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우리 시대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민병식

 

임레 케르테스(1929~2016) 1929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으며 1945년에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서 풀려난다. 그 후 1953년부터 작가 겸 번역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1975년에 자신의 첫 소설인 '운명'을 발표했는데, 운명'은 그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서전적 소설이었다. 1995년에 브란덴부르크 문학상을, 1997년에 라이프치히 서적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소설은 1944, 헝가리 태생의 16세 소년 쾨베시 죄르지가 강제수용소에 보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장에서 노동 봉사를 하다 아우슈비츠로 잡혀갔고, 부헨발트 등 수용소를 거치고 전쟁이 끝난 뒤 부다페스트로 돌아온다. 작품에서는 가스실 굴뚝이 익숙한 가죽공장의 냄새를 뿜고 있고, 춥고 배고프며 노동에 시달리지만 죄르지를 통해 본 수용소는 담담하다. 심지어 질서정연한 독일인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핀란드 유대인이 죄르지를 차별하거나 유대인이 무슬림을 얕잡아 보는 등 보편적인 강자와 약자,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에서 벗어나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을 그렸다. 전쟁이 끝나고 부다페스트에 돌아온 죄르지는 모든 헝가리인을 증오한다고 말하며 수용소에서 느꼈던 행복을 말하고 싶어 하는 등 자유에서 오는 행복 등은 찾아보기 힘든 모습을 보이며 소설을 맺는다.

'임레 케르테스'라는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면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다. 그리고 그의 소설 '운명'은 그가 열네 살때 잡혀간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들'운명, '좌절',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청산' 중 첫 작품으로 약 10여 년에 걸쳐 집필했다고 한다. 그 당시 강제수용소는 아우슈비츠 외에도 굉장히 많았고 강제수용소마다 그 성격이 달랐다. 대량적인 학살을 위한 수용소가 있고, 강제 노동을 위한 수용소가 있어서 만들어진 설비나 시설, 수용소 인원에게 제공되는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가장 익숙한 아우슈비츠는 강제 노동이 아닌 집단 학살을 위한 수용소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수용소에서의 학살과 강제노동, 그리고 잔혹했던 삶을 굉장히 담담하게 묘사해 풀어내는데, 이 점이 주인공 소년의 시각에서 어떻게 사건을 받아들였는가를 더욱 와 닿게 한다.


또한 실제 경험을 통한 기억을 쓴 소설이기 때문에 굉장히 사실적이다. 책에서 묘사한 강제수용소의 삶은 생각보다 더 끔찍하고 잔혹하다. 한없이 밀려오는 굶주림과 목마름, 일상적이고 당연한 구타, 벌레와 수용된 사람들로 우글거리는 생활환경, 수많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시체 타는 연기와 매일매일 반복되는 고된 노동까지 삶보다는 죽음이 훨씬 가까운 곳이다. 수용소에서의 끔찍함 속에 있더라도 삶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작가의 삶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나는 이토록 삶을 긍정해본 적이 있었던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에 대해 경외심이 들 정도로 대단하다.

'그래, 사람들이 나중에 묻는다면 그때는 강제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수용소에서 겪었던 아픈 기억들과 감정들이 가장 잘 느껴지는 대목이다. 수많은 학살과 나치의 잔혹함을 일일이 설명하는 대신 그 안에서 느꼈던 행복한 순간들과 기억 들을 이야기 하는 소설의 역설적인 마지막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어느 누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수용소에서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을 말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는 그 행복이란 것도 너무 사소하고 잔혹해서 작가가 느꼈던 수용소의 '향수'를 전혀 공감할 수가 없을 정도다. 단지, 뭉클해지는 감정뿐ᆢ 운명은 과거와 단절되지 않다며 나치 대학살의 원인이 나치가 나쁜 것에도 있던 탓이나, 그것이 다가오는 걸 막지 못한 것에서도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질책이 소설 속의 15세의 죄르지 쾨베시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자유가 freedomliberty인지에 대하여 구분하지 않았지만(아마도 후자일 것),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자유의 의지를 구현하려는데 마음을 쉬이 놓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이전의 나치 고발에 두었던 것에서 자기구현을 위한 자유와 행복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했다는데 그 가치가 있다고 본다. 배경이 수용소일 뿐이다. 세계는 여전히 갈등과 마찰을 겪고 있고 그 속에 놓인 우리는 자유와 행복을 희구하지 않으면 늘 갈망하지 못한 존재로 놓이게 된다.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은 후 드는 생각은 그저 건강하게 살아있음과 일상의 모든 것이 행복하고 감사한 것이라는 거였다. 그냥 내가 가진 사소한 불편함과 불만까지도 말이다. 감사한 마음을 회복시켜준 이 소설이 고맙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6.09 11:44 수정 2021.06.09 12:00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전명희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