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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5일자 미주 뉴욕판 한국일보 오피니언 [삶과 생각] 칼럼 '10월 가을에 안겨' 필자 김자원 뉴욕불교방송 대표는 "나의 존재가 진정 자연의 일부이고 싶다"고 이렇게 더할 수 없도록 순수하고 아름답게 '자연과 인문'을 아우르고 있다.
"10월.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허허로움이 담긴 10월이어도 ‘10이라는 꽉찬 숫자만’으로 그냥 풍성하다. 예사로운 감성도 무진장 깊어진다. 그래서 시리게 빛나는 밤하늘 별빛을 오래 지켜보게 된다. 그러는 동안 떠오르는 얼굴들. 무엇 하느라 잊고 지냈는지. 늘 지금 여기에 깨어있으라 하면서 그렇지 못한 것 알겠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등 토닥여주고 이끌어준 인연들. 하 긴세월 속 마음에 새겨진 모습들. 고맙고 은혜로운 이들의 흔적이 수놓아진 조각보에 작은 제 마음이 담겨있다.
아스라한 별빛이 뿌옇게 흐려진다. 미소와 함께 볼을 타고 눈물이 마중 나온다. 그렇게 안부 물어선 안되겠지만 오래 갇혔던 소망 씻겨내어 맑음으로 서있기 위함인 것 같다.
정치뉴스에 휩쓸리지 않겠다 다짐했는데도 나도 몰래 곁눈질하다 제 시간 통채로 몰아넣고 자책했다. 모든 것 내려놓고 무심해보자. 단풍들고 낙엽 지는 가을 나무만큼.
아무 일없이, 조용하게, 행복하게 쓰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그런 글이 있기나 할까? 매순간 변하고 날마다 다름으로 찾아오는 모든 것들에 관심 쏟는 일이 깨어있기다.
좋은 것들로 가득한 풍성한 가을이다. 일요법회 후에 먹는 점심공양. 정성 깃든 절 음식은 그대로 보약이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치료하는 약으로 삼아 도업을 이루기 위해 이 공양을 받습니다' 라는 공양게송은 날이 갈수록 그 의미가 신선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작은 일에도 고마움이 절절하다. 삶의 곳곳에 도사린 갈등구조가 결국은 자신 단련하기 위한 것들이라니 순간순간이 경이롭다.
나는 날마다 아니, 매순간 마음에 무지개가 뜬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가슴이 훈훈했다. 그리고 혼자 웃는다. 그런 상상 하는 내가 우습다.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답해주면서. 그렇게 떴다 사라지는 수증기와 햇살의 인연 무지개다.
‘잠깐 기다리라’며 정원에 핀 국화 한아름을 꺾어 안겨주시는 스님의 순수함이 무지개가 아니고 무엇일까? 잠깐 밖에 나와보라며 탐스런 가을 국화분을 현관에 놓고 사라지는 분의 마음 또한 무지개다.
10월. 많은 것을 안겨주고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사람 하는 일 위대하고 대단하지만 억지로 하면 허사다.
구만리 멀고먼 푸른하늘에 구름일고 비가 내리듯(萬里淸天雲起雨來) 사람 없는 빈산에도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네.(空山無人水流花開)
인간의 역할이 없어도 자연의 섭리는 물 흐르듯 때를 좇아 꽃을 피운다는 황정견의 한시 - 가슴에 무지개 뜬다. 나의 존재가 진정 자연의 일부이고 싶다. 황홀한 바램이다."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던 1936년말에 가수 고복수(高福壽 1911-1972)가 부른 ‘짝사랑’ 이란 노래 가사다. 여기서 말하는 ‘으악새’는 ‘억새’로 알려져 있다.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살랑거리는 억새의 사각거림을 슬피 운다고 표현했으리라.
2015년 10월 2일자 미주판 중앙일보 오피니언 페이지 <고은의 편지10> ‘하원(下園)에게’를 “맹목적이네. 눈앞의 10월은 맹목적인 너무나 맹목적인 나의 하루하루를 열어주네.” 이렇게 시작하면서 그는 단언(斷言)하듯 술회(述懷)한다. “가을은 소설이 아니 네. 가을은 해석이 아니네. 가을은 시이네.”
모든 어린이들처럼 나도 아주 어릴 적부터 모든 사람, 특히 여자와 아가씨를 무척 좋아하다 보니, 그야말로 ‘다정도 병이런가’ 짝사랑 이 되고 마는 것 같다. 이게 어디 사람뿐이랴! 하늘도 땅도, 그 안에 있는 모든 것 말이어라. 고은(高銀, 본명: 高銀泰 1933 - ) 시인의 글을 나는 이렇게 바꿔보리라.
‘삶은 소설이 아니네. 삶은 해석이 아니네. 삶은 시이네.’
아니, 그보다는 ‘삶이 산문(散文)이라면 숨 쉬는 숨은 시(詩)’라고 하리라.
대학 시절 강의실보다는 음악감상실이나 다방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내 짝사랑을 소설화 해보겠다고 긁적인 초고(草稿) ‘내가 걸어온 자학(自虐)의 행로(行路)’ 앞부분을 이어령(李御寧, 1933 - ) 대학 선배에게 보여줬다. 그랬더니 그의 평(評)은 이러했다.
“이 ‘자학의 행로’에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불후의 세계 명작을 쓴 작가들의 심오한 사상이 모두 다 들어 있지만 전혀 요리가 안 된 상태이다. 그러니 독자가 먹기 좋게 살도 부치고 양념을 쳐라.”
하지만 나로서는 그럴 재주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고 싶지도 않아 일찌감치 작가가 될 생각을 접고, 차라리 인생이란 종이에 삶이라는 펜으로 사랑이란 피와 땀과 눈물을 잉크 삼아 소설이 아닌 시를 써보리라 작심했다. 그것도 단 두 편이면 족하리라 생각했다. 그 하나는 내 ‘자화상(自畵像)’이고 또 하나는 먼 훗날의 내 ‘자서전(自敍傳)’이라고 나 스스로 명명(命名)한 ‘바다’와 ‘코스모스’란 시(詩)다.
이 둘을 하나로 합치면 ‘코스모스바다’가 되리라. 이게 어디 나뿐이랴. 코스모스바다의 물방울들이 사랑의 숨으로 기화(氣化)하여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무지개 타고 황홀하게 주유천하(周遊天下) 하다 코스모스바다로 돌아갈 우리 모두의 참모습이며 여정(旅程)이 아니랴! 이 사실 아니 진실을 깨닫게 해주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리라.
2020년 9월 24일자와 2019년 1월 7일자 코스미안뉴스에 올린 우생의 칼럼 글 둘 옮겨보리라.
[이태상 칼럼] '우린 모두 가을을 타는 코스미안이어라'
찬 바람 부는 가을이면 추풍낙엽을 보며 사람들이 가을을 타지만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추석 명절에도 고향 방문을 삼가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격리된 상태에서 그 증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으리라.
이는 단순히 기분 탓이라기보다 생체적인 호르몬 작용이라고 한다.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우울증을 감소시켜주는 이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 분비도 적어지기 때문이란다. 흔히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실은 '계절성 우울증 (SAD –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을 앓는 이의 80% 이상이 여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계절적인 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 서구식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기계적 디지털화로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사람들이 점차로 고립되어 오지 않았는가.
2017년 영국이 유럽연합(The European Union)에서 탈퇴를 결정하자 앞으로 영국은 고립되고 고독한 섬이 될 것이라고 유럽인들이 조롱 섞인 예측을 했지만 이미 영국 사회는 '고독 (loneliness)'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17년 발표된 ‘고독에 관한 조 콕스 위원회(the Jo Cox Commission on Loneliness)’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인 9백만 명 이상이 자주 아니면 늘 극심한 외로움을 겪고 있단다.
따라서 당시 메이 수상 (Prime Minister Theresa May)은 2018년 1월 17일 트레이시 크라우치 (Tracey Crouch) '문화부 스포츠와 시민사회 담당 차관(the under secretary for sport and civil society in the culture ministry)'을 세계 첫 고독부장관(a Minister for Loneliness)으로 임명했다.
혼자면 외롭고 둘이면 그립다 했던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인생이지만 고향이 있기에 둘이고 둘이기에 그립지 않은가. 그래서 떨어져야 님이고 떠나와야 고향이 생기는 법이리라.
자, 이제 앞서 지구별에 다녀간 코스미안 카릴 지브란이 그의 <예언자의 뜰 The Garden of the Prophet, 1933>에서 하는 말 좀 우리 함께 들어보리라.
어느 하루 이른 아침에
제자들과 뜰을 거닐다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이슬방울에 비치는 햇빛
저 태양만 못하지 않듯이
우리 가슴속 메아리치는
숨 소리 삶 못지 않으리.
이슬방울 햇빛 비춰줌은
이슬이 햇빛인 때문이고
우리 모두 숨 쉬는 것은
우리 그 숨인 까닭이리.
날이 저물고 밤이 되어
어둠이 주위로 깔리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리.
한밤의 진통 겪더라도
저 언덕바지 계곡처럼
우리도 어둠의 밤 밝힐
찬란한 새벽을 낳으리.
밤에 지는 백합 꽃잎 속에
몸 굴려 모으는 이슬방울
우주 대자연의 품속에서
혼과 넋을 찾아서 모으는
우리 자신과 다름없으리.
천 년에 한 번 나는 겨우
이슬 방울일 뿐이라 하며
이슬이 크게 한숨짓거든
그에게 이렇게 물어보리.
영원무궁한 세월의 빛이
지금 네게서 빛나고 있는
이 기적 같은 신비로움을
너는 깨닫지 못하느냐고.
하루는 큰 바람이 일어나
모두 집안에 앉아 있는데
한 제자가 물어 말하기를
저는 홀몸인데 어쩌지요.
나이 먹는 것이 두려워요.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혼자임을 아직 몰랐었나.
우리는 모두 누구나가 다
이 세상에 혼자서 왔다가
혼자서 떠나가는 것임을.
자네 잔은 어떤 것이든
자네가 혼자 들어야지.
자네 몫 그 잔에 담긴
자네 삶 한껏 맛보게나.
쓴 것도 단 것도 모두
한 방울 남김없이 다
혼자 드는 잔이라네
자네 술잔에 담긴 것이
자네 피눈물 방울이래도
타는 목마름을 준 삶에게
송찬의 감사를 드리게나.
자네에게 갈증이 없다면
자네 가슴은 파도 없어
해조음 없는 바닷가처럼
황량하고 삭막할 뿐이리.
자네 잔을 기쁘게 높이
들어 혼자서 마시게나.
혼자 드는 사람들에게
축배를 들어 마시게나.
한때는 나도 다른 사람들과
잔칫상에 같이 둘러앉아서
마셔보았으나 그 술기운은
내 머리로도 가슴속으로도
전달되지 않고 발끝으로만
내려가 내 생각은 흩어지고
내 감정은 메말라버리더군.
그 후로는 더 이상 술친구 찾아
그들과 함께 술 마시지 않았네.
그대들에게 나 이르노니
기쁨의 잔도 슬픔의 잔도
저마다 각자 혼자 들게나.
And on a morning when the sky was yet pale with dawn, they walked all together in the Garden and looked unto the East and were silent in the presence of the rising sun.
And after a while Almustafa pointed with his hand, and said:
"The image of the morning sun in a dewdrop is not less than the sun. The reflection of life in your soul is not less than life.
"The dewdrop mirrors the light because it is one with light, and you reflect life because you and life are one.
"When darkness is upon you, say: 'This darkness is dawn not yet born; and though night's travail be full upon me, yet shall dawn be born unto me even as unto the hills.'
"The dewdrop rounding its sphere in the dusk of the lily is not unlike yourself gathering your soul in the heart of God.
"Shall a dewdrop say: 'But once in a thousand years I am a dewdrop,' speak you and answer it saying: 'Know you not that the light of all the years is shining in your circle?'"
And on an evening a great storm visited the place, and Almustafa and his disciples, the nine, went within and sat about the fire and were silent.
Then one of the disciples said:
"I am alone, Master, and the hoofs of the hours beat heavily upon my breast."
And Almustafa rose up and stood in their midst, and he said in a voice like unto the sound of a great wind:
"Alone! And what of it? You came alone, and alone shall you pass into the mist.
"Therefore drink your cup alone and in silence. The autumn days have given other lips other cups and filled them with wine bitter and sweet, even as they have filled your cup.
"Drink your cup alone though it may taste of your own blood and tears, and praise life for the gift of thirst. For without thirst your heart is but the shore of a barren sea, songless and without a tide.
"Drink your cup alone, and drink it with cheers."
"Once I sought the company of men and sat with them at their banquet-tables and drank deep with them; but their wine did not rise to my head, nor did it flow into my bosom. It only descended to my feet. My wisdom was left dry and my heart was locked and sealed. Only my feet were with them in their fog.
"And I sought the company of men no more, nor drank wine with them at their board.
"Therefore I say unto you, though the hoofs of the hours beat heavily upon your bosom, what of it? It is well for you to drink your cup of sorrow alone, and your cup of joy shall you drink alone also."
가을이면 가는 길 길가에 하늘하늘 코스모스 피는 것은 우리 모든 우주 나그네 코스미안들에게 우리의 영원한 고향 코스모스를 상키시켜 주는 것이리. 그러니 우린 모두 가을을 타는 코스미안이어라.
[항간세설] '우주, 지구 그리고 나
Cosmos, The Earth, and I'
우주! 이 얼마나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궁무진한 신비의 존재인가.
지구! 대우주 코스모스바다의 물방울 같고 모래사장의 모래알 같은 작은 별, 이 얼마나 슬프도록 아름다운 신비의 존재인가!
그리고 나! 소우주 ‘지구’의 소우주인 ‘나’라는 존재, 이 얼마나 경이롭고 기적 같은 신비의 존재인가!
칼릴 지브란(1883-1931)의 우화집 '광인(狂人)'에 한 천문학자가 나온다. 이를 인용해 본다.
벗과 내가 사원 그늘에 혼자 앉아 있는 장님을 만났다. 벗이 말하기를
“이 땅의 제일가는 현자(賢者)를 보라.”
나는 장님에게 다가 가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제부터 앞을 못 보셨습니까?”
그는 “태어나면서부터”라고 대답했다.
내가 다시 묻기를, “어떤 지혜의 길을 따르십니까?”
그러자 그가 말하기를, “나는 천문학자라오.”
그는 손을 가슴에 얹고 말하기를, “나는 저 모든 해들과 달들과 별들을 본다오.”
'Cosmos, The Earth, and I'
‘Cosmos’: What an infinitely mysterious entity absolutely and utterly beyond human imagination!
‘The Earth’: What a stunningly and sorrowfully beautiful entity of pure mystery, a droplet of (or mist over) the Sea of Cosmos, or a grain of sand at the beach thereof!
‘And I’: What a breathtakingly wonderful entity of pure miracle, as a microcosmos of The Earth, the microcosmos of Cosmos, the macrocosmos!
There is The Astronomer from THE MADMAN: His Parables and Poems (1918) by Kahlil Gibran (1883-1931).
IN the shadow of the temple my friend and I saw a blind man sitting alone. And my friend said,
“Behold the wisest man of our land.”
Then I left my friend and approached the blind man and greeted him. And we conversed.
After a while I said,
“Forgive my question, but since when hast thou been blind?”
“From my birth,”
he answered.
Said I,
“And what path of wisdom followest thou?”
Said he,
“I am an astronomer.”
Then he placed his hand upon his breast saying,
“I watch all these suns and moons and stars.”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