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이순신장군의 작품 읽기

[1] 한시 ‘빈궁과 영달’

입력시간 : 2019-03-11 09:57:46 , 최종수정 : 2019-03-11 11:39:54, 편집부 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내부적 갈등과 외부적 위협에 의해서 풍전등화의 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모습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조선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임진왜란의 위기에서 당시 조선은 이순신이라는 영웅 덕분에 7년여 간의 전쟁 끝에 일본(당시 왜)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이광수, 신채호에 의해 민족위기극복을 위한 영웅으로 이순신장군이 등장한 이후, 1970년대의 박정희 대통령, 2000년대 소설과 문학까지 이순신장군은 사회적 문제해결의 정답으로 자주 소환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이 맥락은 이어진다. 내적 및 외적 사회적 혼란의 해결책으로 이순신 장군은 자주 소환되었다.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을 무인적 면모가 강한 위인으로 많이 오해한다. 하지만 무인적인 면모로만 이순신 장군을 묘사하는 것은 이순신 장군을 올바르게 서술하는 모습이 아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순신장군의 초상화가 무신의 모습이 아닌 문인, 즉 선비의 모습이라는 점도 무신중심의 이순신서술은 오해임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전쟁 중에 이순신 장군은 꾸준히 ‘난중일기’를 기록했고, 시를 많이 지었다. 이는  무인이라기보다는 문인적인 면모이다. 문학은 한 개인의 사상과 의식을 담는 거울이다. 이순신 장군의 문학을 통해서 그의 삶과 가치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다음 작품은 이순신이 청년들의 부탁을 받고 그들에게 조언을 주는 작품이다.

窮通只在彼蒼天 (궁통지재피창천) : 빈궁과 영달은 오직 저 푸른 하늘에 달렸으니,
萬事聊須任自然 (만사료수임자연) : 모든 일은 모름지기 자연에 맡겨라.
富貴有時難獨擅 (부귀유시난독천) : 부귀함은 때가 있으나 홀로 차지하기 어려운 법,
功名無主遞相傳 (공명무주체상전) : 공명이란 임자가 없어 번갈아 서로 전하는 것이네.
終當遠到宜徐步 (종당원도의서보) : 끝내 멀리 가고자 할 때는 천천히 걷고,
初若先登恐躓顚 (초약선등공지전) : 처음에 먼저 오를 때는 넘어질 것을 염려하라.
九陌黃塵前去路 (구맥황진전거로) : 도성의 누런 티끌 속을 헤쳐 나아갈 때에,
且遂人後莫加鞭 (차수인후막가편) : 남의 뒤를 따라가며 공연히 서둘러 말 채찍질 하지 마오.



이 시는 7언율시의 한시이다. 보통 한시는 5글자인 5언 혹은 7글자인 7언으로 구성되며 4구(오늘날의 기준으로 행)를 절구로 8구를 율시라고 부른다. 언과 구가 늘어날수록 더욱 쓰기 어렵고 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시이다. 또한 이 한시는 형식적으로 2구씩 기승전결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순신 장군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문학적 조예가 깊어야 창작할 수 있는 7언율구의 시이며, 그 속에서 2구씩 기승전결의 구조로 짜임새 있게 형식이 갖춰진 작품이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7언율규와 기승전결의 형식에 맞춰 청년들에게 전해줬다는 것은 이순신장군의 뛰어난 문학적 능력과 문인적인 소양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이 한시는 1구부터 4구까지의 전반부와 5구부터 8구까지의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결과를 대하는 이순신 장군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1구와 2구에서는 ‘빈궁과 영달’은 하늘에 달려 있음을, 3구와 4구는 부귀와 공명 또한 홀로 얻을 수 없고 지나가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한다.


후반부에서는 전반부에서 묘사한 가치관을 구체적 형상을 통해 표현한다. 5구와 6구에서는 늘 신중해야 한다는 삶의 태도를, 7구와 8구는 이를 받아 최선을 다하되 조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내용을 더하면 이순신 장군이 청년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 수 있다.

이 시를 지을 당시의 이순신 장군은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명예와 지위를 지닌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 시에는 고압적이거나 권위적인 느낌대신 겸손함이 느껴진다. 겸손함 속에서 이 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결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때 내려놓는 욕심은 공명심과 같은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이다.


이순신장군이 사사로운 욕심을 내려놓는 모습은 ‘선공후사’와도 연결된다. 자신의 일에서 최선을 다하되, 사사로운 욕심보다는 공적인 목표를 강조하는 이순신 장군의 내면정신과 가치관을 청년들에게 전달해준 7언율구의 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양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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