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는 없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찾을 수 있다. 모두가 다 나를 웃긴다는 거다. Among those whom I like or admire, I can find no common denominator, but among those whom I love, I can; all of them make me laugh.”
이렇게 말한 영국 시인으로 미국시민이 되었든 위스턴 휴 오든 W. (Wystan) H. (Hugh) Auden (1907-1973)과 나도 동감이다. 따라서 웃기는 소리 한두 마디 해보리라.
젊은 날 술 좋아할 때는 술장사 했고, 책을 좋아해 책장사도 했으며, 어려서부터 미국의 단편소설작가 윌리엄 시드니 포터 William Sydney Potter의 필명인 오 헨리 O. Henry (1862-1910)의 ‘크리스마스 선물 (원제는 The Gift of the Magi, 1905)’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했다. 주인공 남자는 시계 팔아 여자 머리빗 사주고 여자는 머리 잘라 남자 시계 줄 사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에 두고두고 감동했는지 한 때 나는 가발장사도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머리 못지않게 발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미친년 가발 씌워주기’보다 ‘거지발싸개 고쳐주는 것’이 더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가발장사 대신 구두 수선업으로 업종을 바꾸거나 아니면 겸업을 해볼까 생각도 했었다.
또 그런데 더 좀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날로 퍼져가는 에이즈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세계 방방곡곡 곳곳에 각양각색의 ‘고무장화’ 콘돔만 파는 연쇄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부되고 있다는 이 콘돔이 주로 성병 예방이나 피임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옛날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76년 전 8·15 광복 직후에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아주 별스럽게 색다른 장난감이었다.
그때 나는 우리나라에서 학생 수가 제일 많다는 서울 동대문 밖 종암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하자 그 동네 살던 일본 사람들이 두고 떠난 ‘적산가옥’에 코쟁이 미국 사람들이 살게 되면서부터 우리 어린이들은 보물 찾듯 그런 집 쓰레기통을 뒤져 오그라든 ‘고무장화’ (지금 생각해보니 쓰고 버린, 요샛말로 콘돔)를 고무풍선으로 신나게 불고 다녔다.
오늘날 어린이들은 그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전자 오락비디오게임이다, 컴퓨터다, 별의별 장난감을 다 갖고 놀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야 좀 두꺼운 종이로 만든 딱지, 나무를 깎아 만든 팽이나 자치기, 엽전을 종이로 싸서 두 끝을 구멍으로 내어 갈래갈래 찢어서 이를 많이 차기 내기하는 제기가 고작이었다. 그러던 어린이들에게 너무도 신기한 새로운 장난감이 생긴 것이었다.
자, 이제 우리 이 ‘콘돔 condom’이란 단어 풀이 좀 해보자.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기구로서의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결코 무의미하지 않으리라.
영어로 ‘con’이라 함은 라틴어로 반대한다는 뜻의 ‘contra’의 약자이고, 우리 말로 ‘돈 놈’의 약자 ‘돔’과 함께 ‘콘돔’이란 단어가 생겼을 법하다.
아니면 조건부란 뜻의 ‘conditional’의 약자인 ‘cond’에다 산스크리트 범어의 ‘옴’자를 갖다 붙여 잡스러움이 붙지 않고, 엄마 어머니의 ‘엄’의 변형 ‘옴’ 자로 세상 모든 것의 근본을 찾아 순간순간의 삶을 사랑으로 채워보라는 것 아닐까.
그도 아니라면 마음의 반성 또는 집중상태를 가리키는 ‘생각하는 모자 thinking cap’를 쓰고 아니 끼고 자중자애自重自愛하라는 뜻이리라.
어쩌면 그래서 ‘남자들은 자지로 생각한다. Men think with their penis.’란 말이 서양에 있나 보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