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열정(熱情)의 화신

신연강

사진=코스미안뉴스


저를 감동케 한 대상이 있습니다. 그 개체의 활약을 보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저 대단하게 느끼거나 단순히 감동한 이상으로, 그러한 열정을 깊이 간직하고 싶어졌습니다.

 

두 개체를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하나는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몸의 기관으로서 누구나 한 개씩 소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 개체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는 알락꼬리마도요새입니다. 두 개체 모두 제겐 이번에 새롭게 각인된 대상입니다.

 

주먹만 한, 아니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이 기관이 우리 모두를 살아가게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 심장을 오늘 다시 주목하려 합니다. 젊어서 한때 야간근무를 꽤 해봤습니다. 작전 장교로 근무를 했었으니까요. 군 복무 중에는 몸이 힘들어도 정신력과 책임감으로 충실히 근무하지만, 줄곧 느꼈던 것은 주·야의 생체리듬을 거스르는 것이 몸에는 좋지 않다는 것을 몸 자체가 느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낮에 열심히 일하고 밤에 곤히 자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당연히 그래야 할 일입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영웅적 삶(쇠줄에 얽매여 운명적 삶을 반복하는)을 사는 엘리베이터조차도 밤엔 간간이 휴식을 취하지요. 물론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입주민이 버튼을 누르면 곧장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요. 그런데 존경할 만한 우리의 주인공은 밤에도 결코 쉬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의 영웅은 일 년 삼백육십오일 쉼 없이 일합니다. 평소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 알지 못했던 심장의 뜨거운 열정이 눈물겹게 느껴집니다. 한 사람의 평생 심장은 대략 30억 번을 뛴다고 합니다. 눈이 오건 비가 오건, 즐겁거나 슬프거나, 한결같이 그처럼 열심히 일한다니. 내 것이건 남의 것이건 간에, 그 놀라운 열정과 성실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생을 마칠 때까지 잘 대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위해 줄 거냐고요? 아프지 않게 잘 보살펴줘야겠지요. 심장의 오적이 있다고 하네요. 바로 , 담배, 비만, 고혈압, 그리고 당뇨입니다. 참고해서 배려해주면 좋겠지요.

 

열정의 또 다른 개체를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알락꼬리마도요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류인데, 저도 이번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 새는 몸길이가 약 63cm 정도 되는데 부리의 길이는 머리 길이의 3배가 되며, 도요새 중에서 부리가 가장 길다고 합니다. 몸은 전체적으로 갈색이고 진갈색 줄무늬가 빽빽한 모습으로 부리는 끝이 아래로 살짝 휘어져 있습니다. 먹이 활동을 할 때는 긴 부리를 갯벌의 구멍에 찔러 넣고 먹이를 찾는다고 합니다. 생김새나 생태적 특성이 마도 요(N. arquata)와 매우 닮았고, 시베리아 동북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다가 동남아시아와 호주로 이동해 월동하는 물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새 이동철인 봄 가을에 찾아와서 남해안의 갯벌, 하구 등지에서 게나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알락꼬리마도요는 한국과 호주를 오가는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이동한다고 하니, 그 집념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호주와 한국의 거리가 대략 8,300km쯤 되니, 인간이 제트여객기로 10시간을 여행할 때, 알락꼬리마도요는 자그마한 두 날개로 꼬박 일주일에서 열흘을 날아가는 것입니다. 사람으로서는 안 먹고 안자고 움직이면 과연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까요? 도요새가 작은 몸통을 두 날개에 얻고서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이동한다고 하니 무척 안쓰러운 일이지만, 해와 달 그리고 별을 보면서 온몸으로 밤하늘을 비행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생명을 건 사투의 비행 끝에 한국의 어느 습지와 갯벌에 안착해서 취하는 휴식은 얼마나 달콤하겠습니까.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보이는 듯합니다. 이제부턴 호수와 습지를 거니는 철새들을 경외심을 갖고 다르게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작은 생명체들의 그런 큰 의지와 집념, 그리고 생존본능의 강인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 살펴본 심장알락꼬리마도요가 보여준 그 열정.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작은 개체에 깃든 열정과 숭고함을 이제부턴 더욱 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 박사

신연강 imilton@naver.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6.08 14:07 수정 2021.06.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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