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한 달 살기 성지’ 태국 북부 고대도시로 떠나보자

2부 골든트라이앵글이 있는 국경도시 치앙라이(Chiang Rai)


움켜쥔 옷깃 사이를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오는 계절이다. 추위를 오롯이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따뜻한 태양을 쫓고 싶어지는 그런 계절이기도 하다.

 

1부 치앙마이에 이어 2부에서는 따뜻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치앙라이를 소개한다.

 

태국 북부여행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미얀마, 라오스 같은 이웃 나라에 잠깐 동안이나마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세 나라가 만나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여행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북부지역의 중심도시인 치앙라이를 많이 찾는다.


골든트라이앵글을 흐르는 메콩강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의 국경선이다.



치앙라이는 치앙마이에서 북동쪽으로 200km, 미얀마 국경이 있는 매싸이에서 남쪽으로 62km 떨어진 곳에 있다. 태국의 1번 도로는 방콕에서 치앙마이와 치앙라이를 거쳐 버마 국경의 매싸이까지 이어진다. 치앙라이는 방콕에서 839km이며, 차나 버스로 14시간이 소요된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까지는 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하며, 현재 도로 확장 공사 중이어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방콕에서 매일 여러 편의 비행기가 치앙라이 국제공항으로 운행하고 있는데,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치앙라이는 태국 최북단 도시로 인구의 약 12%가 산악 부족에 속한다. 1262년 멩라이 왕에 의해 란나 왕국의 첫 수도였던 곳으로 그 역사가 매우 깊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멩라이 왕이 치앙마이에 새로운 도성을 짓자 곧 지위를 상실하게 되고 후에 버마에 의해 함락되어 수 백 년 동안 버마의 통치 하에 있게 된다. 후에 치앙마이에 병합되었다가 1933년 태국의 주로 승격되어 위상을 되찾게 된다.



 

치앙마이 남쪽에 있는 백색사원 왓 롱쿤. 마치 눈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왓 롱쿤(Wat Rong Khun)은 치앙마이에서 80떨어진 치앙라이 남쪽에 있다. 태국의 아티스트인 찰름차이가 1997년에 조성한 절이다. 사찰 전체가 백색으로 돼 있어 백색사원으로 불린다. 사원 밖의 상가들까지 온통 흰색 일색이어서 눈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기 쉽다. 대부분이 황금빛인 태국의 여느 사원과 달리 온통 하얀색으로 만들어진 것이 인상적이다.


흰색은 부처의 순수함을 표현하는 색이며, 지옥에 빠져 살려달라고 내민 구원의 손을 거쳐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된 뒤 올라가는 천상계 등의 조각이 정교하게 구현돼 있다. 1997년부터 짓기 시작해 2008년에 완공했지만 현재도 계속 증축이 이뤄지는 중이다.

 

 

구원의 손이 있는 지옥을 지나서 현세를 나타내는 다리를 지나면 극락세계로 들어선다.


백색사원 외에도 블루템플이라 불리우는 왓 롱 쓰어 텐과 온통 검은 색으로 치장한 블랙 뮤지엄은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차별화시킨 치앙라이의 대표적 관광지다. 도이창산에 있는 아카족 커피재배농장은 과거 마약인 양귀비를 재배하던 지역이었는데 태국 왕실의 로얄프로젝트에 따라 커피농장으로 상전벽해가 이뤄진 곳이다. 여기서 재배하는 커피는 800m 이상에서만 자라는 아라비카인데, 도이창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연간 500t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이창 커피 매장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제 도이창 커피는 치앙라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고산족 민속마을의 카렌족 여인. 30㎏이나 되는 놋쇠 링을 목에 차고 베를 짜고 있다.
검은색 옷차림의 아카족 여인이 아카족을 상징하는 검은색 의상을 팔고 있다. 고산족 중 고구려 유민이라는 라후족도 있다는데 이날은 나오지 않아 만날 수 없었다.


 

마약왕 쿤사로 상징되는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은 태국 북부와 미얀마, 라오스의 국경을 이루는 지역으로 아시아에서 제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지역이다. 애초 이 명칭은 1950년대부터 미얀마의 마약 군벌들이 타시렉에서 아편을 금괴와 바꾸면서 유래되었다 한다.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산맥의 티베트 남쪽 기슭으로부터 흘러내린 메콩강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을 가른다. 산악지형이 보여 주는 자연절경과 어우러진 강줄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며, 마약 재배지에서 아라비카 커피농원과 딸기밭 등 식용작물재배지로 변신한 경작지도 볼거리다. 특히 10여 고산족이 거주하는 북부산악지대, 그리고 그 사이를 유려히 흐르는 메콩강은 세계 12위의 길이이자 동남아 최고의 강이다. 특히 메콩강 삼각주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자연절경 1001에 선정된 곳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경관을 자랑한다.


태국 치앙샌 전망대에서 바라본 골든 트라이앵글. 왼쪽은 미얀마, 강 건너 오른쪽이 라오스다.

 

 

미얀마 타시렉으로 가는 태국 매싸이 국경 검문소. 이곳을 통과하면 한국인은 무비자로 30일간 미얀마에 체류할 수 있다.

 

 

타시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쏭테우는 봉고 운전석 뒷부분을 오픈하여 만든 다인승 택시다.

 


 

이곳에서 국경여행은 마치 이웃 도시를 드나드는 것처럼 자유롭고 쉽다. 특히 태국과 미얀마 사이는 매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활기마저 느껴진다. 미얀마 타시렉에서는 쏭테우를 타면 반나절 동안 타시렉 시내를 골고루 둘러볼 수 있다. 황금 불탑과 미얀마 소수민족 타이야이족 전통 사원인 왓 타이야이, 미얀마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타이야이족 마을 등을 관광하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미얀마에서 강렬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황금불탑 츠위다껑 사원은 미얀마 양곤의 99톤 체디 사원을 1/3로 축소하여 세운 사원이다.

 

 

츠위다껑 사원에서는 타시렉 시내가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타시렉 재래시장은 우리네 시장과 마찬가지로 떠들썩하고 활기 넘친다. 온갖 종류의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노점상, 물건을 들고 다니며 파는 보따리장수까지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태국에 비해 물가가 싸기 때문에 타시렉에서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찾아 자연스럽게 시장이 커졌다. 미얀마 자체 화폐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태국 화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환전의 부담이 없어 편하다.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핸드폰과 드라마, 음반, 영화 CD 등을 많이 팔고 있다. 태국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가난하고 삶 역시 힘겹다. 그래도 표정이 밝고 순수함을 잃지 않는 모습들이다.


전통사원 왓 타이야이. 묵상 중인 스님은 밀랍으로 정교하게 만든 조각이었다.



미얀마 타시렉에서 태국 매싸이로 돌아온 후 라오스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치앙샌으로 이동한다. 골든 트라이앵글의 태국 지명은 치앙샌이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서 70km 떨어진 이곳은 최대의 탈북 루트로 유명하다. 탈북자 상당수가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메콩강을 건너 태국 치앙샌 땅을 밟은 후 한국으로 들어온다.


치앙샌에는 관광객이 굉장히 많다. 메콩강 보트투어를 즐기면서 강을 건너 라오스의 돈사오섬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앙샌의 골든 트라이앵글 조형탑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국 합작으로 최근에 조성한 치앙샌의 금동여래좌상

 

 

치앙샌을 출발한 배는 먼저 상류 쪽 미얀마로 향한다. 상류로 올라간 다음 라오스 쪽을 보면서 다시 하류로 내려간다. 라오스 쪽으로 중국이 투자한 둥근 돔 형태의 카지노 건물과 신축 중인 20층 규모의 리조트 건물이 보인다. 라오스는 이곳에 관광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라오스의 국경마을 돈사오섬에 도착하면 관광객들은 대부분 라오스 기념품을 구입하거나 카페에서 비어라오(Beerlao)라는 라오스 흑맥주를 마신다.


라오스 돈사오섬의 국경 표지판

 

 

골든트라이앵글의 메콩강을 운항하는 선박은 유람선을 빼고 거의 중국 화물선이다. 중국에서는 주로 농산물과 잡화 등을 싣고 들어오는데 화물 선착장을 중국에서 직접 운영할 정도로 치앙샌은 중국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메콩강 경제권에 얼마나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제 태국 북부도시의 여정을 마감할 시간이다.

메콩강 강가에 서서 해거름 뒤로 숨어드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바라본다.

산하의 정경과 발목에 스치는 이름 모를 풀포기들이 낯설지 않아 잃어버린 고향의 향토적 서정 한 자락이 떠오른다.

 

강가에 서면

습한 바람 속에 진한 삶의 냄새가 난다

강가에 서면

거친 파도에 절망하는 탈북민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강가에 서면

나도 강물 되어 흐른다

 

 

    

 





여계봉 선임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2.20 11:21 수정 2019.12.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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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