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식 칼럼] 짐승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않는다

김춘식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신을 한곳에 모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 마음을 온통 한곳에 모아 거기에만 신경을 쓴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진무제 태강(太康)연간에 낙양의 종이값이 원래 한 장에 10전 하던 것이 갑자기 20, 30전으로 폭등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유는 좌사(左思)라는 사람이 지은 <삼도부(三都賦)>라는 한편의 문장을 당시의 문인과 학자들이 너도나도 다투어 필사하여 보느라 그런 것이었다.

 

좌사는 원래 산동 임치 사람으로 소년 시절에는 그다지 총명하지 못하였는데 하루는 그 아버지 좌옹이 친구들과 마주 앉아 좌사 저 아이는 나 어렸을 적에 비하면 모자란 점이 많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좌사는 그날 이후 부지런히 독서 해서 아버지를 능가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한편 당시에는 한()나라 때 반고(班固)가 쓴 <양도부(两都赋)>와 장형(张衡)이 쓴 <이경부(二京赋)>가 매우 유명했다. 이에 좌사는 삼국시대의 위()나라 수도 업성(鄴城),오나라 수도 건업(建業),촉나라 수도 성도(成都)를 합쳐 <삼도부>를 쓰기로 마음먹고 정력을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대문을 닫아걸고 일절 세상과의 교류를 단절했다. 집필에 전념하는 동안 그는 방안은 물론 마당 심지어 변소 안에도 종이와 붓을 가져다 놓고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한번은 밥 먹을 때 붓을 젓가락으로 알고 음식을 집어 먹다가 입안을 온통 먹물로 더럽힌 일도 있었다. 이렇게 전심치지(專心致志)하기를 10, 그는 드디어 <삼도부>를 완성한다. 좌사는 이 문장을 당시 문단의 최고 영수였던 황보밀(皇甫謐)에게 보냈다. 황보밀은 그것을 읽어보고 나서는 크게 칭찬하며 친히 서문까지 써주었다. 이런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삼도부>는 금방 유명한 문장이 되었다.

 

그다지 총명하지 않았던 좌사가 이렇듯 문학가로서 크게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은 바로 문장 한 편을 쓰기 위해 10년을 매달린 전심치지(專心致志)에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집중시켜서 노력하면 어떠한 일에도 성공한다. 한 가지 일에 전심치지(專心致志)하는 자는 한눈을 팔지 않는다. 한결같은 뜻으로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기울인다.

 

무엇이나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저것 어중간하게 배워서 알기보다는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배워 전문가가 되여야 하고, 제대로 배우자면 전심치지해야 한다. 배움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모든 분야를 다 배워 잘하기에는 백 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가는 인생이 너무 짧다. 그래서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중의 중요한 것 하나가 소질이 있고 적성에 맞는 분야를 골라 전심치지하여 그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가 되는 것이다.

청나라 때 염약거(閻若璩)라는 고증학자가 있었다. 그는 천부적인 자질이 매우 노둔하였고 여섯 살 때 서당에 들어가 스승에게 글을 공부하는데 문장 한편을 천 번을 읽어도 외우지 못하였다. 그리고 열여섯 살 때까지도 문리가 트이지 않아 문장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노력하였다.

 

20세 때 그는 <상서(尙書)>를 읽다가 <고문상서(古文尙書)>가운데 위조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후 20여 년 동안 오로지 <<상서>> 한 책에만 매달려 위조되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전부 찾아 <고문상서소증(古文尙書疏证)>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도 이 분야 전문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소중한 책이 되고 있다. 염약거가 만일 그 노둔한 머리로 이것저것을 다 연구하고자 하였더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였을 것이다. <상서> 한 책만을 전심전력으로 연구한 결과 불후의 저작을 남기는 성과를 올리게 되였던 것이다.

 

짐승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않는다. 일에 전념하는 자는 결코 시계를 보지 않는다. 전심치지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힘을 가지게 된다. 위대한 업적치고 전심치지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다. 자신의 사명에 집중하다 보면 한눈팔 시간이 없다. 보이지도 않는다. 늘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많고 분명한 목표가 없는 사람만이 자주 한눈을 팔게 되는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뉴턴은 전심치지의 달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 실험실에서 연구에 지나치게 열중한 나머지 점심 식사를 함께하자고 초대했던 동료 교수의 방문 사실을 잊고 결국 손님 혼자 식사하게 만든 일도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시장기가 느껴졌다. 그는 달걀을 삶아 먹고 싶어서 책을 읽으면서 달걀을 냄비 속에 넣고 삶았다.

 

얼마 후 달걀이 적당히 삶아졌겠지 하고 생각한 그는 비로소 책을 덮고 냄비뚜껑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냄비 속에서 펄펄 끓고 있는 것은 달걀 바로 옆에 두었던 회중시계였다. 달걀은 책상 위에 있었다. 물론 뉴턴은 회중시계를 집었을 때 손엔 잡힌 느낌이 달걀과 다르다는 것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 정도의 전심치지력이 있었기에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업적도 만들었다.

 

성공한 사람의 비결은 대부분 한 가지 일에 완전히 매달린다는 데 있다. 미국 남부의 어느 술집에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손님들이 모두 떠나버린 후였고 난장판이 된 홀에서 흑인 한 사람이 트럼펫을 불고 있었다.

 

싸움을 건 사람이 누구입니까?” 경찰이 그에게 묻자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누가 싸움을 했나요?”라고 반문했다. 자신의 연주에 심취해 싸움이 일어나는 것조차 몰랐던 것이다. 그가 바로 재즈와 트럼펫으로 유명한 루이 암스트롱이였다. 무명 시절 그는 허름한 술집에서 밤새 트럼펫을 연주하였고 팁이 적어도 손님이 없어도 아무 상관없이 즐겁게 노래했다. 심지어 앞의 사례처럼 자신의 연주에 심취해 싸움이 일어나는 것조차 몰랐다. 이런 사례는 무엇인가를 성취한 사람들에게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이다

 

프랑스의 물리학자로 전자기학의 기초법칙 '암페르의 법칙'을 발견한 유명한 암페르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연구를 방해하는 손님들 때문에 그만 질리고 말았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문 앞에 '금일 부재중'이라는 팻말을 걸어놓기로 했다. 일일이 상대하지 않고도 손님을 돌려보낼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이라고 무릎을 치고는 곧 실행에 옮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생각하면서 외출에서 돌아와 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언뜻 그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없잖아.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다시 와야겠군."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오던 길을 총총걸음으로 되돌아갔다. 수학 문제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팻말을 본 순간 문득 자신이 다른 친구의 집이라도 찾아온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금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요 작곡가인 루빈스타인에게 누군가가 선생님의 성공비결이 뭡니까?”고 묻자 그는 , 음악 이외의 다른 모든 일에는 무관심이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오직 작곡과 오직 피아노치는 일에만 전심했다는 말이다.

 

어떤 일에 푹 빠졌던 경험을 떠올려보라. 그때는 주변의 소음도 들리지 않고 1시간이 1분처럼 흘러간다. 모든 감정과 목표와 사고가 하나로 어우러진다 독서 삼매경(三昧境)’에 빠지면 밥 먹는걸 잊고,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까다로운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나 고난도의 작품을 연주하는 음악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기에 깊이 빠져드는데 그것이 바로 전심치지다. 그들의 전심치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날 오후, 베토벤이 허름한 옷차림에 몹시 피곤한 기색으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의자에 푹 파묻혀 머리를 숙이던 그가 잠시 후 고개를 들더니 옆에 놓여있던 메뉴판을 들어 그 뒤에 음표를 무섭게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10, 20……1시간……기다리다 못해 종업원이 다가와 아는 체를 했다.

 

손님, 손님!” 그러자 깜짝 놀란 베토벤이 말했다. “아아, 미안해요, 값은 얼마지요?”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그에게 놀란 종업원이 말했다. “손님, 아직 아무것도 시키시지 않았는데요?” “, 그랬던가요? 그럼 아무것이나 좋으니 무엇이든 가져와요그러고는 또 다시 음표를 적는 것이었다.

 

한 방울의 낙수가 모이고 모여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든 한 가지 일에 오랜 시간 전심치지하다 보면 익숙함과 동시에 요령이 생긴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일에 도통하게 되고 어느 순간 일반인과 다른 차원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중국의 한 고수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 시절, 그 고수의 무예 입문은 화려하지 않았다. 큰 재능이 없음을 알고 있던 그의 스승은 그에게 한 가지 기초기술을 가르쳐줬다. 한발을 힘차게 내딛고 주먹을 앞으로 뻗는 기초중의 기초였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이 오랜 기간 외출을 하게 되었다. 그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자기가 없는 동안 가르쳐 준 것을 열심히 수련할 것을 강조했다.

 

몇 년이 흘렀다. 그 몇 년 동안 대부분의 제자들은 나태하게 시간을 보냈지만 한 사람만 그러지 않았다. 바로 재능이 없던 그 제자였다. 그는 다른 동문들이 그런 기초기술을 어디에 써먹느냐고 비웃어도 한 시도 딴 눈을 팔지 않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직 그 기술만 수련했다.

마침내 스승이 돌아온 날, 스승은 한 제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로 기초만 수련했던 그 제자였다. 스승의 눈에 그는 자신을 넘어선 고수였다. 스승의 눈을 의심한 다른 제자들은 그와 대련(对练)을 원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오직 한 가지에만 전심치지하여 수련한 결과 어느 순간 그는 차원이 다른 고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떤 명궁(名弓)이 두 제자와 함께 숲에 갔다. 두 제자는 화살을 당겨 멀리 있는 과녁을 향해 쏠 준비를 했다. 그때 스승이 그들을 중단시키고 무엇을 보았는지 물었다. 첫 번째 궁수가 대답했다.”위로 하늘과 구름이 보이고, 밑으로는 들판과 풀밭이 보입니다. 숲에는 참나무, 밤나무, 소나무도 보입니다. ……스승은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활을 내려놓아라. 너는 오늘 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구나.”두 번째 궁수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이 보이느냐?” “과녁 중앙에 있는 점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활을 쏘아라.”그가 쏜 화살은 과녁의 정중앙에 바로 꽂혔다.

 

어떤 것이든 한 가지에 전심할 수 있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자신의 일에 매진하여 깊이 몰두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에 전심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김춘식]

수필가

칼럼니스트

송화강수필상 수상

이메일 jinchunzhi2008@hot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1.20 11:15 수정 2021.11.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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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