용되지 않는 세상이니 시타가 우리 두 남자랑 같이 살 수도 없고. 시타, 내 말이 맞지?”

 

이 물음에 시타가 대답한다.

 

아아, 참으로 그래요. 당신의 말씀이 옳아요. 유감스럽게도 정말 그러네요. 그러나 유감스럽다는 제 말은 일처다부제를 두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건 당치않고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

 

그러자 다시 슈리다만이 말한다.

 

그런 줄 나도 알고 있어요. 시타, 이제 당신이 나와 내 친구 우리 두 남자 둘 다 하고 동시에 살 수 없으니, 그리고 우리 두 사람 중 아무하고도 살 수 없으니, 남은 일은 단 하나밖에 없어요. 내 친구 난다도 나와 같은 생각일거요. 몸과 머리를 서로 교환했던 우리 두 사람이 분열된 우리 자신을 없애버리고 승화시켜 우주자연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오. 우리 자신을 화장해버리는 수밖에 없단 말이오.”

 

이번엔 난다가 말한다.

 

슈리다만, 형의 말이 옳아. 더 이상 옳을 수 없어. 전에 내가 했던 말 잊지 않았겠지. 무조건이었어. 형과 내가 같이 죽겠다고 했던 말. 이제 우리 둘 다 시타와 잠자리를 같이 해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킨 이상 우리가 우리 몸으로 더 할 일이 뭐가 있겠어? 그러니 형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이제 화장할 장작더미를 내가 쌓을게. 슈리다만, 형이 알고 있지. 난 형과 죽을 준비가 전부터 되어있었고 형이 여신께 형의 목숨을 제물로 바쳤을 때 나도 형 따라 했음을. 내가 형을 배신한 일이 있다면 시타가 내 아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마디를 데리고 날 찾아왔고 지금의 내 몸이 시타가 결혼한 남편인 형의 몸이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참, 안다카는 어디 있지?”

슈리다만이 묻는다.

초막에서 아직 자고 있어요.”

시타가 대답하고 계속해 말한다.

 

이제 우리 아이 장래를 생각해봐야겠어요. 두 분이 불에 타 우주자연의 본질로 돌아가시면 저는 어떡하죠? 애비 없는 아이를 저 혼자의 힘으로라도 키워야 하는지? 그러자면 제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게 되어 우리 애한테 수치와 오욕만 초래할 테고요. 남편 따라 순사殉死하지 않은 몹쓸 년의 자식이라고요. 그러니 저도 두 분과 함께 불에 타죽겠어요. 그러면 열녀비도 세워지고 우리 아이가 사람들의 대접도 받게 될 것이에요. 난다, 우리 세 사람의 화장 장작더미를 쌓아주셔요. 두 분과 삶의 잠자리를 같이 했듯이 두 분과 죽음의 잠자리도 같이 할래요. 우리는 언제나 셋이었지 않아요!”

 

슈리다만이 말한다.

당신이 이렇게 나올 줄 난 다 미리 알았어. 처음부터 난 당신의 높은 절개를 알고 있었으니까. 비록 그 절개가 당신의 자유분방한 몸속에 숨겨져 있긴 했어도. 우리 아들을 위해 그런 결심을 해준데 대해 깊이 감사하오. 그런데 아내가 남편의 시체와 함께 타죽으려면 당신이 과부라야 하는 것 아니오? 우리 두 남자 중에 한 사람이라도 살아있는 한 당신은 과부가 아니니까 당신을 과부로 만들기 위해서는 난다와 내가 우리 자신을, 서로 죽여야만 하오. 그래서 내가 칼을 두 자루 갖고 왔소. 내가 타고 온 야아크소 안장에 매달려 있소. 우리는 전에 각자 제 목도 스스로 잘라버린 사람들이니 이번 일은 더 쉬울 거야.”

 

이렇게 슈리다만이 말을 마치자 난다가 소리친다.

어서 칼을 갖고 와.”

 

이리하여 안다카가 아직 자고 있는 초막 앞 꽃들이 많이 피어있는 풀밭에서 두 남자가 서로의 가슴을 찌르고 쓰러진다.

 

시타의 순사를 겸한 장례식이 하나의 커다란 축제행사로 거행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고아가 된 사마디 안다카가 제주상제로서 감미롭게 향기로운 백단향 옹이마디와 망고나무장작더미에 횃불을 당긴다.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 속에서 두 남자 시체 사이의 시타가 잠시 비명을 질렀다 해도 그 소리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소라피리소리 그리고 북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얘기인즉 그 비명은 고통에서 지르는 소리가 아니고 기쁨의 환성이었단다. 사랑하는 두 남편과 하나로 결합되는 기쁨에서 부르짖는 소리였다. 시타의 희생을 기리는 오벨리스크탑이 그 자리에 세워지고 타고남은 세 사람의 뼈는 우유와 꿀을 발라 단지에 넣어 신성한 갠지스 강물 속에 던져졌다.

 

사마디, 그 후로는 안타카라고만 불린 시타의 아들은 엄마의 순사殉死로 유명해지고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잘 컸다. 그의 근시 때문에 세상에 한눈을 파는 대신에 학문을 닦아 나이 스물에 그는 벌써 베나리스 왕자의 스승이 되어있었다.


-끝-


 



편집부 기자
작성 2018.12.27 09:16 수정 2018.12.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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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