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다른 세상의 도래到來

이태상

 

인류 역사는 반항과 굴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한 예로 반항하다 거의 멸종된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인디언이 전자라면 노예로 굴종한 아프리카 대륙의 흑인들은 후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더 좀 비근한 예를 한반도에서 볼 수 있다. 8·15 이후로 4.195.16등을 겪은 남한이 전자라면 북한은 후자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로 그린일베좌음이 있다. 아마도 녹색 베레모를 착용하는 미육군특수부대 그린베레에서 따온 것 같은데, 네이버의 이미지 색인 그린Green’과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의 합성어로 네이버 뉴스 댓글의 내용이 주로 우파 성향을 띤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고, 그 반대로 다음은 좌파성향의 글이 많아 좌음으로 불린다고.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보는 주류경제학과는 달리 비이성적이라고 규정하는 행동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인지적 편향이라는 개념이 있다.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믿다 보면 확증 편향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편단심一片丹心 독선독단적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 말에 배알이 꼴린다는 표현이 있다. 아니꼬워서 견딜 수 없다는 뜻으로. 하지만 꼴릴 배알이라도 좀 남아 있는 편이 낫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시인 김지하의 글 오적五賊이 실리는 바람에 폐간되고 말았지만 월간지 [思想界]의 당시 발행인 부완혁 선생님이 나에게 무보수 게릴라 편집장일을 부탁하시면서 글 쓰는 사람들 가운데는 집권세력에 의해 발탁되기 위해 고의로 정부를 맹비난하는 글쟁이들이 있으니 이런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셨다.

 

옛날 젊어서 내가 잠시 해본 신문기자 시절 동료 기자 중에 유난스럽게 비분강개悲憤慷慨하며 위정자들을 헐뜯던 친구들이 얼마 후에 해외공보관이다, 정부대변인이다, 청와대비서관이다 하며 권력 핵심의 주변 인물로 등장했다가 정부 여당의 전국구의원이나 장·차관으로 출세가도를 달리는 걸 보아 왔다.

 

이씨왕조를 세운 이성계를 비롯하여 일정시대 친일한 인사들처럼 영어속담대로 이길 수 없거든 가담 합세하라라는 처세술에 능한 사람들이리라. 우리나라 역사를 돌아볼 때 이 몸이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라는 단심가丹心歌의 정몽주를 이상주의자라 한다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 년까지 누리리라하고 한 하여가何如歌의 이방원은 현실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 한 번 생각 좀 해보자. 윤동주처럼 일찍 죽는 것과 이광수같이 오래 사는 것, 어느 쪽이 더 좀 성숙하고 현명하며 도통한 경지일 것인가를. 흔히 청소년 시절 현실주의자라면 산 송장과 같고 중장년에도 이상주의자라면 저능低能의 지진아遲進兒라고 하지 않나.

 

현대자동차 창사 이후 초창기(1968)에 공채되어 내가 잠시 기획업무를 볼 때 당시 사장 비서로 있던 아가씨 말이 생각난다. ‘앞으로 결혼하게 되면 온종일 윗사람 밑에서 절절매거나 비실대다 넋도 혼도 다 빠져 파김치가 되어 밤늦게 귀가하는 남편보고 절대로 바가지 긁지 못할 일이라고.

 

하긴 한국 사회에서 출세하려면 자전거를 잘 타야 한다지만, 자전거 타듯 강자나 윗사람에게는 고개 깊이 숙여 , 굽신거리면서 아랫사람 약자는 짓밟는 그런 일은 다반사이리라. 그렇다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몸은 그럴 수 없다 해도 마음만이라도 말이다. 옛 선철先哲 말씀 한두 마디 되새겨 보자.

 

금은 광에서 캐내고 옥은 돌 다듬어 만들어진 것이니 변화를 거치치 않고는 참됨을 구할 도리 없으리라. 음주하는 곳에서도 도인을 만날 수 있고 가무하는 곳에서도 신선을 만날 수 있으니 고야高雅할지라도 범속凡俗을 떠날 수 없어 세속에 처하되 세속에 물들지 말지라.

 

부귀富貴하면 남들이 나를 받드나 그것은 내 부귀를 받드는 것이고 빈천貧賤하면 나를 멸시하나 그것은 내 빈천함을 멸시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나를 받드는 것도 멸시하는 것도 아니니 좋아할 것도 언짢아할 것도 아니리라.

 

부귀공명富貴功名 다 허례허식과 허세요. 허상이니 얻어도 기뻐하지 말고 잃어도 걱정하지 말라. 마음밖에는 딴 세상이 없으므로 극락은 결국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경지라는 유심정토唯心淨土는 속맘 마음씨 마음자리에 있는 것이다.

 

애오라지 배알부터 추스르고 볼 일이리라. , 이제 우리 몇 사람이 남긴 말 좀 숙고熟考해보자.

 

압제壓制에 불복不服하는 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기적을 저버리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압제에 반항하지 않거나 침묵하면서 박수치는 자들은 남자든 여자든 진짜 죽은 목숨이라고, 나는 언제나 생각해왔다. I have always looked on disobedience toward the oppressive as the only way to use the miracle of having been born. I have always looked on the silence of those who do not react or who indeed applaud as the real death of a woman or a man.

 

-Oriana Fallaci

 

때때로 어느 정도의 반란은 정치적으로 필요하고도 좋은 일이라고 나는 본다. 자연계에서 폭풍이 그렇듯이 말이다. I hold it that a little rebellion now and then is a good thing, and as necessary in the political world as storms in the physical.

 

-Thomas Jefferson

 

역사책을 읽은 사람 눈에는 불복종이란 인간의 본래면목 本來面目의 원덕목原德目이다. 불복종과 반란을 통해 인류의 진화와 발전이 있어 왔으니까. Disobedience, in the eyes of anyone who has read history, is man’s original virtue. It is through disobedience that progress has been made, through disobedience and through rebellion.

 

-Oscar Wilde

 

내 주소는 내 신발 같다. 나와 동행한다. 불의와 싸우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는 간다. My address is like my shoes: it travels with me. I abide where there is a fight against wrong.

 

-Mother Jones

 

춤이라면 난 지칠 줄 모르는데 한 젊은 남성 청년이 마치 절친한 동지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비장한 얼굴로 내 귀에다 속삭이기를, 댄스는 (우리말로는 운동권의) 너 같은 반동자反動者 선동가煽動家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네 일이나 챙겨 너나 잘하라. 누가 거창하게 대의명분大義名分을 내세우는 걸 나는 질색한다. 인습과 편견에서 벗어난 자유와 혁신을 주장하는 그 어떤 반체제적인 명분도 삶의 기쁨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At the dances I was one of the most untiring and gayest. One evening a young boy took me aside. With a grave face, as if he were about to announce the death of a dear comrade, he whispered to me that it did not behoove an agitator to dance. I told him to mind his own business, I was tired of having the Cause constantly thrown into my face. I did not believe that a Cause which stood for a beautiful idea, for anarchism, for release and freedom from conventions and prejudice, should demand the denial of life and joy.

 

-Emma Goldman

 

한 집안에 3대가 같이 살 경우 그중 한 세대는 혁명적일 수밖에 없다. When three generations are present in a family, one of them is bound to be revolutionary.

 

-Elise Boulding

 

인생의 진로에서 얻어지는 모든 지식과 지혜는 우리에게 복종과 굴종만을 강요하는 기득권 독점자들로부터 쟁취하는 것들이다. Every advance in human life, every scrap of knowledge and wisdom and decency we have has been torn by one side from the teeth of the other. Every little increase in human freedom has been fought over ferociously between those who want us to know more and be wiser and stronger, and those who want us to obey and be humble and submit.

 

-Philip Pullman, The Subtle Knife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이 부당한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궁지에 내몰릴 때라야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P eople never move towards revolution; they are pushed towards it by intolerable injustices in the economic and social order under which they live.

 

-Suzanne La Follette

 

함께 참여하자는 초대를 받을 때까지 우린 기다리지 않았다.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우린 기다리지 않았다. 우리처럼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걸 우린 잘 알기 때문에 우린 우리 자신의 힘으로 쟁취했다. We did not wait to be invited to participate. We did not wait to be given power, knowing that marginalized communities rarely are given such power. We took it.

 

-Pramila Jayapal

 

인간다운 확신을 가진 자라면 그 확신에 걸맞는 방법으로 항의와 항변의 시위를 해야 한다. Every man of humane convictions must decide on the protest that best suits his convictions, but we must all protest.

 

-Martin Luther King Jr.

 

압제자나 피압제나나 공히 해방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는 자는 증오의 포로로 편협하고 옹졸한 편견의 감옥에 갇혀있는 까닭에서다. 압제자나 피압제자나 다 똑같이 참된 인간성을 박탈당한 것이다. The oppressor must be liberated just as surely as the oppressed. A man who takes away another man’s freedom is a prisoner of hatred, he is locked behind the bars of prejudice and narrow-mindedness. The oppressed and the oppressor alike are robbed of their humanity.

 

-Nelson Mandela

 

이 자신 밖에 있다고, 자신은 덕성德性이 흘러넘치는 그릇 성배聖杯라고, 상정想定하는 건 잘못이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악의 뿌리는 내 안에도 있기에 그 책임을 나도 져야한다. 이 사실은 혁명 전에도 그랬었고 현재도 그러하다. It is wrong to suppose the source of evil is outside oneself, that one is a vessel of holiness running over with virtue. No; the root of evil is in me as well, and I must take my share of the responsibility and the blame. That was true before the revolution and it is true still.

 

-Nikolai Berdyaev

 

압제는 상상의 실패이다. 다른 사람들의 인간됨을 상상하지 못하는 실패이다. Oppression involves a failure of the imagination: the failure to imagine the full humanity of other human beings.

 

-Margaret Atwood

 

모든 진정한 혁명은 필연코 정신혁명이다. All bona fide revolutions are of necessity revolutions of the spirit.

 

-Sonia Johnson

 

혁명의 쌍방이 꼭 필요로 하는 건 친절과 다정함이다. 이웃을 내 몸처럼 대하라는 격언을 체화體化한 혁명은 가장 경이로운 것이다. The main necessity on both sides of a revolution is kindness, which makes possible the most surprising things. To treat one’s neighbor as oneself is the fundamental maxim for revolution.

 

-Freya Stark

 

사람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When I see changed men, I shall look for a changed world.

 

-Ralph Waldo Emerson

 

다른 세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도래到來하고 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 숨소리가 들린다. Another world is not only possible, she is on her way. On a quiet day, I can hear her breathing.

 

-Arundhati Roy

 

위에 마지막으로 인용한 1997년 출간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은 것들의 신 he God of Small Things’의 저자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Booker Prize 수상자인 아룬다티 로이 Arundhati Roy가 언급한 다른 세상은 모름지기 현재 한반도에서 동트고 있는 코스미안 시대를 일컫는 것이었으리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6.23 12:01 수정 2021.06.2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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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