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형 칼럼] 마음까지 치료해 주는 심의(心醫) 홍 원장

하진형



언제부턴가 오른쪽 귓속이 아팠다. 동네 이비인후과의원에 가면 외이도가 좁은 것 말고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서 약 먹고 며칠 지나면 괜찮을 거라 했지만 증세는 계속 심해졌다. 인근의 다른 의원에 가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는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할 수 없이 진료소견서를 발급받아 지역 내 상급병원으로 갔다.

 

예약을 하고 가려니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해서 당일 접수를 시켜놓고 기다렸다. ‘당일 접수는 예약손님 우선이기 때문에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접수대의 안내를 받고 그래도 한 시간쯤 기다리면 되겠지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오래 기다려야 했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벌써 두 시간이 넘게 지나갔다. ‘이러다가 오전 진료도 못하고 점심시간을 넘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마음으로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원장님은 점심시간을 넘겨서라도 환자진료는 다 보십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12시를 넘기고서야 부름을 받았다. 진료실엔 의사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협업하고 있었다. 조용함 속에서도 편안한 질서가 보였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넉넉한 노신사 풍의 의사는 무척 차분했다. 환자의 심리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환자와 눈을 맞춘 그는 서둘지 않고 천천히 부드러운 음성으로 증상을 물으며 공감해 왔다. 그것은 경청을 넘어선 공감이었는데 나의 마음도 어느새 편안해져 있었고 진료 가운에 새겨진 명찰도 부드러워 보였다.

 

여러 검사 기계를 이용하여 여기저기를 살펴본 의사는 자신의 소견으로는 단순히 귀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턱관절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MRI 촬영을 해야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을텐데 MRI 촬영 비용이 비싸다며 같이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우선 귀 부분에 대하여 촬영을 해보고 귀에 이상이 없으면 턱관절 촬영해보잔다.

 

그러면 비용적 부담이 적을 것이라면서. 그러겠다고 하고는 진료실을 나와서 간호사가 차트정리 하는 동안 생각하니 나중 또 언제 오겠나, 돈이 좀 들더라도 턱관절까지 진료를 받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간호사에게 저어 죄송하지만 선생님께 한 번 더 말씀드려 달라고 했더니 점심시간이 늦어진 시계를 한번 보고는 메모를 넣어 주겠단다.

 

잠시 후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의 표정에는 조금 전 공감해 주었던 눈빛이 그대로 있었다. ‘귀와 턱관절 둘 다 보시려면 비용이 많이 들 겁니다. 저의 소견은 외견상 귀에는 이상이 보이지 않으니 먼저 턱관절부터 치과에 가서 확인해 보고 난 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라면서 치과 치료를 잘 받으시라는 인사까지 건네 왔다.

 

고마웠다. 환자의 비용부담 문제까지 살펴주는 모습이 병만 치료하는 의사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와서 접수대 간호사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는데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다가오더니 접수대 전화로 치과에 전화하여 재차 챙겨 주었다. 무척 고맙고 감동 그 자체였다. 나중 알았는데 그가 병원장이라 했다.

 

중국의 역사서 사기(史記)에는 약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의술이 뛰어나 신의(神醫)라고 불리는 편작(扁鵲)의 이야기가 있다. 죽어가는 사람까지 살리는 의술로 전설같이 전해지는데 병이 위중한 상태를 가리켜 편작이 여럿 와도 못 고친다고 비유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편작은 자신의 의술은 형님 두 분에 비할 바 못된다면서 겸손해 하고 질병의 치료보다 예방과 조기 치료를 강조하였다고 한다. 의술의 본질을 실천한 것이다.

 

명의(名醫)는 우리나라 곳곳에도 있다. 중국의 편작은 알면서 우리나라의 명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어쩌면 이상한 일이다. 공부 잘하여 돈 많이 버는 의사를 꿈꾸기보다 마음까지 치료하는 의사를 꿈꾸는 사회를 상상한다. 마음의 상처가 사회문제까지 되는 현대는 마음치료가 더욱 중요하지 않은가. 결국 마음치료가 최상의 치료다.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종국적으로 심의(心醫)가 명의(名醫)인 것이 아닐까.

 

치과에서 통증 원인이 턱관절 장애로 진단되고 요즘도 검진을 받으며 치료하고 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이 따라 나와 혼자 미소를 짓기도 한다. 향기는 꽃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향기를 품고 마음까지 치료해 준 심의(心醫) 홍 원장을 생각하면서 나는 어떤 대상에게 어떤 부분의 작은 나눔을 같이 할 수 있을까.



[하진형]

수필가

칼럼니스트

행정안전부 등록 범죄안전 강사

이순신 인문학포럼 대표(이순신 국제센터)

3회 코스미안상 금상

bluepol77@naver.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1.19 01:52 수정 2021.11.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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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