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나쁜 습관을 고백합니다

신연강

사진=신연강


이상하게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 있습니다. 오늘 저의 그 나쁜 습관을 고백하겠습니다. 노력하지만 고쳐질지는 모르겠고, 그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고칠 수 없더라도 나쁜 놈으로는 생각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710일입니다. 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떴습니다. “빌려 가신 책을 711일까지 반납 바랍니다.” 달력을 보니 내일이 벌써 711일입니다. 빌린 책은 모두 5. 반납 3권에, 미반납 도서가 2권입니다. 그중 한 권을 반납시일에 쫓겨 마지못해 책장을 넘겨 봅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 서재에 방치해놓았다가, 그냥 반납하기가 아까워서 국수 말아먹듯 후루루 책장을 넘기다가, 이제야 이 꽂혀 구석구석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버릇을 어떻게 고칠 수 있겠습니까.

 

이 책을 빌리게 된 동기는 이렇습니다. 도서관 서가를 훑어가다가 책을 맞닥뜨린 순간, “, 뭔가 있겠구나.”라는 심리가 분명 작용했던 겁니다. 제목을 보고서 무언가 건질 것이 있을 거라고 분명 생각했던 거지요. 그렇게 2주간 책을 빌려서 옆구리에 끼고 있다가, 세상사에 밀려서 보지도 않다가, 아쉬워서 2주를 더 연장해 마음 편히 보관하다가, 반납기한이 이틀 남은 이제 어떻게라도 훑어보자는 심리가 작동했을 겁니다. 이것이 저의 독서 습관입니다. , 고약하지요!

 

미반납 도서는 2권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2권의 책에 대해 생각이 교차하는 바가 있습니다. 두 책의 성격이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습니다. 한 권은 요즘 한 젊은 저자가 쓴 글쓰기에 관한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연륜 있는 필자가 쓴 작가 수업에 관한 책입니다. 시인이며 장편소설도 쓴 필자가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러 얘기를 들려줍니다. 그중에 창작자의 태도에 관한 얘기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는 창작자가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할 태도로서, 글 쓰는 자신을 공인으로 생각하라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창작의 과정을 풍요롭게 하라고 하는데, 이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 간직한 풍부한 경험을 말합니다. 더불어 작가는 빛이 아니라 어둠 속에 위치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빛 안에 있는 사람은 빛만 보지만,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은 빛과 어둠을 다 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앞 책의 젊은 저자는 직장생활을 하다 전업 작가 겸 글쓰기 코치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쭉 훑어보니 자신의 역할과 글쓰기에 관해 상당한 자부심이 있고, 책도 잘 팔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상당한 수입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 변화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것, 경험한 것을 메시지로 융합하고 글로 표현해서 책 한 권 분량을 달성하는 것이 책 쓰기.”라고 정의합니다. 어쨌든 그가 책 쓰기와 책 출간에 관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만, 책의 상당 부분이 본인에 관한 얘기며, 본인의 성과를 과시하고 홍보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뭐, 대중이 열광한다면 굳이 달리 할 말은 없는 거지요.

 

이쯤 되면 아마 두 책의 제목이 무엇인지 상당히 궁금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굳이 책 제목을 밝힐 이유도 없고, 밝혀서 좋은 것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좋은 내용은 알아야겠기에, 책을 읽으면서 메모한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한 가지 더 부연하면, 두 책은 책을 써나가는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의 젊은 저자는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 또 책을 써야만 성공하고 세상에 어필할 수 있다.”라면서 제목과 목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후자는 하여튼 글은 신이 어깨 위에 내려와야, 그리하여 마음의 격동이 바람처럼 일어나야 써지는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그가 삶이 예술이 되는 과정을 그려낸 책에서, 책의 가치에 관해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 남이 읽을 수 있으려면 그만한 값을 해야지요. 그래서 쓰는 자 스스로 문학적 자아가 형성되지 않고, 문학적 인격이 쌓이지 않고, 문학적 주체로 자리 잡지 못하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 길이 없어요.”(김형수, 37)라고 말하는 대목을 저는 오늘 무겁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는 분과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늘 시간에 쫓겨서 논문을 쓰게 된다고 합니다. 알고 보면 저만의 고민은 아니었던 듯싶은데. 책 빌리고 읽는 데도 이 버릇을 못 고치고 있으니, . 그렇지만 오늘 그 고약한 버릇 덕에,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한 내용을 얻게 되었습니다.

 

주말에 미반납 도서를 손에 쥐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기한이 임박해서야 책을 해치우려는 이 나쁜 습관, 어떻게 좀 할 수 없을까요. 그러면서 얼마 후면 나올 저의 책으로 생각이 옮겨갑니다. 시중에 그토록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제가 생각해도, 책값을 고려할 때 허접한 책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시인이 말했듯 남이 읽으려면 그만한 값을 해야겠지요. 독자로서는 큰맘 먹고 의미를 부여하며 책값을 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책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올는지, 책값을 제대로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걱정도 되고, 참 궁금해지는 날입니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 박사

신연강 imilton@naver.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7.13 12:01 수정 2021.07.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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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